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맞는 작가를 찾아라!” 시인 이병률의 독[讀]한 습관

2015. 12. 2.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찬바람이 불던 지난 19일 저녁, 군포시청 대회의실에서는 ‘2015 독(讀)한 습관’ 8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의 연사를 맡은 인물은 시집 「눈사람 여관」,「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뿐만 아니라 여행 산문집「끌림」,「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내 옆에 있는 사람」등 다수의 책을 출간한 이병률 시인이었습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좋은 사람들'로 처음 등단한 그는, 이후 따뜻한 감성을 담은 글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나와 맞는 작가를 찾고, 그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라”


담담한 목소리로 강연을 시작한 이병률 시인은 책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나와 맞는 작가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말투가 비슷하고, 성장 배경이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작가를 찾고, 해당 작가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 볼 만큼 파고드는 것입니다.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 보고, 문장을 따라 써 보기도 하고, 나아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또 다른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분야를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는 여러 권의 여행 산문집을 출간한 작가답게, 여행을 통해 경험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여행할 당시, 그는 7박8일 동안 기차를 타며 창밖을 보는 일만 했다고 합니다. 극도로 혼자 있는 시간 안에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 수 있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외로움을 못 견디는 사람인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사람인지 등 진솔한 모습의 자신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이병률 시인의 말처럼, 한번쯤은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동안 나 자신 조차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손에 닿는 곳에 책을 두어라


우리는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라는 답변을 내놓곤 합니다. 이병률 시인의 책읽기 습관은 동시에 책을 3-4권 읽는 것인데요. 화장실에서 읽고 잠자기 전에 읽고, 주변의 작가들이 보내준 책들을 사무실에서 또 읽는 다고 합니다. 물론 시인 또는 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책을 많이 접하긴 하겠지만,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두고 잠깐의 시간이라도 할애해 책을 접하려는 노력은 진정으로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강연 참석자들의 다양한 질문이 강연을 더욱 풍부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질문과 답변들이 있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Q.(강연 참석자) 책을 좋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이병률 시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옆에서 지내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일에 나도 함께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요즘은 동네 서점이 하나씩 없어지는데, 서점 주인과 친구가 되어 책을 읽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책과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런 시간을 할애하게 되면, 결국은 책이 자신에게 떠밀려 오게 될 것입니다.


Q. 작가님이 좋아하는 책이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A. 읽기 쉽고 따뜻한 내용의 시집을 추천합니다. 마종기 시인의 시집이 그러한데요. 처음 시인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마종기 시인의 시를 읽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후에 마종기 시인을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여행을 가고픈 꿈이 있었는데, 그래도 요즘 자신이 시인으로 성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마종기 시인에게 ‘아들보다 더 아들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인연을 맺게 된 것 입니다.


Q. 다음카카오의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계신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가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음카카오 ‘브런치’에서는 전체 책을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분만 공개하기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제 시집 중에 4권을 다 복사해서 다니는 대학생도 봤는데, 저는 그렇게라도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카카오 ‘브런치’도 결국은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죠.


두 시간 남짓한 강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병률 시인이 갖고 있는 따뜻한 감성과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절의 바뀜은 생각하라는 것이 아닐까”라는 이병률 시인의 마지막 말처럼,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이 성큼 다가온 요즘, 독서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