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소중하다

2015. 9. 2.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인간을 규정하는 다양한 말들


시대에 따라 인간을 규정하는 말도 다양하게 변화되었는데요. 신의 절대적 권위가 중시되었던 중세시대에는 인간을 종교적인 존재로 인식했습니다. 또, 자본주의가 성행하던 시기에는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떨까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모바일 정보가 생활화된 현대인을 가리키는 호모 모빌리스(Homo-Mobilis), 디지털 공간에서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좋아하는 소비자를 뜻하는 호모 나랜스(Homo-Narrans) 등 요즘 인간을 표현하는 말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 말이 바로 ‘감정동물’입니다. 인간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고 감정을 근거 삼아 판단을 내리는 존재라는 말이겠죠.


<인사이드 아웃> 속 심리학


이번 기사에서는 디즈니와 픽사가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심리학 용어들을 살펴보고, 영화 속에 나타난 감정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영화는 ‘라일리’라는 11세 소녀가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그곳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라일리’가 주로 느끼는 5가지 감정을 의인화하여 표현하였는데, 그것들은 기쁨, 슬픔, 까칠, 버럭, 소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라일리’의 머릿속을 감정컨트롤 본부로 설정하고 이 5가지 의인화된 감정들에 의해 소녀의 감정이 변화, 조절 그리고 통제되는 것입니다.  


출처_머니투데이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라일리’의 머릿속에는 가족, 엉뚱, 정직, 우정, 하키라는 5가지의 섬들이 떠있다는 점입니다. 이 섬들은 그 사람의 경험과 기억에 의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에 의해서 바로 성격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는거죠.  


사람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기억이라는 것인데요. 기억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장기기억, 단기기억 그리고 핵심기억 등. 영화 속에서 기억들은 작은 구슬로 묘사됩니다. 이 기억구슬들의 색깔은 그 당시 ‘라일리’가 느꼈던 감정에 따라 결정됩니다. 기뻤을 때는 노란색, 화가 났을 때는 빨간색, 슬펐을 때는 파란색, 그리고 짜증이 나거나 무서웠을 때는 각각 초록색과 보라색 구슬이 됩니다. 


출처_위키피디아

한편 영화에서 강조하고 있는 기억 중 하나가 ‘핵심기억’인데요, 이는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억들을 의미합니다. ‘라일리’를 통해서 어릴 적 어떤 핵심기억을 가지느냐에 따라 다양한 성품을 가진 존재로 성숙될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서 ‘라일리’의 감정을 주도적으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역할은 ‘기쁨이’가 담당합니다. 아마 기쁨의 감정이 우리에게 그만큼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라는 의미일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기쁨이’가 지나치게 다른 감정들에 대해 특히,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해 통제하려는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면, ‘슬픔이’가 기억구슬을 만지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일리’가 전학을 간 학교에서 겪었던 슬픈 기억이 그녀에게 핵심기억으로 기억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다가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에서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 결과, 감정 조절의 총괄적인 역할을 맡았던 ‘기쁨이’의 부재로 ‘라일리’의 감정상태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기쁨이’는 과거에 ‘라일리’가 슬픔에 처해있을 때 가족들과 친구들의 위로를 받았던 것을 떠올리게 되고, ‘슬픔이’의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마침내 이 둘은 ‘라일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빙봉’이라는 코끼리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본부로 돌아오게 됩니다. 


출처_부산일보


<인사이드 아웃>에서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심리학 개념은 ‘상징적 사고’입니다. 유아의 인지발달을 연구한 학자 피아제(Piaget)에 따르면 상징적 사고는 유아의 상상력이 풍부해짐에 따라 나타나는 상상 속 개념을 뜻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빙봉’이 이에 해당하는데요. 솜사탕의 몸을 가지고 코끼리의 얼굴을 한 채 때로는 사탕 눈물을 흘리는 ‘빙봉’은 ‘라일리’의 어린 시절 행복한 상상 속 존재인 셈이죠. 상징적 사고는 아이의 인지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문제 해결 능력, 사고력과 창의력 등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빙봉’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된다는 점을 통해 상징적 사고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기쁨과 행복만이 절대적으로 좋은 감정들일까요? <인사이드 아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기쁨의 감정도 슬픔이 있기 때문에 더 빛날 수 있고, 슬픔이라는 감정을 통해서도 우리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라일리’가 슬플 때 그녀의 가족들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고 다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감정들 사이에서 어느 하나가 더 우월한 우위의 관계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때 우리도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감정들을 5가지로만 묘사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부분들이 있겠죠. 그러나 우리가 꼭 기억해야하는 한 가지 사실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했던 모든 기억들이, 설령 그 기억에 대해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참고자료

호모나랜스 (디지털타임스 2015.07.09)

`인사이드 아웃`에 담긴 세 가지 (디지털타임스 2015.08.06)

 <인사이드아웃 저자 최원호 박사 “어릴 적 핵심기억이 자녀의 인생방향 결정”> (중앙일보 201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