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오히려 바보가 되어가는 이유

2011. 9. 16. 09:3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수 2000만명 시대가 임박했습니다. 무제한 요금제로 촉발된 스마트폰 열풍은 업계의 모바일 경쟁에 불을 질렀습니다. 생활은 윤택해졌고, 이동하면서 즐기는 콘텐츠 세상에 언론도, 시민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현상의 이면에는 또 다른 현상이 있기 마련입니다. 당장 주변을 살펴볼까요. 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을 살펴보면 거북이목(일명 거북목)을 한 채 구부정한 자세로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손가락만 까딱거리는 `비몽사몽` 직장인들이 대다수입니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2월 말 일반인 남녀 1000명(스마트폰 보유자 500명 포함)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이동 중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휴대폰의 각종 기능 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무려 58.1%가 이 같은 응답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 보유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휴대폰 이용률이 훨씬 높은 특징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은 매우 이율배반적인 형태를 보입니다. 조사 대상자의 48%가 “향후 스마트폰이 독서 시간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함과 동시에, 50.5%는 “전자책 보급이 개인의 독서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서울신문>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착각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전자기기가 점유하는 절대 시간을 고려해 볼 때 독서를 더 할 수 있는 여지는 늘 충분하지만, 실제로 모바일웹 등에 상시 노출되어 있어, 독서보다 더 자극적이고 유희적, 말초적인 콘텐츠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디지털 강의를 듣기 위해 컴퓨터를 집에 마련했더니, 사실상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노출을 더 걱정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투리 시간에 책이나 신문을 읽는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게임이나 음악감상, 동영상 시청 등 다양한 콘텐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전자책이나 전자적 신문(닷컴 뉴스서비스)으로 독서 형태만 바뀔 뿐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독서시간의 절대적인 감소를 예견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기기 사용자들은 수시로 ‘뭔가 읽고 있다’는 행위는 하는 듯 보이지만, 읽는 행위 속에는 뉴스를 열독한다기 보다는 유무형으로 유용한 정보나 본능적 자료들을 훑고 지나친다는 편이 맞는 묘사일 것입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단순히 ‘시간도둑’의 관점을 넘어서서 공공 보건적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합니다. 당장 의학계에서는 냉방이 가동되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장소에서 소형 디지털 기기의 잦은 사용은 안구건조증을 직접적으로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 부족, 눈물의 지나친 증발, 눈물 구성성분의 불균형으로 안구표면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PC의 사용은 작은 액정 화면에 오랫동안 시선을 고정하게 하여 눈을 깜박이는 횟수를 감소시키므로 안구건조증을 야기하기 쉽습니다. 안구건조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눈 깜빡임을 늘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디지털 기기의 장시간 사용을 자제하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3~5인치 급의 초소형 화면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의 생활패턴 역시 눈이 쉴 틈을 주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들은 내뿜는 광량이 주변보다 훨씬 높은데다가, 지속적으로 화면 정보가 현란하게 갱신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피로감을 유발합니다. 또한 지나치게 작은 글씨를 집중해서 보는 경향이 강해 시력이 훨씬 더 빨리 나빠질 개연성이 큽니다. 현재 20~30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10년 뒤에 어떤 안과질환을 호소하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뉴스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밝은 화면, 그리고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콘텐츠들 속에서 하루 중 단 1시간만이라도 활자를 통해 여유를 찾는 것은 중요한 극복 방법 중 하나입니다. 굳이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야외활동도 좋고, 가벼운 명상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동안만큼은 디지털 화면을 일단 철저히 접어두고, 종이 활자를 탐독하며 느리게 생각하는 여유를 갖는 것입니다. 하루에 한 번 종이로 세상을 만나는 것은 어떨까요. 

활자에 익숙치 않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가볍게 일독할 콘텐츠가 많은 종이신문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활동하는 행동반경 속에 늘 신문을 두고 활자의 미려함과 안정감을 수시로 즐기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종이 신문은 고등학교 졸업 정도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쉽게 정보를 습득하고, 사회적 흐름을 균형감 있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됩니다. 

또한 신문은 콘텐츠 양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고, 활자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편집기자들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정보 중심의 디지털 콘텐츠에 비해 상당히 정제되어 있습니다. 다만 하루에 다른 성향의 신문 두 가지 이상은 번갈아가며 보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활자에서 흘러나오는 잉크냄새가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자신의 손에 신문과 함께 책이 들려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활자중독자’ 한번 되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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