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30.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11월호>에 실린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김성해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뿐 아니라 구글, 애플 같은 IT 기업들도 연이어 뉴스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최대 스마트폰 업체 삼성도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슈프링어와 손잡고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사들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은 왜 뉴스 시장에 기웃거리는 걸까요? 주요 IT 기업들이 연이어 선보인 뉴스 서비스를 2회에 걸쳐 집중 진단합니다.
‘킬러 아이템’ 뉴스
2000년대 이후 언론사들의 상황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장기 불황 탓도 있지만 인터넷 및 모바일 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더 컸습니다. 워싱턴포스트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디지털 전략으로 성과를 낸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뉴스 시장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은 편입니다.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고전하고 있는데 주력 상품인 뉴스의 인기는 치솟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모순이 생긴 이유는 뭘까요? ‘뉴스의 역사’로 유명한 미셸 스티븐스가 지난해 출간한 ‘비욘드 뉴스(Beyond News)’에서 정확하게 진단했습니다. 스티븐스는 그 책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언론사이지 저널리즘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널리즘은 오히려 더 많은 기회 요소를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언론사를 통해서만 전파됐던 뉴스가 이젠 여러 플랫폼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란 의미입니다.
트위터가 10월 초부터 선보인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모멘츠'. 스포츠, 연예부터 주요 이슈까지 관심 키워드의 뉴스를 모아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이용자들은 특정한 누군가를 팔로잉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뉴스들을 챙겨볼 수 있게 됐다. /사진 출처:트위터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속사정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소셜 플랫폼이란 점에선 같은 성격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처해 있는 상황은 엄청나게 다릅니다. 그 차이는 이들이 추구하는 뉴스 서비스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월간 이용자 15억 명에 하루 이용자 10억 명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 최대 SNS입니다. 그런 만큼 페이스북의 이용자 확대 욕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대신 고객의 경험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반면 트위터는 초기 적응이 쉽지 않다는 고민거리를 안고 있습니다. 가입 초기엔 즐길 만한 콘텐츠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때 멀찍이 떨어져 있던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서비스에 추월당했습니다.
주요 SNS 서비스 월간 이용자 수 (단위:100만 명)
이런 고민은 뉴스 서비스에도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페이스북은 ‘끊김 없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최대 과제입니다. 지난 5월 ‘인스턴트 아티클’이란 뉴스 서비스를 선보일 때도 이런 부분에 많은 관심을 쏟았습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을 시작할 때 언론사들의 ‘느려터진 로딩 속도’를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최대 8초에 이르는 언론사 사이트의 로딩 속도 때문에 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 페이스북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을 파트너로 유치하면서 수익과 트래픽 같은 부분을 파격적으로 양보하는 대신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 구동되는 ‘인링크’ 서비스를 고집한 것은 이런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트위터의 고민은 다른 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트위터가 정체 상태에 빠진 건 “이용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란 게 경영진들의 판단입니다. 따라서 트위터는 페이스북과 달리 신규 가입자들이 볼 만한 콘텐츠를 구비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입니다.
페이스북-‘끊김 없는 서비스’
페이스북이 지난 5월 13일 선보인 인스턴트 아티클은 인링크 방식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뉴스 서비스를 하면서 자체 생산이나 큐레이션엔 아예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신 파트너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버즈피드, NBC뉴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애틀랜틱, 가디언, BBC 등 9개 세계 유력 언론사를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들의 콘텐츠를 ‘인스턴트 아티클’ 페이지에서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합니다. 인스턴트 아티클을 구독하려면 페이스북에서 ‘Instant Articles’를 검색한 뒤 ‘좋아요’를 누르면 됩니다.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 개념도
‘인스턴트 아티클’의 두 번째 키워드는 모바일입니다.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을 시작할 때 데스크톱PC보다 모바일 플랫폼 쪽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페이지 로딩 속도 문제는 모바일 환경에서 특히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데스크톱PC 환경에서 인스턴트 아티클에 접속할 경우엔 그냥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 줍니다. 대신 모바일 기기로 접속하면 페이스북 플랫폼 내에서 뉴스를 보도록 했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자들이 특히 로딩 속도 때문에 많이 이탈한다고 판단한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사들은 왜 ‘플랫폼 종속’ 위험을 무릅쓰고 페이스북의 뉴스 파트너로 참여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페이스북의 ‘통 큰 양보’ 덕분입니다. 페이스북은 언론사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요인이 매출과 트래픽이란 점을 감안해 그 부분은 대폭 양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스턴트 아티클에서는 광고도 적극 게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광고 수익은 언론사 자체 영업 땐 100%를 다 가져가도록 했으며, 페이스북이 영업한 광고 역시 30% 수수료만 떼고 전액 언론사에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버즈피드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최근 관심을 보이고 있는 네이티브 광고도 대폭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트위터-팔로잉 없이도 뉴스를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비즈 스톤은 트위터 출범 당시 자신들이 ‘새로운 CNN’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NN이 케이블망 대중화와 함께 등장했던 것처럼 무선 인터넷 활성화가 트위터를 ‘정보 네트워크’로 만들어줄 것이란 게 창업자들이 초기에 갖고 있던 비전이었습니다. 2009년 초 뉴욕 허드슨강 추락 사고 당시 트위터를 통해 세계적인 대특종이 알려졌던 사례는 이런 비전에 가장 잘 부합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처음 가입한 사람들은 ‘새로운 CNN’이란 비전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팔로어가 많이 쌓이기 전까지는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트위터는 10월 초 ‘모멘츠(Moments)’란 뉴스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프로젝트 라이트닝(Project Lightning)’으로 알려졌던 뉴스 프로젝트를 ‘모멘츠’로 공식화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 내 이용자들에게만 서비스되는 모멘츠는 스포츠, 연예부터 주요 이슈까지 관심 키워드의 뉴스를 모아주는 방식입니다. 이용자들은 ‘미국 대선’ 같은 관심 주제를 골라 팔로잉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누군가를 팔로잉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뉴스들을 챙겨볼 수 있게 됐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트윗 홍수 속에서 중요한 뉴스를 챙겨보는 것도 좀 더 수월하게 됐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과 마찬가지로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워싱턴포스트, 버즈피드, 폭스뉴스 등이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허핑턴포스트)
여기까지는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두 서비스는 편집 관행에서 큰 차이를 드러냅니다. 모든 것을 외부 파트너에 맡겨놓는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 모멘츠는 내부 편집진이 뉴스를 골라 줍니다. 이를 위해 트위터는 뉴욕타임스에서 ‘워칭(Watching)’ 섹션을 편집하던 마커스 마브리를 영입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워칭’ 섹션은 자사 사이트뿐 아니라 웹상에 있는 흥미로운 뉴스들을 큐레이션해주는 데 초점을 맞춘 서비스였습니다. 그런 만큼 마브리는 웹용 콘텐츠 제작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트위터가 이처럼 거물급을 영입하면서 콘텐츠를 직접 큐레이션하는 까닭은 뭘까요? 앞에서 지적했던 트위터의 한계 때문입니다. 팔로어가 별로 없는 초기 이용자들을 위해 아예 볼 만한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적어도 그날의 주요 뉴스는 초기 이용자들도 수년 동안 활용하면서 다양한 인맥을 쌓은 사람들과 큰 차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트위터의 목표입니다.
이용자 붙잡기엔 뉴스가 최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뉴스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관심을 끕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가 지배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뉴스는 최고의 킬러 콘텐츠라는 점입니다. 또 다른 부분은 두 서비스 모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뉴스를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야만 더 많은 이용자들을 더 오래 잡아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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