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8.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12월호>에 실린 KBS 세계유산-특별프로젝트방송기획단 단장 송기윤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지난 1983년 6월 30일에 첫 방송되고 이후 138일간, 무려 453시간 45분간 생방송되면서 한반도를 눈물과 탄식 그리고 감동으로 지새우게 했던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유네스코는 한국시간으로는 지난10월 10일 새벽 2시, KBS가 제출한 이산가족 찾기 영상기록물 683건과 사진기록물 1만 4,846건 등 총2만 522건의 방송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TV 방송기록물로는 독일의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남북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우리 후손들에게 일깨워 줄 수 있는 역사적인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 관련 자료들. / 사진 제공: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는 지난 1983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했던 당시 선배님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자료 수집에서 등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저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의 인연은 20년 전인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KBS 신입사원들에 대한 기획서 및 서류 작성, 영상 편집 등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교육을 받던 PD 중 지금은 뉴욕 특파원으로 나가 있는 한 후배를 만났습니다. 편성기획부 소속이었던 그 후배로부터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류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예선 단계인 문화재위원회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그 만남 이후 세계기록유산 등재 프로젝트는 다시 시작됐습니다. 1983년 방송기록물과 관련 자료를 더 찾고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다시 한 번 등재 신청을 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1983년 프로그램 연출자였던 이원군 선배님을 찾아가서 당시 상황을 빼곡히 기록해놓은 업무수첩을 뒤적이며 관련 자료들을 찾아냈고, 전국 KBS 지역방송국에 흩어져 있던 자료들도 취합했습니다. 그 후, 영상기록물과 사진기록물의 수집과 분석 업무는 아카이브관리부로 이관되어 등재 신청이 순조롭게 다시 이루어졌고, 2013년 10월 문화재청 심사를 통과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집된 방송기록물들에 대해 전문적 식견으로 분석 작업을 도와준 서울시 학예관 분들께 특히 감사드립니다.
등재 신청 이후 2015년 1월, KBS는 후속 업무와 지속적인 이산가족 찾기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편성본부 산하에 세계유산-특별프로젝트방송기획단을 신설했습니다. 방송기획단에서는 지난1983년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의 가치와 의의를 재조명하고, 동시에 나날이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기원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6·25와 추석 특집으로 제작했습니다. 또한 대한적십자사와 공동으로 이산가족들의 영상편지를 제작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MOU를 체결하여 향후 북측 이산가족들에 대한 유전자 정보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사실상 첫 방송물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텔레비전을 활용한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입니다. 국민의 관심도 경이적이었습니다. 당시 조사 대상자 중 53.9%가 새벽 1시까지 방송을 시청한 적이 있고, 88.8%가 프로그램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시청률은 78%까지 육박했습니다.
이번 등재 결정은 TV를 통해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과 분단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고, 이를 계기로 냉전의 종식과 남북의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 심사에 참여한 독일의 요르단 조단(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부의장, 세계기록유산 교육·연구 소위원회 의장)은 “나도 한때 분단국가였던 독일 출신이기 때문에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한국 사람들의 삶과 감정에 미쳤을 엄청난 영향력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할 수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서경호 서울대 교수(전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는 “TV 방송 프로그램이 등재된 경우는 사실상이번이 처음입니다. 베를린장벽에 관한 기록물은 서류, 증언 등이 대부분이며 방송물은 극히 일부이지만, KBS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방송이 핵심입니다. 앞으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서 방송물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지난 1983년에 시작했고 2015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미완성입니다. KBS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남북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특별기획 ‘만남의 강은 흐른다’를 비롯한 이산가족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지속적으로 기획·제작해 왔습니다. 지난 10월 금강산 상봉 행사를 앞두고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조순전 할머니(83세)는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조카가 KBS에 전화를 걸어와 65년 만에 상봉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여 KBS는 ‘이산가족찾기 특별전’도 함께 개최했습니다. 가족을 찾고자 했던 염원과 희망의 장소가 됐던 KBS 본관과 시청자광장에 사연판과 현수막을 부착해 32년 전 그때 당시를 생생하게 재현했습니다. 그 결과, 한 달에 걸친 전시기간 동안 3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디딤돌 되길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아픔이 국제적인 공감대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남북 분단으로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산가족들이 6만명이 넘습니다. 이분들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자입니다. 이산가족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에 이산가족이 한 가족도 없는 날까지 상봉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향후 남북 이산가족 찾기가 성사되고, 더불어 남북 방송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한반도가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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