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9. 17: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읽는 존재
조영표 도서관에 사는 남자
[요약] "책은 깨끗하게 읽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지저분하게 읽는 것이 맞을까?" 책을 읽어내는 데는 다들 자신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
책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깨끗하게 눈으로만 읽는 방법이 있고, 지저분하게 밑줄이며 낙서를 하며 읽는 방법이 있다. 또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점은 지금 자신의 책 읽는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깨끗하게 읽기의 함정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깨끗하게 읽는다. 밑줄을 긋지도 않고, 책에 낙서 하나 하지 않으며 깔끔하게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왜 깨끗하게 읽느냐 물으면 다양한 대답이 돌아온다. "책이 지저분해지는 게 싫어서요.", "나중에 중고로 되팔려고요.", "다시 읽을 때 방해돼서요."
깨끗하게 읽으면 분명 좋은 점이 있겠지만 큰 문제가 있다. 깨끗하게 읽으면 위의 대답대로 책이 깨끗하니 깔끔함을 느낄 수 있고, 다시 되팔 수 있으며, 다시 읽을 때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깨끗하게 읽는 것의 큰 문제점은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온전히 내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글을 읽고 사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간혹 하나의 글을 읽고 끊임없이 사유하는 사람은 예외다.
#필사하며 읽기
올해 서점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유난히 필사에 관련된 책이 많이 출간됐다. 원래 글을 쓰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듯 했던 필사가 왜 일반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을까?
필사를 해본 사람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빠르게 책장을 훌훌 넘어가던 때와는 달리 필사를 하며 책을 읽으면 눈으로만 읽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눈으로 글을 읽는 속도보다 손으로 글을 옮겨 쓰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보니 책을 천천히 읽게 되고, 책의 내용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사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필사는 또한 저자의 사고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는 <황홀한 글감옥>에서 필사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좋은 글을 읽고 감동하고, 그 감동에 자극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샘솟을 때 그 글을 닮고 싶어 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닮고 싶은 글이 있으면 서슴지 마시고 그 글을 흉내 내십시오.’
마음에 드는 부분을 필사하며 글을 읽는 것은 그 글의 저자가 사유했던 과정을 느낄 수 있다.
조정래 작가는 또한 같은 책에서 대하소설을 읽을 때는 수첩을 준비해 등장인물의 이름과 이야기의 흐름을 적어가며 읽는 것이 독서 효과를 몇 배로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글을 쓰며 읽는 것은 눈으로만 읽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글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밑줄 그으며 읽기
책 읽기를 시작하고 초기에는 책에 절대 펜을 댈 수 없었다. 밑줄을 그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또 어디에 밑줄을 그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책에 낙서를 하며 읽는 사람도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은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가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은 금세 잊혀져 갔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깨끗했던 책들은 점차 더러워졌다. 누군가는 책이 지저분해지는 것은 단점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이 점점 즐거웠다. 읽었던 책을 다시 폈을 때는 밑줄 그은 부분만 읽어도 책의 내용이 대부분 기억났다. 이 과정은 5~10분 정도면 할 수 있어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 아주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밑줄 그을 부분을 찾으며 책을 읽기 때문에 독서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밑줄을 그으며 ‘나는 왜 이 문장에 밑줄을 그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해당 문장을 곱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책을 깊게 읽으며 사고력이 넓어졌다.
최근에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의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는 <3색볼펜 공부법>이라는 책에서 자신은 세 가지 색깔의 볼펜을 사용하여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유명한 독서가이자 작가인 그 역시도 밑줄 그으며 책 읽기의 힘을 설파하고 있었다.
#두 가지 방법 중 무엇이 좋을까?
책에서 읽고, 실제로 만난 독서가들은 결코 책을 깨끗하게 눈으로만 읽는 법이 없었다. 마음이 가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또는 그 밑줄 그은 부분을 노트에 옮겨 적기도 했다. 더 나아가 그 문장을 활용하여 글을 쓰는 독서가도 많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다. 책을 읽는 방법 역시 정답은 없다. 독서를 즐기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방법을 들어보고, 한 번씩 따라해보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독서법을 손쉽게 배울 수 있다. 그러면서 내게 맞는 방법이 무엇이며, 나만의 독서법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또한 독서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필사하며 읽기와 밑줄 그으며 읽기는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눈으로만 읽지 말고 무엇이라도 해보자. 손을 움직이고 머릿속에서 사고를 시작하는 순간 독서의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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