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유혹하는 TV속 PPL의 모든 것

2015. 10. 22.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 TV를 틀면 드라마 또는 예능프로그램을 불문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상표나 제품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나 TV쇼 출연자들은 상표가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고 특정 음료를 수시로 마십니다. 다음날이면 TV 속 유명 연예인이 입었던 옷, 화장품들이 완판되거나 TV에 나왔던 특정 제품의 매출이 급등합니다. 2010년 방송법이 개정되어 간접광고가 허용된 이래로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간접광고인 PPL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왜 시청자를 TV에 등장한 제품들의 구매자로 만드는 것일까요?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커피 PPL (이미지 출처 - 세계일보)

 

PPL, 어디까지 들어봤니?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간접광고인 PPL은 Product Placement의 약자입니다. 영화,TV드라마, 예능 등에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로고를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관객 또는 시청자들에게 홍보하는 광고 전략입니다. 최근에는 이 개념이 발전되어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BPL(Brand Placement)도 생겨났습니다. 이는 PPL이 단순히 특정 제품이 아닌 통합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되는 것을 말합니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배치되는 기존TV광고가 채널을 돌려버리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광고였던 반면에 PPL은 영상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꼭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광고회피성이 매우 적어지므로 기존TV광고에 비해 더욱 효율적인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배치되는 특성덕분에 극에 몰입하는 시청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는데 용이합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제작비가 드는 기존의 지상파 TV광고에 비해 비용이 1/2수준으로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매출 보증수표로 통하는 PPL

 

PPL의 허용은 제작자와 기업 모두에게 희소식이었습니다. 제작자입장에서는 막대한 양의 제작비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PPL광고 시행으로 광고마케팅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PPL은 기존TV광고 제작비의 반도 되지 않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뛰어난 광고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한국리서치의 TGI(Target Group Index)2015 1차 조사를 따르면, 소비자의 58.3%가 PPL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60.5%가 PPL을 사용해 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방송광고에서 PPL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5년 9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방송통신광고 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TV의 총 광고매출은 2012년에 비해 7.6% 줄었지만 간접광고 매출은 299억원에서 400억원으로 33.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지 출처 - 헤럴드경제)

 

늘어난 PPL 간접광고만큼 제품의 판매량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도 상승합니다. KBS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자주 등장한 프랜차이즈 카페 ‘블랙 스미스’는 매장 오픈이 PPL전월대비 153.5%신장했고 매출도 3배 이상 올랐습니다. MBC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자주 보이는 카페 ‘말리커피’는 PPL이후 매출이 35%나 증가했고 가맹점 문의 또한 3배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SBS인기 드라마였던 <신사의 품격>의 단골장소 카페 ‘망고식스’는 매출이 오르는 것과 함께 강남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언론매체 촬영장소 1순위의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우리를 유혹하는 PPL의 매력


사실, 확실한 광고효과를 보증하는 PPL은 그리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드라마<용팔이>에서 과도한 설정으로 전월세 부동산 어플리케이션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은 사례가 보여주듯이 지나친 PPL은 극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또한 장르를 불문하고 매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PPL탓에 아무리 자연스러운 배치일지라도 시청자들이 광고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합니다. 시청자들은 이미 PPL이 경제적 이익을 목표로 하는 광고라는 것을 알고 있고 때로는 시청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PPL을 접하면 그 기업의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사용해보고 싶어 합니다. 과연 시청자들을 제품의 소비자로 만드는 PPL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1)나도 전지현, 송혜교처럼

 

‘완판녀’하면 떠오르는 톱스타 여배우 전지현은 ‘PPL의 여왕’으로도 불립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끈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착용한 옷, 립스틱, 마스카라는 드라마 방영과 동시에 모두 팔려나갔습니다. 전지현의 뛰어난 외모가 PPL로 등장한 제품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송혜교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인을 연기한 송혜교가 얼굴을 더듬어 가며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에서 사용된 립스틱은 그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전지현 (이미지 출처 - 한국경제)

 

PPL은 주로 드라마나 예능에서 인기 연예인이 직접 제품을 착용하거나 사용하는 형태로 나옵니다. 원래부터 일반인들보다 뛰어난 외모와 인기를 가진 연예인이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제품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닮고 싶어 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모델인 출연자와 TV에서 예쁘고 멋진 모습으로 비춰지는 연예인의 외모를 닮으려는 욕구가 제품의 구매를 불러오게 됩니다.

 

2)호기심을 자극하는 비주얼과 기능 

 

본래 광고가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인 만큼 PPL에는 새롭게 출시한 기업의 신제품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MBC예능<무한도전>에서 이번 여름 내내 멤버들이 물처럼 마시던 코코넛 음료수 ‘ZICO’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이 음료수는 매회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것은 물론이고 항상 멤버들이 손에 들고 있으면서 거리낌 없이 수시로 마셔댔습니다. 인기 연예인들이 마시는 신기하고 생소한 음료수는 상표가 그대로 노출되어 쉽게 구매해서 마셔볼 수 있었습니다. 이 음료수는 <무한도전> PPL로 큰 홍보효과를 얻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신제품인 음료수를 먹어보고 후기를 나누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무한도전>PPL 음료수 ‘ZICO’를 맛보고 올라온 각종 후기

 

제품의 비주얼 또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특히 TV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극강의 비주얼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식욕을 마구 불러일으킵니다. 최고 시청률 22.4%를 기록하며 최근 종영한 MBC주말 드라마<여왕의 꽃>에는 외식프랜차이즈 ‘돈까스 클럽’이 PPL로 등장했습니다. 극 중 배우 김성령이 운영하는 것으로 나오는 ‘돈까스 클럽’은 드라마에서 매장이 자주 노출되었고 업체의 메뉴인 돈까스 요리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메뉴를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드라마의 시청자였던 많은 지인들이 이 브랜드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3)시청자 맞춤 PPL

 

특정한 타겟을 겨냥한 광고가 가능하다는 것은 PPL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각 프로그램의 특성과 주요 시청자층을 고려한 PPL은 매우 효율적으로 광고에 노출된 시청자를 소비자로 이끌 수 있습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요리예능에서는 요리의 필수품인 냉장고의 PPL을 받고 있습니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삼성냉장고가, tvN<집밥 백선생>은 LG냉장고가 나옵니다. 두 프로그램은 요리 프로그램 특성상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된 시청자이므로 냉장고 PPL이 적절하게 작용합니다.

 

냉장고PPL을 받는 요리프로그램 JTBC<냉장고를 부탁해> (이미지 출처 - 이데일리)

 

꾸준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육아예능에는 주로 육아용품이 등장합니다. KBS<해피선데이>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스타들의 자녀가 사용했던 제품들은 부모들의 지갑을 여는데 한 몫을 합니다. 이휘재가 아이들을 돌보는 데 사용한 ‘토드비힙시트’의 아기띠는 ‘이휘재 아기띠’로 통하며 60초에 하나씩 팔려나갔습니다. 또한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사용하는 영국 카시트 브랜드 ‘조이’는 ‘추사랑 카시트’로 불리고 있으며, 이 부녀가 사용한 태블릿PC또한 ‘추패드’라고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프로그램의 내용과 특성을 분석하여 투입하는 PPL 더욱 강력한 광고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바람직한 PPL을 위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에서 명품을 팔고 싶으면 한국 드라마에 PPL을 의뢰하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광고시장에서 PPL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그 효과 또한 막대해졌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최근에 PPL없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PPL없이는 드라마를 제작하기 힘든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제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입된 PPL의 과도한 설정과 지나치게 반복되는 등장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심지어 작품의 완성도를 저하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기업의 자본이 방송제작에 적극적으로 들어오면서 지나친 방송의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미 간접광고 PPL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버린 이 시점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PPL의 방향을 신중하게 모색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