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리터러시센터 연수기

2016.01.05 14:00해외 미디어 교육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12월호>에 실린 월계고 교사 한유승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인터넷의 발명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 학생들이 개인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디어를 스스로 해석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기 위해 학교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미국CML(Center for Media Literacy) 방문 연수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미디어를 분석하는 5가지 핵심 개념


CML은 1977년 설립된 미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 교육기관입니다. CML은 비영리 교육기관으로서 아이들과 성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관련연구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이론을 개발하고 이를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적 틀과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CML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은 먼저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가졌다.


CML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이라는 체계적인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은 ‘제작자, 형식, 이용자, 내용, 목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핵심 개념으로 다양한 미디어 자료들을 해체하고 분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뉴스, 기사, 광고, 영화 등의 다양한 미디어를 접할 때 이 핵심 개념을 활용해 비판적인 사고를 연습하는 것이 CML 연수의 주요 학습 내용입니다.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은 미디어 분석뿐만 아니라 미디어 제작에 있어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들도 쉽게 미디어 분석 


CML에서 다섯 가지 핵심 개념에 대해 공부한 후 이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미디어 수업을 실천하고 있는 로스 펠리즈 차터 스쿨을 방문했습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설립한 조금 특별한 공립학교입니다. 일반적인 교과 내용도 수업하지만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 교육을 특색 있게 진행한다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무엇이 미디어인가’라는 학습목표에 따라 수업이 진행됐는데 크게 세 단계로 전개됐습니다.


(1)학습목표(미디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마인드맵으로 개념 정의하기

(2)광고를 보고 ‘다섯 가지 핵심 개념’에 따라 모둠별로 토의하고 분석하기

(3)학급이 함께 토의한 내용을 발표하고 공유하며 정리하기


로스 펠리즈 차터 스쿨에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미디어란 무엇인가’라는 학습목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은 칠판 한가운데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안에 ‘미디어’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무엇이 미디어인가” 질문을 던지면서 마인드맵을 그려나갔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후 학생들은 모둠별로 장난감 광고를 시청했습니다. 이날 수업에 사용된 광고는 영상과 음향 효과를 잘 활용하여 초등학생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도록 재미있게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광고를 보고 난 후 학생 3명이 한 모둠이 되어 광고를 반복해 보면서 “제작자가 누구인지, 어떤 형식을 활용했는지, 어떤 청중을 위한 것인지, 어떤 가치관을 담고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질문하며 모둠별로 토의했습니다. 다소 어렵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은 나름의 답을 스스로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모둠별 토의 시간 후에는 선생님이 전체 학생들을 모으고 모둠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정리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CML의 ‘다섯 가지 핵심개념’을 활용하면 초등학생들에게도 쉽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학년과 상관없이 어떤 미디어 자료에도 쉽게 다섯 가지 핵심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핵심 개념이 명료하고 체계적이기 때문에 초등학생뿐 아니라 누구도 금세 이해하고 이를 미디어 분석에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식 교육방법 개발 절실 


우리 미디어교육에도 제작자의 의도를 분석하거나, 형식과 기술적 기법들이 주는 효과에 대해 가르치는 수업은 많이 있습니다. 다양한 기관에서 미디어강사를 양성하고 있고 신문사에서는 신문 활용 교육(NIE)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많은 선생님들이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갖고 수업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의 환경에 맞추어 모든 종류의 미디어에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체계적인 틀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CML에서 주목할 것은 대학과 협력해 연구를 기반으로 이론을 체계화했고, 이 핵심 개념을 어떤 주제에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틀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명료하고 체계적인 합의를 토대로 했기에 다양한 미디어 자료에 두루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미디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3명씩 한 모둠이 되어 분석 대상인 광고를 반복해 보면서 CML의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을 적용해 서로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토의 시간을 갖는다.


한국에서도 전문가들의 연구와 우리 교육 환경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합의를 기반으로 그 교육방법을 체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의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이론적 기반을 닦아 타당성을 확보해야 하며 학교 현장에 적용하여 그 실효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그리고 관련 기관에서는 행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함께 해주어야 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교사와 강사들을 적극 발굴하여 학년, 교과, 지역을 넘어서 서로의 교육적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많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미디어교육은 신문, 영화, 광고,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 간의 협력과 교류가 더욱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제작하고 있는 기획자, 방송PD, 작가 등 미디어 제작 전문가들과도 교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을 토대로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법을 확립하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미디어를 이해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기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주체적인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