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용 스토리텔링의 시작

2015. 11. 23.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11월호>에 실린 서울경제 전략기획실 부장 신한수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기-승-전-카드뉴스.”


요즘 모바일에 대처하는 신문사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어지간한 언론사치고 카드뉴스 서비스를 안 하는 곳이 없고, 뉴미디어 부서에는 꼭 카드뉴스를 제작 하는 팀 또는 전담 인력이 배치되고 있으니, 카드뉴스가 궁극적인 해답이냐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을지 몰라도 최소한 ‘대세’임에는 분명합니다.

 

자체 서비스는 물론 네이버 포스트나 피키캐스트 등 뉴스의 주요 유통 경로가 되고 있는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 SNS에도 언론사별 카드뉴스가 차고 넘치는 것을 보면 언론사와 뉴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대략 맞아떨어진 일종의 ‘타협점’에 카드뉴스라는 포맷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달라진 콘텐츠 구성

 

웹 사이트를 개편한 한겨레에 접속하면 카테고리 메뉴가 위치한 자리에서 한겨레의 심벌과 함께 사람 모양의 아이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가 ‘디지털 3.0’ 시대에 맞춰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고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세 가지 버전의 페이지를 볼 수 있다고 밝힌 ‘3차원 멀티 누리집’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는 메뉴 탭입니다. 새롭게 선보인 한겨레의 모바일 웹 페이지는 ‘한겨레의 시선’ ‘타인의 시선’ ‘나의 시선’ 등의 페이지로 구성되는데, 먼저 ‘한겨레의 시선’은 “한겨레가 세상의 많은 뉴스와 정보 가운데 독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들을 모아 편집한” 뉴스 탭입니다.

 

한겨레가 새롭게 선보인 모바일 웹 상단에는 세가지 버전의 페이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메뉴탭이 있다. 각각 '한겨레의 시선' '타인의 시선' '나의 시선' 등으로 구성된다. 한겨레 23015.10.28

 

‘타인의 시선’은 “독자들이 가치를 부여하고 호응한 기사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뉴스 탭으로, 각 기사의 페이지뷰나 SNS 공유 정도, 댓글 수 등을 계량화해 순위별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일종의 개인화 서비스로 “철저하게 독자 개인이 편집하고 구성할 수 있는”분류다. 한겨레는 이미 지난 4월 개편을 통해 ‘더(The)친절한 기자들’ ‘뉴스 AS’ ‘개콘보다 새로운 뉴스’ ‘한 장의 지식’ ‘버티컬 동영상’ 등 이른바 ‘디지털 맞춤형 콘텐츠’ 포맷을 새롭게 도입했는데, 이런 뉴스들을 자신의 기호에 따라 모바일에서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셈입니다.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웹은 기존 뉴스의 경우 카테고리 분류 없이 제공하면서 인터랙티브 뉴스 ‘눈사람’, 동영상 서비스 ‘play 한국’, 타임랩스 콘텐츠‘포토플레이’ 등 온라인에서 서비스되는 스페셜 콘텐츠를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보기 좋게 구성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작은 화면 크기를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도 모바일 웹에서는 전통적인 신문의 뉴스 분류도 제공하지만 인포그래픽이나 카드뉴스 등 디지털 콘텐츠를 비롯해 ‘생활의 꿀팁’ ‘썸남썸녀’ ‘퇴근길’ ‘간밤의 TV’ ‘나른한 오후’ ‘오늘의 운세’ ‘도깨비뉴스’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정보 중에서 이용자가 관심 있는 섹션들로 메인 메뉴를 구성할 수 있는 ‘My뉴스’ 설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글쓰기 방식도 변화

 

그리고 기존 미디어 브랜드의 뉴스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 혹은 서비스 브랜드로 확장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나 글쓰기 방식 등이 모바일 디바이스와 그 이용자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어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월 새롭게 문을 연 경향신문의 ‘향이네’는 ‘뉴스가 어렵다? 향이랑 놀자!’는 슬로건 아래 각종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뉴스 서비스의 새로운 형식입니다.

 

한국경제도 카드식 인터페이스의 ‘스내커’라는 디지털 미디어 특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모바일 서비스 측면에서는 지난 9월 선보인 ‘뉴스래빗(News Lab-it)’이 눈길을 잡습니다. 뉴스와 실험실(Lab)을 합성한 이름의 뉴스랩팀은 대부분의 언론사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들이 원 저작물을 2차 가공하고 있는 반면, 스토리텔링 자체에 변화를 주는 ‘친근한 스토리텔링’을 실험한다는 취지 아래 ‘뉴스래빗’이라는 새로운 뉴스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한국경제는 원저작물을 2차 가공하는 대신 스토리텔링 자체에 변화를 주는 '친근한 스토리텔링'의 취지 아래 '뉴스래빗'이라는 새로운 뉴스 브랜드를 선보였다. 한국경제 뉴스래빗 2015.10.28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경제의 디지털 뉴스 브랜드 ‘썸’ 역시 기존 뉴스 서비스 외에 카드뉴스와 퀴즈뉴스 등과 함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모닝 Pick’, 동영상 콘텐츠 ‘여수다방’ ‘오늘의 경제소사’, 모터사이클 체험기 ‘두유바이크’ 등 자체 모바일 서비스는 물론 SNS 등 모바일 채널에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썸'은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경제의 디지털 뉴스 브랜드로, 기존 뉴스 서비스 외에 자체 모바일 서비스는 물론 SNS 등에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경제썸 2015.10.28

 

온라인 경제 미디어 비즈니스워치의 ‘비빔늬우스’도 모바일 전용을 표방하는 전문 뉴스 미디어라할 수 있습니다. ‘눈에 확 머리에 쏙 손끝으로 읽는 경제’라는 슬로건의 ‘비빔늬우스’에서는 카드뉴스와 오늘의 포토 등과 함께 경제를 중심으로 상식과 정보를 스토리 중심으로 풀어낸 모바일 특화 스토리텔링 콘텐츠 ‘포스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연계한 모바일 콘텐츠 작성

 

사실 미디어 전문 매체의 뉴스나 해외 미디어사례 연구서는 물론 각 신문사 대표의 신년사에서까지 모바일이 화두로 등장한 지 몇 해가 흘렀지만, 모바일이 뉴스 서비스에서 명실상부한 ‘메인 스트림’에 놓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이는 모바일이 단순히 유선 인터넷 서비스를 그대로 옮겨 놓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독자적인 콘셉트를 갖고 모바일다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초기에는 종이신문의 기사나 분류 등을 그대로 답습했지만 이제 거의 독립적인 서비스 내용과 체제를 구축한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발전 과정과도 닮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과 잘 어울리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데 있어 기존 편집국과의 연계에 무게를 두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초기 기획부터 결과물을 내놓는 단계까지 편집국기자들과 일선에서 협업을 진행하는 한국경제 뉴스랩팀의 ‘1기자 1랩’ 프로젝트도 그 좋은 예입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동영상 프로듀서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 전문 인력들이 편집국 안에 자리 잡거나 편집국과 긴밀한 업무 체제를 구축하는 곳이 많다는 점 등은 최소한 과거 선언적 수준은 벗어나고 있다는 방증이 될 것입니다.

 

이 정도면 현 시점에서의 성과로는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한다면 너무 관대한 평가일까요. 물론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나온 제언처럼 모두가 모바일을 진정한 ‘지배적인(dominant)’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대접하기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