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소리” 그만 찾고 “맘 편하게 두뇌 풀가동” 하기

2015. 10. 26.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입에 쓴 약은 그냥 쓸 뿐이다? 생각을 멈춘 뇌의 위험




“정신차려, 그 따위로 살아서 될 것 같아?” 

누군가 이렇게 고함을 친다면, 듣는 사람은 당연히 기분이 나쁘고 반발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요즘 텔레비전 종편방송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서점을 보면 이런 거칠고 쓴 독한 소리가 각광받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지요. 심지어는 독한 소리 했다고 감사 인사까지 받고 있습니다. 인터넷 강사, 멘토, 작가, 방송인, 등. 너도 나도 나와서 고함을 치고 사람들에게 똑바로 살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쾌도난마”, “직설”, “독설”, “쎈 언니”, “돌직구 오빠”,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아픈 만큼 청춘이다”, “미쳐야 산다” 등등…… 짐수레 끄는 말이나 소에게 채찍질 가하듯 훈계하는 사람들이 멘토로 각광받고 있는 세태지요. 그런데 이런 세태는 자칫 잘못하면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입에 쓴 약이 과연 몸에도 좋을까? / 출처_KBS 미디어


사회가 어려워 질수록, 사람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고 사고 정지 상태가 되어버릴 위험이 커집니다.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 생존을 위해 편안한 상태로 도피하는 것은 본능적인 반응이고, 생각하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행위기 때문입니다. 뇌는 평상시 소비하는 산소의 20%나 소비하는 데다가, 뇌의 전기신호를 발전소의 전기량으로 환산했을 때 한 시간 동안 최대한 뇌를 사용하면 두 세대 분의 에너지는 너끈히 소비할 정도로 먹보입니다. 그래서 위기 상태가 되었을 때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들지요.


구피질과 신피질의 줄다리기, 사고정지의 위험


구피질은 본능과 정동(情動)을 담당하고, 신피질은 이성을 담당합니다. 이 둘은 서로 길항작용을 하는데, 마치 줄다리기처럼 구피질이 활성화 되면 신피질 활동이 저하되고, 신피질 활동이 활성화되면 반대 결과가 나타납니다. 위기 상태나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 뇌는 신피질의 활동을 억누르고,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구피질을 이용해 “도망이냐 싸움이냐(fight or flea)” 를 선택합니다. 생각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느려져서 위기에 처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감정과 사고는 서로 줄다리기를 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 원시시대 이야기입니다. 우리 뇌는 신석기 이후로 거의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컴퓨터처럼 오래된 기능을 반복하지요. 반면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였습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는 예리하고 이성적인 판단 없이는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구피질 위주로 반응했다간 큰 화를 면치 못합니다.


독설은 스톡홀름 신드롬?  세뇌의 위험


세뇌의 기본은 신피질의 활동을 억누르고 구피질 위주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질로 붙잡힌 사람이 나중에 범인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실제 사례에서 나온 현상이지요. 우리 인간은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본능이 있습니다. 납치, 감금되어 주변 정보와 차단된 상태에 처한 인질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범인과 친구가 되는 수 밖에 없겠지요? 최면에서도 이를 이용해, 피시술자에게 겁을 주어 생각을 멈추게 하는 경악법(驚愕法)이라는 최면유도법이 있습니다. 같은 원리지요. 


1974년, 19살이던 패티 허스트는 테러리스트 그룹에 납치 된 뒤 그들의 멤버가 되어 세간에 스톡홀름 신드롬의 존재를 알렸다. / 출처_AP


소위 설 멘토의 쓴소리는 죄책감을 유발해 사고를 정지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들으면 불쾌할 말도 방송이나 책 등 완충장치를 거쳐 불특정 다수에게 발신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객관적인 말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고 직접 선택해서 수용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말의 내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비판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책하게 됩니다. 동시에 복잡하고 스트레스 상태인 현실에서 나 자신을 확인 받으면서, 동시에 상황을 명쾌하게 만들어 준다는 착각까지 들게 합니다. 분명 감정적으로는 속이 시원해 지겠지만 그 순간 다른 사람의 꼭두각시 인형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글조차, 구피질을 활성화시킬 위험이 있지요.)


정동을 멈추고 바르게 바라보자! 내 머리로 생각하기


분명 제가 이런 말 하면, “그래도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 그런 말 하는 사람은 필요한 것 같아요”, “나는 그런 말 듣고 기분이 상쾌해졌는데,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거냐?”, “그 사람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 않느냐” 같은 반응이 나올 것입니다. 저는 먼저 당신이 반사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에 앞서, 정동을 멈추고 “왜 스스로가 그렇게 느꼈는가”를 곱씹어 생각하시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세뇌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신피질을 활성화 해 자기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사고정지를 막기 위해 “지관(止觀)”이라는 명상을 합니다. 참선도 지관의 일종이지요. 지관이란 번뇌, 다시 말해 정동을 멈추고(止) 올바르게 바라본다(觀)는 뜻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이를 묵상이라고 합니다. 지관은 모든 일에 이유와 원인이 있고, 목적이 있으며, 무엇과 연관이 있고, 한계가 있는 지를 따져보는 행위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신피질이 활성화되고, 구피질을 통제해 정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완입니다. 스트레스, 긴장 상태에서는 구피질 우위 상태가 됩니다. 먼저 몸의 힘을 빼고,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내세요. 그럼 뇌가 생각 할 준비를 마칩니다. 중요한 것은 독설 멘토의 쓴 소리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닙니다. 그 말에 감정이 움직이지 않고, 생각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