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4. 10:25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읽는 존재
송화준, 책읽는 지하철 대표 기획자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고 하면 질문한 사람이 자신을 낮추기 위해 또는 조언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칭찬의 뜻을 담아 사용합니다. 대체로 현답에 방점을 찍는 거죠. 하지만 혹시 이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우문이 있어 현답이 있다.' 또는, 우문은 글자 그대로 '어리석은 질문’, 그뿐일까?
우(愚)에는 '어리석다' 이외에도 '둔하다', '느리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문을 '느린 질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쉽게 나오지 않은 질문, 남들이 보기에는 어리석은(또는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이지만, 그 사람에게는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나온 질문. 그게 진짜 우문 아닐까요. 그런 사람이라면 어떤 얘기를 듣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고, 또 현답으로 만들어내지 않을까요.
▲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세상을 바꾼 질문들 | 김경민 | 을유문화사
<세상을 바꾼 질문들>은 16세기부터 현대까지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부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까지. 지금은 위대한 질문이라고 칭송하지만, 그들이 증명해내기 전까지 비난과 비웃음을 감내해야 했던 우문의 전후를 추적한 책입니다.
'왜 여자들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여야 하지?' 샤넬이 이 질문을 던지기 전까지 여자들은 고통스럽게 허리를 꽉 조이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긴치마를 땅에 끌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죠. 누군가 그런 질문을 했다면 비웃음을 샀을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샤넬은 그런 비웃음에 귀 기울이지도, 안주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녀는 승마복을 개조하여 여성복 바지를 만들었고, 어부와 죄수들이 입던 스트라이프를 여성의 패션아이템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핸드백에 어깨끈을 달아 여성들의 손을 해방시켰습니다. 샤넬이 그 누구보다 여성인권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1543년은 세계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해였습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창하고, 의학사의 한 획을 그은 베살리우스가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를 출간한 해이기 때문입니다. 베살리우스는 '왜 의사들은 실제 해부를 통해 연구하지 않는 걸까?’라는 지금으로써는 당연한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로마 시대부터 1400년 넘게 성경에 버금가는 권위를 유지했던 갈레노스의 의학지식의 오류를 파헤치고 의학발전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합니다. 우리가 많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베살리우스에 빚진 바가 큽니다.
이렇듯 <세상을 바꾼 질문들>엔 지금은 그들이 던졌던 질문에 의문을 갖는 게 오히려 바보 같은,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은 위대한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다룹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어떻게 해서 그런 의문을 품게 되었는지 그 실마리를 추적하고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찾은 답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준다는 사실입니다.
▲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철학자처럼 질문하라 | 크리스토퍼 디카를로 | 지식너머
물론 질문을 하고 그것에 대해 사유할 때 기술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철학적 사유를 하고 철학자처럼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지. <철학자처럼 질문하라>의 저자 크리스토퍼 디카를로는 우리가 현실에 던지는 중대한 다섯 가지 질문을 '빅 파이브' 질문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1.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2. 나는 왜 여기 있는가?
3. 나는 누구(어떤 존재)인가?
4.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5.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고의 틀'을 제공하고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도출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즉 좋은 답이 빠진 좋은 질문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답을 찾느냐는 어떻게 질문을 던지느냐의 다른 말인 것입니다. 이 책은 좋은 질문을 알려주는 책이자, 질문에 좋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안내서와도 같은 책입니다.
▲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관점, 다르게 보는 힘 | 최윤규 | 고즈윈
좋은 질문의 시작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르게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걸 '관점'이라고 부릅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와 이코노미스트 등에 연재해온 저자는 유머집에서나 만날 법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현실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에 색다른 시각을 제공합니다. 요즘 말로 ‘아재 개그’라고 하죠. 저자의 아재 개그에 빠져 읽어내려가면 어느새 머리가 말랑말랑해지고, 내 사유의 바다에 유쾌한 물음표가 떠다닙니다. 위에 소개한 두 책과 비교해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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