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월드 와이드 ① 소액결제 뉴스 플랫폼

2016.06.27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홍예진, 미네소타주립대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


[요약] “저널리즘도 스포티파이(Spotify), 넷플릭스, 아이튠즈가 필요하다.” ‘블렌들’은 한곳에서 모든 언론사의 읽고 싶은 기사만 골라 간편하게 돈을 내고 기사를 읽을 수 있게 한 서비스 입니다. 또한 구입한 기사가 만족스럽지 못 할 경우 환불을 해주는 등 이용자 입장의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러자 젊은 세대들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 블렌들 미국판 초기화면



네덜란드의 미디어 플랫폰 블렌들(Blendle)이 지난 3월 23일 미국에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자가 읽고 싶은 기사를 건별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블렌들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타임매거진 등 프리미엄급 언론사를 포함 총 20개의 언론사와 제휴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베타서비스 기간 동안은 사용자를 1만 명으로 제한했다. 블렌들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산더 클뢰핑은 "저널리즘도 스포티파이(Spotify), 넷플릭스, 아이튠즈가 필요하다. 블렌들은 미국의 권위있는 신문과 잡지 기사들을 하나의 플렛폼에 모아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기사를 건별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사 한 건당 가격은 신문의 경우 19~39센트, 잡지의 경우 9~49센트 선에서 책정됐다. 기사의 가격은 각 언론사들이 직접 책정하며 전체 수읙의 70%는 언론사가 30%는 블렌들이 가져간다. 또한 구입한 기사가 만족스럽지 못 하면 전액 환불 받을 수 있으며, 블렌들에서 읽는 뉴스 기사에 광고는 없다. 



#새로운 독자 창출한 소액결제


블렌들은 2014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네덜란드 정부 지원금을 받고 창업한 미디어 벤처 블렌들은 기사의 건별 구매라는 소액결제 방식을 저널리즘에 적용했다. 같은 해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독일의 악셀 슈프링어가 300만 유로를 투자하는 등, 블렌들은 주류 언론계의 주목을 끌었다. 또한 독일어로 서비스하는 스위스 신문 노에취르히자이퉁과 영문판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 이코노미스트 등도 블렌들에 가세했다.


클뢰핑이 공개한 첫 1년간의 성과 보고에 따르면 일단 블렌들의 시도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블렌들은 네덜란드의 거의 모든 언론사들과 손을 잡았으며, 1년 만에 25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해 수익을 얻었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이 광고 이외 수익을 위해 시도했던 모델이 정기 구독을 전제로 한 요금장벽(paywall)이었다면, 블렌들은 독자가 읽고 싶은 기사만 골라 구매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실험에 성공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한 곳에서 모든 언론사의 기사를 읽을 수 있고 언론사 사이트마다 들어가서 등록을 할 필요가 없으며, 클릭 한 번이면 간편하게 돈을 내고 기사를 읽을 수 있으며, 구입한 기사를 간편하게 환불해 주는 등 이용자 입장에서 편리하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뉴스 기사에 돈을 낸다는 생각조차 한 적 없던 젊은 세대들이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클뢰핑은 블렌들의 첫 1년간의 운영으로 얻은 네 가지 교훈을 공유했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소액결제'가 저널리즘에도 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든 공짜로 읽을 수 있는 일반적인 뉴스 기사는 많이 팔리지 않았다. 이용자들이 구매하려는 기사는 그런 기사가 아니라 심층기사, 분석기사 사설, 긴 인터뷰 같은 것들이었다. 즉, 사람들은 '무엇(what)' 보다는 '왜(why)'에 돈을 쓸 용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블랜들의 환불 정책으로 인해 낚시 기사는 발붙일 수 없었다. 기사별로 돈을 내야 한다면, 버즈피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유명인들의 가십을 다룬 잡지 기사들은 평균치보다 높은 환불률을 보였는데, 이런 기사들은 대개 낚시성 기사였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돈을 낼 가치가 있는 기사에만 돈을 내려고 한다. 따라서 블렌들에서는 고품질 저널리즘이 대세였으며, 이것은 소액결제가 결과적으로 더 나은 저널리즘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셈이었다.


셋째, 소액결제와 환불은 이제 언론사들이 참조하는 중요한 지표가 됐다. 지난 20년 동안 페이지뷰에만 신경을 썼던 많은 언론사들이 최근에는 페이지뷰의 한계를 인지하고 이용자들의 참여 시간(engagement time)을 보기 시작했다. 블렌들로 인해 여기에 두 가지 지표가 더해졌다. 즉, 기사들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소액결제로 가져왔는가, 그리고 그 기사를 읽은 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환불을 요청했는가를 고려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소액결제로 인한 수익은 언론사의 부수입이었다. 1년 전에 네덜란드 일부 언론사들은 블렌들로 인해 기존 독자들이 정기 구독을 취소할까봐 걱정했었다. 그러나 기존 구독자들에게 블렌들은 그다지 매력적인 플랫폼이 아니며, 현재 돈을 내고 있지 않은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인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와 같은 교훈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면서 블렌들은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통했던 소액결제가 다른 나라의 저널리즘 수익 모델에 좋은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타진해 보고자 했다. 광고에 덜 의존하면서도 더 좋은 저널리즘을 위한 지원을, 바로 블렌들의 소액결제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에서도 성공할까?


그러나 미국은 유럽 시장과는 조금 다른 특수성이 있다. 우선, 시장의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의 인구수가 약 8,000만, 네덜란드의 인구수가 약 1,700만 정도인데 비해 미국은 3억 명이 넘는 거대한 시장이다. 또한 블렌들이 유럽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때에는 독일과 네덜란드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와 제휴를 했으나, 미국의 경우 베타 서비스이긴 하지만 현재 20개라는 소수 언론사와만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변수는 네덜란드나 독일에 비해 미국에는 공짜로 읽을 수 있는 온라인 영어판 뉴스가 도처에 널렸다는 것이다. 즉, 유럽 언론사들의 경우 미국보다 훨씬 강한 요금장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블렌들을 통한 기사별 소액결제는 신선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신문 기사에 돈을 지불해 본 경험이 별로 없는 미국 독자들에게 소액결제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블렌들은 조금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상한다. 클뢰핑은 "미국에서 우리는 이용자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뉴스 기사를 읽어 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렇게 일단 블렌들 앱에 들어오면, 다른 곳에서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뉴스 기사라 하더라도 기꺼이 돈을 내고 읽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블렌들은 또한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게 최적화된 뉴스를 제공하는 것에도 더욱 신경을 쓸 계획이다. "블렌들 앱에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이 정말 관심 있어 하는 뉴스 기사를 몇 개 골라 준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구글의 헤드라인에 현혹되거나 어디에서 어떤 뉴스를 공짜로 읽을 수 있는지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렌들 이용자들은 기자 출신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6~7개의 기사를 매일 아침 이메일 뉴스레터로 제공받는다. 큐레이터는 전날 밤 신문 기사를 읽고 독자들이 흥미 있어 할 만한 기사를 찾아 추천하는 것이다. 또한 알고리즘 추천 방식도 사용해 이용자가 언론사나 블렌들의 다른 이용자를 팔로우해 기사를 찾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


니만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유럽판 블렌들에 기사를 제공하고 있던 워싱턴포스트 측은 얼마나 많은 기사가 블렌들을 통해 구매됐는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꽤 괜찮은 트레픽과 수익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현재 워싱턴포스트는 기사 한 건당 19센트로 가격을 책정했으며, 인쇄판으로 출판된 모든 기사와 그 외의 기사들을 매일 블렌들로 전송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무엇보다도 블렌들의 소액결제 방식이 미국에 어떻게 정착할 것인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브렌들과의 제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정기 구독 방식을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월스트리트저널 또한 블렌들에 이미 기사를 제공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렌들의 진출로 인해 독자가 콘텐츠에 접근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기사당 39센트라는 비교적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간 시사지 타임 또한 블렌들과의 제휴가 새로운 독자를 끌어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임의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는 스콧 맥앨리스터는 "블렌들이 색다르고 젊은, 그리고 지금까지는 타임을 구입하지 않았던 독자층을 공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초기에는 잡지에 게재될 기사를 공급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블렌들에 최적화된 뉴스 기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타임의 경우 피처 기사나 커버스토리는 일반 기사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



#소액결제의 득과 실


기사당 소액결제는 분명 득과 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액결제가 성공한다면 언론사들에게는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이 발생하겠지만, 독자와 편집자에게는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우선 독자들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기사에는 돈을 내지도 읽지도 않게 될 것이므로, 장차 정보 불균형이 우려된다.


또한, 특정 기사가 잘 팔릴수록 블렌들은 그 기사에 편집권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편집자와 기자는 블렌들의 돈벌이가 될 만한, 즉 독자들이 구입할 만한 기사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언론사 입장에서도 기사의 건별 유통은 위험 요소가 있다. 뉴스가 이런 방식으로 소비된다면 언론사의 기존 브랜드 가치는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인지 월스트리트 기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채, 기사 자체의 흥미와 품질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유럽산 블렌들이 미국에서 정착할 수 있느냐는 소액결제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블렌들이 시도한 '저널리즘의 소액결제'가 장차 미국 언론계에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지 흥미롭다.


※ 미디어 월드 와이드

① [미국] 유럽에서 소액결제로 성공한 뉴스 플랫폼 미국 진출

② [유럽] ‘이색 콘셉트’ 저가 종이신문 창간 두 달 만에 폐간

③ [프랑스] 언론사 모바일 방문자 전년 대비 32.3% 증가





[활용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2016.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