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작가, 14년 7개월 무명작가 생활 이겨낸 비결

2011. 9. 7. 09:1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읽기 순회특강 ‘리더스 콘서트’가 하반기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5일에는 첫 번째 주자인 작가 이지성 씨의 강연회가 성균관대 경영관 소극장에서 열렸는데요. 이지성 작가는 인문고전 읽기로 리더가 되는 법을 담은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비롯해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낸 유명 작가죠. 그 인기를 입증하듯 이날 강연회에는 400여 명의 청중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는데요. 오랜 무명작가의 세월을 딛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외롭고 힘들 때마다 나를 지켜준 것은 한 권의 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크 주커버그, 인문고전 통해 천재적 창의성 길러 

이지성 작가는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인 필립스 아카데미의 사례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페이스북의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 등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필립스 아카데미에는 도서관 장서가 11만 권이나 된다고 하는데요. 필립스 아카데미는 졸업생들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의식으로도 유명하죠. 이는 고대 그리스와 라틴 고전을 읽고 논문을 쓴 10명의 고등학생을 선발해 최고의 인재임을 인정해주는 표시인데요. 이지성 작가는 마크 주커버그 역시 지독한 고전 문학 애호가였다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지금도 후배들에게 자신이 인문고전을 통해 천재적인 창의성을 갖게 됐다고 강조합니다. ‘내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인문고전을 읽었기 때문이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사람들이 제게 흔히 묻는 말이 있습니다. ‘인문고전을 왜 읽어야 하나요?’ 이런 질문에 저는 무척 막막함을 느껴요. 미국의 명문고 학생들이 왜 졸업 전에 그토록 많은 인문고전 서적을 읽는 것일까요?”

이지성 작가는 그 해답을 스티브 잡스의 사례에서 찾았는데요. 스티브 잡스는 ‘내가 소크라테스를 만나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면 애플을 그에게 주어도 좋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역시 대학 시절, 고전 읽기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데요. 이지성 작가는 “미국은 1~3학년까지 교양과목을 중심으로 배운 뒤 전공을 정한다”며 “이 시간 동안 배운 인문고전 공부의 토대가 바로 창의성의 원천인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40년 뒤 인생 고민하는 20대라면, 토플 대신 인문고전 독서 시작해야 

이지성 작가는 이날 대학생들에게 “20대라면 ‘미래에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기업가인 손정의 씨의 사례를 들며 항상 눈앞이 아닌, 10년 뒤, 20년 뒤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손정의 씨가 처음 회사를 창업할 때 아르바이트생 2명과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얼마 뒤 ‘손정의는 미쳤다’면서 모두 회사를 떠났죠. 하지만 손정의 씨는 결국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기적을 이뤄낸 비법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손자병법’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석했던 것입니다. 창업 당시 고작 26살에 불과했던 젊은이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던 힘이 고전에 있었던 거죠.”

이지성 작가는 “여러분이 3년 뒤 미래를 생각한다면 토익 공부를 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20년 뒤, 40년 뒤를 고민하고 있다면 반드시 인문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별히 그는 신문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이지성 작가는 하루 평균 5~6가지 신문을 숙독하고 있으며, 신문 읽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길렀다고 합니다. 신문 읽기는 고전을 읽기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라고 비유했죠. 그는 “헬스장에 가면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듯 고전을 읽기 전에 신문을 읽는 게 기본”이라며 “도서관에 가면 온갖 종류의 신문이 비치돼 있으니 시간을 들여서라도 읽기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색 없는 독서는 죽은 독서…문장 하나 놓고 오랫동안 생각해야 

이지성 작가는 특별히 “사색이 없는 독서는 죽은 독서다”라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단순히 암기식 교육을 통한 지식은 현실을 바꿀 수 없으며, 사상적 배경이나 느낀 점을 강요하는 독후감식 독서가 아니라 사색을 통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독서야말로 진정한 독서라는 얘기였죠. 

 “동양철학의 정수인 ‘논어’는 빨리 읽으면 2시간이면 끝납니다. 하지만 그렇게 읽은 책을 진정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나요? 다산 정약용 선생은 한 글자를 놓고 수십 년을 사색했으며 서경덕 선생 역시 글자 하나를 방에 붙여놓고 사색하다 병이 들었다고 해요. 해리포터에 나오는 문장을 갖고 수십 년씩 사색할 수 있나요? 문장 하나를 놓고 사색할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인문고전 독서의 위력입니다.”

인문고전 독서의 가치를 피력하는 이지성 작가의 표현 중 ‘지혜의 산삼’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자기계발서적 등 각종 트렌드 관련 서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도라지’라면, 논어와 같은 고전의 경우 동양 2,500년의 역사가 담긴 지혜의 산삼급이라는 얘기였죠. 


세종에게 배우는 인문고전 독서의 가치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인문고전 독서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고전의 가치가 중요하다면 그것은 우리 인생의 성공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이지성 작가는 세종대왕의 독서법의 사례를 들어 인문고전 독서의 지향점을 설명했습니다. 

“세종대왕은 23살의 나이에 왕위에 올랐어요. 그를 보좌하던 대신들 중엔 황희와 맹사성 같은 위대한 인물도 있었죠. 여기 계신 대학생 여러분이 왕이 되었고, 그 밑에 안철수나 이어령 같은 분들이 신하로 있었다고 생각해보세요(웃음). 더욱 놀라운 점은 어린 세종의 말을 황희와 맹사성이 곧장 따랐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왕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세종의 지혜가 그만큼 뛰어났다는 뜻이에요.”

세종은 10대에 인문고전 서적을 책 겉가죽이 떨어질 정도로 읽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인문고전 독서의 힘으로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서도 특출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지성 작가는 “세종은 당대에 노비의 인권을 직접 챙겼던 왕이었다”며 “양반과 천민을 절대적으로 구분하던 당대에 사회적 소수를 생각했던 그의 앞선 리더십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 도와주는 게 인문학의 목표 

이지성 작가의 말을 정리해보면 결국 인문학의 목표는 자신보다 연약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 세종이 당대에 노비의 인권을 챙겼듯, 우리 또한 인문학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사회적 약자를 향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죠. 

“인문학의 목적은 내가 아닙니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궁극적인 목적인 나보다 연약한 사람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을 도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는 바로 진정으로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죠. 이 자리에는 인문고전이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갖고 온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는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해답은 여러분들이 삶을 통해 얻은 것들로 아프리카의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어때요, 인문학 공부의 목적이 누가 봐도 멋지지 않습니까?”

한 시간 남짓한 강연을 들은 청중들은 이지성 작가의 열정적인 설명에 감사하는 의미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는데요. 책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었던 독서와 신문 읽기의 가치. 그것이 나보다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청중들은 강의 후에도 저마다의 궁금증을 쏟아냈습니다. ‘다독다독’ 독자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할만 한 질문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안정된 직업인 교사를 버리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교사가 된 이유는 안정된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대학 때 평점이 2.2밖에 안 될 정도로 공부를 워낙 안했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교육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에 관한 책도 5권이나 쓰게 됐어요. 그리고 나니까 제가 초등학교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 성공을 거둬서 과감하게 사표를 던질 수 있었죠. 내 꿈을 과감하게 펼쳐보자는 용기가 있었고, 다행히 독자 분들이 계속 제 책을 사랑해주셔서 이직(?)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무명작가의 세월동안 무척 고독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고독을 이겨냈다기보다 그냥 견딘 것이죠(웃음). 제 대학시절의 유일한 친구는 정신지체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모두가 교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하던 시절, 제가 꿈 얘기를 하면 들어주던 유일한 친구였죠. 혼자서 작가의 길을 걸으려고 하니 제 스스로가 이질적으로 느껴진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꿈이 친구들과 다른 거니까 스스로 견딘 것이죠. 지금은 비록 철저하게 소외받고 외롭지만 언젠가는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견뎠던 것 같아요. 


만약 초등학교 교사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실 건지?


저는 아이들에게 최신 영화를 보여주고 과자 사주고, 수업시간표 같은 건 다 무시하고 6교시 내내 놀 거예요(웃음). 요즘 아이들은 안타까운 게 너무 공부에 병들어 있어요. 아이들이 5~6학년만 돼도 공부 스트레스로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거든요. 

저는 우선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다음에 비전을 심어줘야죠. ‘네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이렇다’는 걸 알려주고, 교육 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사가 행동으로 보여주면 아이들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가끔 학부모님들이 가정교육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본인은 행동을 하지 않고 생각만 하기 때문이죠. 아이를 변화시키고 싶으면 부모부터 변해야 하는데, 부모의 행동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만 다그친다고 저절로 아이가 공부를 하는 건 아니죠. 그래서 저는 ‘부모가 힘들어야 아이가 힘이 난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막상 인문고전을 읽으려고 해도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어떤 책을 추천해주고 싶으세요?


우선 제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보면 1년차부터 10년차까지 160권의 추천도서목록이 소개돼 있습니다. 그걸 참고하셔도 되고요. 각 대학마다 인문고전 추천도서 목록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순서를 참조하셔도 좋죠. 이 중에서도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책은 동양철학의 고전인 ‘논어’인데요. 서양철학에서는 가장 기본인 플라톤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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