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미디어교육센터 연수기

2015.11.20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11월호>에 실린 서울 배명중 국어교사 안용순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고민 중 만난 프랑스 미디어교육

 

정보가 많아서 현실을 파악하는 데 헷갈리는 시대에는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밝은 눈이 필요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밝은 눈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알려주는 미디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정보 분석 능력 교육이 중요합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자신의 눈으로 정보를 선별해 스스로 생각하고, 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 능력을 기르며 세상을 알아나가는 지혜를 선별해나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미디어교육이 필요한 시대인 것입니다.

 

저마다 다른 연령대의 학생들 수준에 맞는 미디어 교육을 고민하던중 참가하게 된 이번 프랑스 CLEMI 연수는 우리나라 미디어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안겨 주었다. 연수 참가자들이 CLEMI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유럽의 미디어교육은 1964년 유네스코에서미디어교육이라는 말을 처음 쓰면서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질서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맥브라이드 보고서가 만들어졌고 미디어가 중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미디어교육은 20세기 전반까지는 아동의 보호주의적인 활동에 집중하다가1983년 자크 고네가 CLEMI의 전신인 ‘정보도구들을 위한 연계 센터’를 창설하면서 미디어를 통한 교육뿐만 아니라 미디어에 대한 교육까지를 포함한 체계적인 미디어교육을 제안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미디어와 관련된 다양한 난제 해결을 위해BFI(British Film Institute)와 CLEMI가 1990년 프랑스의 툴루즈에서 ‘미디어교육의 새로운 방향(NewDirections in Media Education)’을 주제로 회합을 가졌습니다. 이 회합에서 “미디어교육의 목적과 방법론에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또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하는가? 다양한 문화적 전통과 세계 각국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자의 책임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미디어교육에 대해 한 국가만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미디어교육에 철학적 가치 부여

 

이후 프랑스에서는 유네스코와 유럽연합의 협의 하에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미디어교육 과정에 관심을 갖고 유아교육, 초·중등, 고등 및 성인 교육 분야의 교사, 행정가, 연구자, 학생 및 학부모, 관련업체들의 미디어교육 도입 및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디어교육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2000년대 중학교 교육을 위한 개혁안에서 교육용 정보통신기술 활용을 통한 교육 개혁안이 나왔고, 2005년에는 학교의 미래를 위한 방향과 프로그램법에서 지식과 능력에 대한 공통 기반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프랑스는 정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상용화된 기술 숙달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미디어교육에 힘을 쏟게 됐습니다.

 

연수 중 방문한 파리의 초등학교에서는 미디어교육 교사가 CLEMI의 연수 내용과 자료 등을 수업 시간에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미디어교육은 교육 대상이 각 연령대별로 구별돼 있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만2세부터 12세까지의 유아동들을 위해 각 연령에 맞는 교육 목표와 그에 따른 교육 활동, 그리고 이후에도 중·고교생을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 활동 또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만2세부터 5세까지는 신문을 보고글씨를 구분하거나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한 활동, 광고를 보고 이야기하는 활동, 글을 분석하는 활동 등 연령에 맞는 체계적인 활동이 실천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은 6~8세, 9~12세 및, 중·고교 과정까지 연계돼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연령별 활동은 그저 단계별 교육과정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는 모국어 교육을, 철학적으로는 민주 시민 교육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CLEMI의 미디어교육에서 배울 점을 살펴보면 먼저, 미디어교육에 철학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즉 흥미로 동기를 부여해 배워 나가는 미디어교육을 넘어 삶과 앎의 의미를 중심으로 미디어교육의 목표를 ‘비판적 사고력 신장과 민주 시민 양성’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참여할 수 있게 연령별로 미디어교육 과정이 프로그램화되어 있습니다. 만2세부터 시작해 초·중등, 고등 및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미디어교육을 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계획되고 실행되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학교교육은 물론 미디어 관련 업체와 언론사까지 참여하는 미디어교육을 위한 능동적인 파트너십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교사, 미디어 단체, 미디어 관련 업체,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운영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체계적으로 시스템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그것을 시스템화했고 전국적인 지역 네트워크와 함께 미디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네 번째, ‘학교의 언론과 미디어 주간’을 통해 전국적으로 학생들이 언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집중적인 미디어교육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별도의 미디어교육 주간을 마련해 학교와 언론사가 함께하는 교육 축제를 여는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미디어 분석과 함께 미디어를 직접 만들어보고 체험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이 언론과 미디어를 더 잘 알게 되고 체험함으로써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는 활동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나라 미디어교육의 시사점

 

미디어교육이 학교교육의 차원에서 제도화되어 있는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미디어교육은 보다 구체적인 문제점 인식과 더불어 이에 대한적극적인 대책과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와 모바일, SNS 등의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이 더 급속하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미디어교육의 방향 설정과 방법 모색은 신속,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고민할 문제는 앞서 프랑스 미디어교육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미디어교육의 목적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같이 합의해 나갈 것인가입니다.

 

 

이제 미디어교육은 미디어교육이라는 당위성에서 벗어나 보다 실질적이고 가치지향적인 부분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또한 근본적인 철학과 목표가 설정되어야 하고 세밀한 방법까지 정착되어 프로그램화돼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프랑스 CLEMI의 연령별미디어교육 개념은 우리나라 미디어교육의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나라도 미디어교육의 구조와 함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연령별 수준별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향후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