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포털은 망했지만 진 것은 아니다

2015. 12. 17.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마리아 메이어가 이끌고 있는 야후가 세금 문제로 중국 최대 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 지분 분사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정반대로 핵심 사업인 미디어와 검색 사업을 새로운 회사로 분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디어와 검색 사업을 새로운 회사로 넘기면 야후의 미디어와 검색의 가치를 평가받기가 쉬워지고 매각도 보다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최대 무선 통신회사인 버라이즌이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기사화 되고 있으며, AT&T, 컴캐스트, IAC 등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언론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본체인 미디어와 검색을 매각하고 알리바바에 투자를 해서 크게 성공했던 것처럼 야후는 투자 전문 회사로 변신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후는 알리바바 주식의 15%를 가지고 있는데 약 310억 달러 (약, 37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야후 창업자 제리양은 검색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


지금은 야후도 구글이나 네이버처럼 검색 창에 단어를 입력하고 그 단어가 들어간 문서를 찾는 검색 서비스를 제공 하고 있지만 초기에 야후는 운영자들이 좋은 사이트를 발굴해 이를 찾기 쉽게 나열 해 주는 검색 서비스였습니다. 90년대 야후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업체였고 많은 사람들이 기계적인 검색은 사람의 손길이 녹아 있는 검색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야후는 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기계적 검색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창업자이자 CEO였던 제리양이 기계적인 검색을 개발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여러 번 언론을 통해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계적인 검색은 보조 기능으로 외부에서 프로그램을 도입 해 붙이는 방법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 때 야후의 선택을 받은 업체는 알타비스타였다. 알타비스타는 이후 급속하게 성장해 90 년 대 후반 기계적인 검색 서비스의 대표주자가 됩니다. 하지만, 야후와의 계약 종료 이후 급속한 추락을 하게 되고 오버츄어로 팔리는 신세가 됩니다. 야후와의 계약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된 것입니다.


기계적 검색의 몰락을 보면서 90년 대 후반부터 2000년 대 초반까지 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추천하고 분류해 주는 검색 서비스가 우위가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업체들이 야후의 검색을 벤치마킹 해 발전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인 업체는 인잉코 (iningco.com)이였습니다. 이들의 광고 문구는 ‘야후도 두려워하는 사이트’였습니다. 당시 야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평가와 위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잉코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인터넷에서 좋아할만한 사이트를 골라주었으며 궁금한 것을 문의 할 경우 전문가가 이메일로 답 해 주는 가장 원초이며 인간적인 사이트였습니다. 인잉코는 20개국에서 60명이 넘는 각 분야별 전문가를 고용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뉴스1)


실제로 이들은 야후도 두려워할 만큼 빠른 성장을 했습니다. 약 3년만에 전세계 20위까지 치고 올라 오는 성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인잉코는 추후 어바웃 (about.com)으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손길을 통한 검색 서비스가 핵심이었으며 기계적인 검색은 보조 서비스로 취급 받았습니다.


하지만, 알타비스타 이후 야후의 선택을 받은 구글은 이런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구글은 야후 내에 존재하는 보조 서비스였지만 높은 완성도로 야후가 자체적으로 제공하던 운영자 분류 검색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구글은 야후로부터 독립했고 지금은 전 세계 인터넷을 이끌고 있습니다.

 

야후는 검색보다 미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야후는 검색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일까요? 바로 미디어였습니다. 야후는 인터넷이 새로운 미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문, 라디오, TV 이후에 다음 세상은 미디어 포털이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글과 다르게 메인 페이지에 뉴스를 배치 해 놓고 새로운 소식을 계속 알려 주었습니다.


야후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강하게 최고의 인터넷 미디어가 되길 원했는지를 알 수 있는 사건이 있습니다. 브로드캐스트 (Broadcast.com) 인수 건입니다. 야후는 1999년에 57억 달러(약 5조 6천억원) 라는 천문학 적인 금액을 주고 Broadcast.com이라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인수 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비슷한 서비스로 7년 뒤 2006년 초대형 인수 합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 한 사건과 비교 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이 때 사용한 금액이 16억5000만 달러로 야후가 Broadcast.com를 인수 한 금액의 1/3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금액도 시장에서는 비싸게 구입했다고 비판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야후가 브로드캐스트를 얼마나 많은 돈을 주고 인수 한 것인지, 그들이 얼마나 미디어가 되길 강하게 원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야후는 당시 앞으로 다가올 온라인 미디어 시장을 준비 했고, 대표적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TV를 따라 잡기 위해서 동영상 서비스를 인수 한 것입니다. 하지만 야후의 도전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야후는 동영상 서비스인 브로드캐스트에서 재미를 못 보자 동영상 서비스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헐리우드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합니다. CEO를 IT와는 관련이 없던 테리 시멜 회장을 영입했는데, 그는 영화사인 ‘워너 브라더스’를 이끌던 사람이었습니다. 이후 ABC TV 엔터테인먼트 회장으로 ‘로스트’와 ‘위기의 주부들’ 같은 히트작을 연이어 만들어 내며 촉망 받던 브라운을 영입 해 헐리우드에 투자를 하며 콘텐츠를 확보 하려고 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럼, 왜 야후는 실패했고 구글은 성공했을까?


국내에서 야후에 대한 기사를 접하는 경우 대부분 안 좋은 소식 뿐이지만, 아직도 야후는 Alexa (www.alexa.com) 기준으로 세계 5위 사이트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야후는 구글과 방문자 1위를 놓고 다툴 정도로 이용자 수가 많았습니다. 야후가 꿈 꾸었던 인터넷 미디어 제국은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야후는 아직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야후가 구글에 비해 한 없이 초래해 보이는 것은 이용자 수의 차이가 아니라, 미디어와 검색이라는 서비스 모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돈의 차이 일 뿐입니다. 인터넷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물건을 직접 팔지 않는다면 남의 물건을 팔아 줄 수 있게 광고를 해 주는 방법뿐입니다. 야후 같은 미디어를 추구하는 사이트가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 같은 광고를 보여 준다면, 구글 같은 사이트는 돈이 될만한 단어를 검색 할 때, 관련이 있는 광고를 보여 주는 광고를 하고 있는데 이 방법이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 검색 포털은 큰 조명을 받지만 미디어 포털은 초라해지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광고를 보여 주는 광고는 대기업 밖에 할 수 없으나, 대기업은 이미 TV 등에 큰 돈을 투자해 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를 지향하는 야후 같은 사이트에 지출 할 돈이 많지 않으나, 검색 광고는 특정 단어를 검색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비가 저렴합니다. 그 동안 광고를 하지 않던 수 많은 영세 상인들이 수 많은 검색어마다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Flickr)

 

검색보다 미디어가 더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하지만, 미디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익 창출의 한계일 뿐 인터넷에서 미디어의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야후가 꿈꾸었던 미디어 제국을 그들의 부가 서비스 사업자였던 구글이 유투브를 통해 더욱 발전 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