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5. 16:51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최근 인터넷과 SNS상에 ‘검정 교복의 부활’, ‘교복마저 7~80년대로 회귀’ 등의 글이 이슈였습니다. 바로 지난 3월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학생 교복 시장분석 결과 제도개선’ 보도자료의 ‘교복 표준 디자인제’ 단어 때문입니다. 언론을 통해 ‘교복 표준 디자인제’는 전국 교복 통일, 4~50년 전의 교복 부활과 동일한 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공정위가 언급한 ‘교복 표준 디자인제’의 취지와 내용은 무엇일까요?
70~80년대 배경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학생들은 검정색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당시 교복은 색은 물론이고 단추와 이름표 위치 등 디자인이 모두 같았습니다. 부모님 세대의 학창시절을 상징하던 검정 교복은 1983년 교복자율화가 추진되면서 자취를 감추었고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과 SNS상에서 ‘70~80년대 교복을 입는다’, ‘옛 교복의 부활’ 등의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검정 교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검정 교복이 부활한다니 사실일까요?
<출처: 위키피디아>
공정거래위원회의 ‘교복 표준 디자인제’ 논란
지난 3월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학생교복 시장분석 결과·제도 개선’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주요내용은 ‘학교 주관 교복 구매제’의 방법 변경으로 ‘신입생으로부터 학교가 교복 신청을 받아 물량을 확정한 후 입찰’입니다. 이는 현재 1‘학교 주관 교복 구매제’ 방식에서 탈락한 일부 업체가 낙찰업체의 품질을 문제 삼거나 신입생에게 개별구매를 부추겨 낙찰업체의 사업을 방해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복 시장개선의 좋은 취지를 담은 공정위의 보도자료는 때 아닌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바로 중장기 방안으로 내놓은 ‘교복 표준 디자인제’ 때문입니다.
한 언론에서 ‘디자인 모두 통일…옛날 교복 부활 추진’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자율 교복이 빈부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전국적으로 통일된 교복이 등장할 모양입니다. 4~50년 전의 옛 교복이 부활될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라며 공정위의 발표 내용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사 보도 이후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교복 표준 디자인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들끓었습니다.
‘교복 표준 디자인제’, 교복 통일과 다른 말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교복 표준 디자인제’는 과연 과거처럼 전국의 교복을 통일하는 제도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언론에서 보도한 것과 달리 공정위의 ‘교복 표준 디자인제’의 핵심은 학생 교복 시장의 경쟁원리 도입입니다. 통일된 하나의 교복이 아닌 10~20여 개의 교복 디자인을 제시하여 학교에서 선택하고, 디자인별로 일반 소매점과 온라인을 통해 판다는 것입니다. 대량생산과 업체 간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와 품질 향상을 이루겠다는 뜻입니다.
이미 ‘교복 표준 디자인제’와 유사한 방안을 도입한 지자체들도 존재합니다. 충북과 강원은 지난해 표준 교복을 도입했고, 부산도 내년부터 표준 교복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부산의 경우 남청색, 회색, 검은색 등 3가지 색상과 기본 디자인 2종류를 중심으로 교복 디자인을 구성하였습니다. 조합에 따라 총 54종의 다른 교복 디자인이 나옵니다. 부산시 교육청은 “학부모 교복비 부담을 줄이고 구매가 편리하도록 하기 위해 교복 표준 디자인제를 도입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충남도교육청은 표준 교복 도입 후 평균 61,370원의 교복 구입비를 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넥타이 색으로 학교를 구분하는 영국과 일본
영국과 일본에서도 표준 교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공립학교의 경우 교복 디자인이 하나로 재킷, 넥타이 등의 색깔을 달리하여 학교를 구분합니다. 교복 구입은 슈퍼마켓 체인점인 테스코 등에서도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합니다. 일본 역시 배지나 넥타이 등으로 구분하며 교복 전문점에서 표준화된 교복을 살 수 있습니다.
개성 침해, 획일화 등 ‘교복 표준 디자인’이 넘어야 할 산
‘교복 표준 디자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교복 가격 인하와 품질 향상을 할 수 있다는 시각과 학생들의 개성을 침해하고 사회를 획일화 시킨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습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교복은 “학교의 전통을 상징하는 것으로써, 학교와 학생 모두 독특한 디자인의 교복을 원하지 다른 학교와 비슷한 스타일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표준 교복의 강제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교복 표준 디자인제는 중장기 방안이고 시행된다 해도 강제할 순 없다”며 “최종 결정은 교육부가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검정 교복의 부활은 없습니다. 그러나 ‘교복 표준 디자인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시행될지는 우리 모두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이번 ‘교복 표준 디자인제’의 공정위의 본래 취지와 달리 ‘교복 통일’이라는 2프레임으로 논란을 증폭시킨 언론의 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활용 기사 : EBS NEWS, <한 주간 교육현장> 전국 교복디자인 통일 추진 ‘논란’ 2016.03.04. : 대전투데이, 충남교육청,표준 교육 도입으로 교복비 부담 경감 효과 드러나 2014.05.06 : 경향신문, [정리뉴스] 전국 교복 디자인 하나로 통일한다?...사실은 이렇습니다. 2016.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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