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9.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악기나 음악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낙원상가입니다.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으면 좋다’는 걸 알지만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는 낙원상가를 소개하려 합니다.
낙원악기상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악기상점으로, 건물 2층과 3층에 걸쳐 300여 악기 전문점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또한 4층과 5층에는 악기 관련 사무실들과 실버영화관, 야외 공연장(아트라운지 멋진하늘)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큰 규모의 낙원상가의 역사는 어디서부터일까요?
낙원상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낙원동, 인사동 쪽 종로 일대는 조선시대 때 술집과 기방 같은 여흥문화가 자리하고 있던 곳입니다. 이 일대는 창덕궁 앞길로 해서 그 옆 피맛길(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이 가마나 말을 타고 행차하는 행렬을 피하는 길)과 그 주변이었기에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었고, 자연스레 주막들과 기방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러한 문화는 일제시절과 광복 이후에도 유명 사교클럽 등으로 이어지게 됐고, 이는 이 일대에 음악인들과 연예인들이 많이 오가면서 여흥문화가 계속적으로 발달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이런 문화가 한 번 더 탄력을 받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6.25전쟁과 신분체계의 붕괴, 여기에 더해서 1970년대부터 이루어진 급속도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어느 정도의 사회적 문제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혼란과 압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를 분출할 통로를 음악으로 정하게 됩니다. 그 분출방법이 음악이었던 이유는, 1960년대 초 세계적인 그룹 비틀즈의 등장이 큰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10여 년 간 세계적으로 록이 절정에 이르렀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록 밴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록 밴드의 생성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악기 수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초 ‘트윈폴리오’ 등의 등장으로 통기타 붐이 일어납니다. 이는 통기타의 수요를 급증시킵니다.
1960년대 후반 활동한 2인조 남성 포크(통기타) 그룹. 윤형주, 송창식으로 구성
원래 음악인들이 많이 왕래하던 낙원악기상가에서, 이렇게 악기 수요가 커지면서 상가 내에 악기상점들이 점점 더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여흥의 문화가 가득했던 지역적 특색과 악기 시장의 성장이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또한 1982년 초부터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심야 공연도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밴드와 악사들의 수요를, 더불어서 악기의 수요를 급증시켰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심야영업이 금지되기까지 낙원상가는 최고의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이렇게 악기 시장이 커지는 것을 보며 낙원상가도 단순한 상가에서 악기상점들 위주로 재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낙원 악기상가'로서의 모습을 공고히 만들어 내었습니다.
낙원상가, 한번 찾아가 볼까요?
이러한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낙원상가를 자세히 보여드리고자 직접 낙원상가에 가게 되었습니다.
낙원상가는 종로 3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신다면, 지하철을 통해 종로3가역에서 하차한 후, 5번 출구를 통해 나오시면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낙원상가 주변에는 지도에 나와 있듯이 인사동거리나 탑골공원 뿐 아니라 창덕궁, 창경궁, 청계천 등의 많은 관광지와 볼거리가 있어 쏠쏠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낙원상가를 보면, 1층은 도로이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들어가야 상가가 시작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1960년대 서울시의 도시계획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당시 도시계획 중 삼일로를 율곡로까지 잇는 지점에 낙원시장이 있었습니다. 도로공사를 위해 서울시는 주위 사유지를 시세보다 싼 값으로 사려고 했으나.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됩니다. 결국, 서울시는 도로 위에 건물을 세우자는 묘안을 내놓습니다. 도로 위에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위법이지만, 차량 통행에 지장이 없는 한 무질서한 낙원시장 개발을 위해 무방하다는 판단 하에 이를 허락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낙원상가는 1층은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가 있는 것입니다.
낙원상가의 악기매장은 크게 2층과 3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2층은 종합악기매장인데요, 약 200여개의 업체가 입점해 있습니다. 종합악기매장인 만큼 기타, 베이스, 관악기, 현악기, 피아노 뿐 아니라 음향기기 대여 업체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매장이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많은 악기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3층은 전문악기매장입니다. 주로 타악기, 아코디언, 미디장비(여러 전자악기들을 연결하여 서로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 전문매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장 수는 44점으로 2층에 비해 적은 규모입니다. 이는 3층에는 매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악기점 사무실이 들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공간으로서의 낙원상가
낙원상가는 알고 보면 단순한 악기상점의 집합소가 아닙니다. 4층에는 실버영화관이 준비되어 있고, ‘멋진하늘’이라는 공연장도 구비되어 있어, 문화생활하기에 충분한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가 곳곳에 숨어있는 휴식공간과 카페 등의 장소는 낙원상가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있었습니다.
실버영화관 매표소의 내부 라운지의 모습
실버영화관은 50대 이상의 관객들에게는 ‘낭만인’이라는 이름으로 3000원의 상영요금을 받고 있으며, 일반 사람들에게는 5~7000원 정도 가격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밝혔듯이 많은 역사와 향수를 가지고 있는 낙원상가의 특성상, 정말 알맞은 영화관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실버영화관’이다 보니 상영 영화가 올드한 면이 있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명한 고전영화나, 공연 위주로 공연이 되고 있는 점을 통해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트라운지 ‘멋진하늘’과 공연 포스터
공연장 ‘멋진하늘’에서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공연장은 대여하는데 어렵지 않고, 누구나 신청 후에 공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공연 뿐 아니라 악기사의 기념행사, 기타 전시회 등 많은 볼거리가 연출되는 곳입니다.
문화공간으로서의 낙원상가의 모습
뿐만 아니라 낙원상가 곳곳에 휴식공간을 만들어 놓음으로서, 사람들이 찾더라도 즐겁게 둘러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과 관련된 벽화나, 유명한 인물화, 낙원상가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지도를 그려놓는 등 재미있는 벽화들이 반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낙원상가의 벽화는 대학생들로부터 많은 공모전을 통해 계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 9월에도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벽화가 추가될 것을 보입니다. 음악과 관련된 자유주제로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는 것도 낙원상가의 또 다른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또한 2011년 8월부터 낙원상가 2층에 카페가 생기면서, 상가를 둘러보다가도 잠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격이나 쉬는 공간도 다른 여타 카페에 비해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낙원상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점은, 진열되어 있는 피아노나 기타 중 일부는 시연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와 함께 간다면, 좋은 추억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노를 시연해보는 아이들과 사람들
이러한 점들을 통해 보면, 낙원상가에 오는 것은 꼭 악기를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카페를 가고, 영화나 공연을 보는,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접근성, 소통성, 친밀성 다 잡을 수 있는 낙원상가!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의 발전으로 많은 오프라인 상가들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악기라는 제품의 특성상, 낙원상가라는 오프라인 매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편리한 교통편과 주위 많은 관광지로 좋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음악과 향수에 젖은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낙원상가를 지금도 찾고 있기에, 낙원상가의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악기에서 사람 냄새가 나고 사람들에게서 음악의 역사가 느껴지는 곳’인 낙원상가, 이번 기회에 한번 들러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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