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260만명,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열광하는 이유는?

2011. 9. 9. 14:0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희망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생겨나는 것이 희망입니다.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합니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도 희망은 없습니다.

-2001년 8월 1일 첫 <고도원의 아침편지>

현대인의 일상은 녹록치 않습니다. 매일 아침 허기진 배를 김밥으로 때우며 출근을 하고, 자리에 앉으면 그때부터 하루종일 바쁜 업무에 매달립니다. 그러다 상사에게 불려가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변덕 심한 거래처의 비위를 맞추느라 억지 웃음을 지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문득 시계를 보면 저녁 6시를 훌쩍 넘긴 시간. 퇴근길 지친 몸을 지하철에 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불확실한 미래, 무엇인가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기대치.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가끔은 숨이 막힐 듯한 이런 고민들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리고 괜찮다고, 지금도 잘 하고 있다고 하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를 듣고 싶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그런 현대인을 위로해 주는 일상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2001년 자신과 같은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시작했다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10년이 지난 지금, 260만 명이 구독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책에서 읽은 인상 깊은 글귀를 몇 줄 적고, 그 아래 조그만 단상을 붙인 이 편지는 많은 직장인들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지난 9월 7일 대전 한남대학교에서 열린 신문읽기 순회특강 <리더스 콘서트>에서 ‘아침편지’의 주인공 고도원 이사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읽기로 찾는 꿈 너머 꿈’이란 제목으로 이루어진 이날의 강연에서 그는 과연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었을까요?



절망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희망의 노트북’

남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고도원 이사장이지만, 그의 젊은 시절은 의외로 불행했습니다. 대학에 다닐 당시 교내 학보사 편집장까지 지낸 그였지만, 정부의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강제징집을 당했는데요.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제대 후 결혼을 했지만 신혼 여행은 꿈도 못 꾸었고, 세간이라곤 달랑 전기밥솥 하나만 있을 정도로 살림은 궁핍했습니다. 살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서울 중곡동의 좋은 자리에 문방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전 재산을 걸고 계약을 했지만, 그것마저 복덕방에 사기를 당해 가진 돈을 모두 날렸다고 합니다.

그 때의 상황을 고도원 이사장은 “하늘이 노래지고 목구멍으로 물이 넘어가지 않았다”고 표현했는데요. 몇 개월간 식음을 전폐한 그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생활을 거쳐, 월간 <뿌리 깊은 나무>의 잡지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고도원 이사장은 항상 신문 기자를 꿈꿔왔기에 기자라는 신분으로 시작한 <뿌리 깊은 나무>의 생활이 정말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는데요. <뿌리 깊은 나무> 취직 후, 5년 동안 가장 부지런한 잡지 기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80년 <뿌리 깊은 나무>가 강제폐간 당하면서 다시 한번 절망의 늪에 빠졌습니다. 거듭된 불행이었지만, 고도원 이사장은 이때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희망을 가졌다고 했는데요. “나중에 사회에 나와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일하게 되면, 그 모습을 누구 한 사람은 보게 되어 있습니다. 이때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되는데요. 좋은 사람은 꽃길에서, 비단길에서 만난 사람이 아닙니다. 절망의 계곡에 빠졌을 때 다가와서 손을 내미는 사람들 가운데 귀인이 있습니다”



고도원 이사장 역시도 그때 귀인을 만나 일간지에 특채되었고, 15년간 사회부, 정치부 기자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하여 대통령 연설문을 담당하며 글쟁이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고도원 이사장은 절망에 빠졌을 때에도 ‘신문’을 놓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고도원 이사장은 신문의 헤드라인을 읽으면서 욕도 했지만, 그 와중에도 가끔 자신에게 빛을 주는 기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기사들을 스크랩해서 희망의 노트북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훗날 이렇게 스크랩한 기사들이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밑거름이 된 것이죠.



한국 청년에게 고함 ‘꿈 너머 꿈’

고도원 이사장은 서재필 박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서재필 박사는 갑신정변을 일으켰으나 실패하자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해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 후 서재필 박사는 귀국하여 의사가 아닌 교육자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요. 그 이유는 젊은 사람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렇게 서재필 박사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시작했고, 강연을 들은 젊은이 중에는 영어 교사가 꿈인 청년이 있었다고 합니다. 서재필 박사의 강연을 들은 젊은이는 자신의 꿈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계하게 되는데요. 그 청년이 바로 주시경 선생이였습니다. 주시경은 ‘영어는 띄어쓰기가 있는데 한국은 왜 띄어쓰기가 없을까?’라는 문제를 고민하다가 한글 문법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 후 <독립신문>을 발행하는 데 큰 힘을 실어주게 됩니다.


다양한 실화를 이야기하면서 고도원 이사장은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습니다. 세상을 잘 읽으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절망의 계곡에 빠졌을 때 마지막 희망은 좋은 꿈을 품는 것입니다. 좋은 꿈은 한 사람의 꿈에 머무르지 않는 법이지요. 꿈은 자라납니다. 한 사람의 행복에 머물지 않고 두 사람, 열 사람, 백 사람 행복에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 좋은 꿈입니다. 그것이 ‘꿈 너머 꿈’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6년 전 고도원 이사장은 대학원생 500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특강 중에 학생들에게 본인의 꿈을 묻기 시작했는데요. 그 중에 세 학생이 각자 본인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 후 다시 ‘꿈을 이룬 후에 무엇을 할 건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합니다.


고도원 이사장은 “이 세 학생에게는 좋은 꿈이 있습니다. 이 꿈에 세 학생에 미래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슴 아프고 안타깝게도 세 학생에게는 이 꿈이 이루어진 다음에 무엇이 하겠다는 꿈 너머 꿈이 없습니다.”라고 했는데요. 그 특강이 바로 <한국 청년에게 고함>이었다고 합니다.


가슴을 뜨겁게 해라

고도원 이사장은 “꿈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 될 수는 있으나, 꿈 너머 꿈을 가진 사람은 위대할 수 있습니다”라며 가슴을 뜨겁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읽기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문, 잡지라는 매체는 우리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우리 삶의 환경이라는 말을 덧붙였는데요. “우리가 매일 물을 마시지 않거나 밥을 거르게 되면 잠시는 견딜 수 있어도 우리의 육체는 결국 상하게 됩니다. 그렇듯 읽기를 멈추면 정신이 허물어지게 되죠. 우리 정신의 양식이라 할 수 있고 꿈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놓치면 안됩니다”라며 “읽기가 사색의 기본입니다. 물과 공기와 같이 책이나 신문 등 종이매체에 친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도원 이사장은 “’10년, 20년, 30년 후에 내가 꿈을 이루게 되었던 것은 고도원 이사장 강연을 듣고 내 인생의 밑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많은 질문이 쏟아졌는데요. 역시 <리더스 콘서트>였던 만큼 ‘읽기 습관’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습니다. 대학생 아들을 둔 한 어머님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신문을 가깝게 할 수가 있겠느냐’고 물었는데요.

고도원 이사장은 “제가 신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넋을 잃고 신문을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재미있는 내용이 있길래 그렇게 신문을 찾는 것일까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죠. 그때에는 신문 내용은 모르고, 그저 눈으로 훑기만 했죠. 눈으로 훑는 것도 읽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신문을 읽으라고 절대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대신 부모가 열심히 읽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도 따라오게 되고, 신문에 실린 주제를 놓고 아이들에게 자기 의견을 말하게 하면 좋습니다”라고 조언해 주었답니다. 덧붙여 “이때가 충분히 읽어야 할 때입니다. 자기의 주관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읽기 전에, 신문이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많은 명사들이 부모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최근 <청춘 콘서트>로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안철수 원장은 나이 50이 넘어 의사 면허를 취득한 아버지를 보고 인간의 의지에 대해 배웠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잔소리나 당부가 아닌, 묵묵히 실천하는 행동이 아닐까요?

우리가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고 희망을 얻는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많은 절망을 거치면서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고도원 이사장의 인생여정 자체가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겠지요. 이날 강연을 들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에는 공감과 감동이라는 잔잔한 파문이 일지 않았을까 합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꿈 너머 꿈’을 말하는 고도원 이사장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서재필의 강연을 듣고 마음을 다잡은 안창호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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