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일본 소식, JP뉴스 유재순 대표를 만나다!

2011. 9. 16. 14:5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일본에서의 한류가 뜨겁습니다. 소녀시대와 카라는 일본 부도칸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진행하고, 한류스타 장근석은 일본의 인기 예능 프로 ‘스마스마’에 출연해 김치찌개 메뉴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또, 지난 평창 올림픽 유치전에서는 김연아 선수의 유창한 영어실력이 일본 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런가 하면 독도 문제로 인해 일본 외교부가 한국의 항공사를 보이콧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또 방사선 세슘에 오염된 볏짚을 먹은 식육 소가 일본 전국에 출하돼 우려를 낳고, 여전히 계속되는 일본 우익인사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또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일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한국의 독자들에게 알리는 신문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전문 온라인신문인 JP뉴스인데요. 왜 한국인들은 유독 일본 소식에 관심이 많을까요? 또 우리가 보는 일본과 일본에서 보는 한국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일본 현지에서 한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일본’을 전해주는 JP뉴스. JP뉴스를 이끌고 있는 유재순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JP뉴스 홈페이지 화면>
 


반갑습니다. 우선 간략하게 자기소개와 JP뉴스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JP뉴스를 이끌고 있는 유재순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르포라이터로서 10여년 간 현장 중심으로 활동했고요. 그 후에는 거주지를 일본으로 옮겨 한국과 일본 양국의 매체에서 글을 썼습니다. JP뉴스는 솔직히 한국언론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만든 것입니다. 일본에 관한 것이라면, 팩트나 그 진실에 관계없이 무조건 한국은 선, 일본은 악이라는 구도로 보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일 간에 얽힌 역사문제에 관해서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현재 동시대의 일까지도 역사문제와 결부시켜 기사화되는 것은 저널리즘의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언론들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쓰는 일본・일본인에 대한 기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JP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JP뉴스는 하루에 약 20여 개의 일본뉴스를 ‘있는 그대로’ 여과없이 그대로 한국인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JP뉴스의 경우 초기 단계에는 블로그로 시작해 현재는 자체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퍼 신문을 만들기에는 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또 무엇보다 온라인은 한국인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본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어 온라인 시스템을 선택한 것입니다. 페이퍼 신문은 일정한 독자를 가지지만 온라인은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일본에 관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 JP뉴스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팩트에 관계 없이 역사감정 실린 보도경향이 아쉬워


JP뉴스의 취재원과 인력풀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얼마 전까지 파워블로거였던 당그니님도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처음 JP뉴스를 시작할 때는 의욕만만이었지요. 창간 초기에 총 8명으로 시작했는데, 한 달에 약 300여 만엔에 가까운 운영비가 들어가, 불가피하게 작년 9월에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근기자 4명, 비상근 일본인 계약기자 2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정기적으로 풀가동할 수 있는 칼럼리스트들이 한일 양국에 약 15명 정도가 있습니다. 이 중 10여명이 JP뉴스에 활발하게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당그니(김현근)님은 작년 10월 말로 퇴사를 했구요. 퇴사 이유는 역시 회사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장 월급이 많은 당그니씨가 그만두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언론사인만큼 광고 등을 통한 수익모델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온라인 매체로서 JP뉴스는 어떻게 수익을 확보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이 문제가 JP뉴스로서 가장 큰 딜레마라고 할 수 있어요. 배너광고가 가장 큰 수익모델인데 광고영업사원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광고수주를 못하고 있습니다. 광고수입 외에는 포털사이트 <다음 daum>으로부터 클릭수에 의한 수입, 마이데일리의 뉴스제공 월정액, 휴대폰뉴스 제공 클릭수입, 구글 등 자그마한 수입들이 있는데, 아직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창간초기에는 2억엔 이상의 거액투자 제의를 꽤 여러 군데에서 받았는데, 받아들이질 못했죠. 이유는 JP뉴스가 일본전문 뉴스매체이다보니, 만약 일본의 공공기관(실제로 제의가 많았음)이나 훗날 구설에 오를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친일파’나 ‘매국노’ 소리를 들을 것이 뻔해 차마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간혹 일본의 공공기관으로부터 도와주고 싶다는 제의를 받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거절하고 있습니다. 대신 그런 덕분에 JP뉴스 기자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당당할 수 있으며, 우리가 원하는 글은 언제든지 쓸 수 있습니다. 다만 JP뉴스 기자 전원이 일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취재비, 교통비(일본에서는 회사가 의무적으로 출퇴근을 위한 전철이나 버스 정기권을 끊어줘야 함), 월급 등이 모두 ‘엔’으로 나가는데 비해 광고비는 ‘원’으로 받아 그 차액 때문에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서울에 가서 광고 수주를 위해 좀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JP뉴스에서 보도한 일본 관련 기사가 한국의 뉴스에 종종 인용되곤 하는데요. 특히 일본 연예계 관련 뉴스가 눈에 띕니다. 한국인들이 일본 소식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마 한국인이나 일본인 모두 비슷한 생활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요? 특히 한국 대중문화가 80년대부터 일본 것을 그대로 들여와 접목(베낀 것이 많지만)시킨 탓에 일본대중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기도 하구요.

6, 7세기경 한국이 농경에 대한 기술과 문화, 그리고 그 후에 조선통신사를 통한 전통문화를 일본에 전수해주었다면, 80년대부터는 반대로 일본의 대중문화를 우리가 흡수한 측면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만화를 읽으며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는 활자매체, 패션, 방송 프로그램 등이 대부분 일본에서 힌트를 얻거나,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심할 때는 그대로 베껴서 만든 적이 많았습니다. 

 

                                  <JP뉴스에 실린 ‘카라’의 시부야 공연. 이미지출처:JP뉴스>

바로 이 같은 과거 때문에 우리도 모르게 일본 문화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일본의 대중매체가 매너리즘에 빠졌다고나 할까, 혹은 앞으로 정신없이 달리다가 지금은 지쳐있다고나 할까요. 진짜 일본대중문화가 심심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드라마, 코미디, 버라이어티쇼 등 대부분 밋밋합니다. 지금은 오히려 한류 열풍과 더불어 한국의 문화가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드라마 역시 정해진 테마로 가난한 여성, 재벌남자 주인공, 출생의 비밀, 불치병 등을 다뤄 일본인들도 욕하면서 보지만, 정작 끊지는 못합니다.
결국 오랜 시간 가깝게 교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 온 역사적 배경에 호기심이 더해져 많은 한국사람들이 일본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이 아닐까요.


JP뉴스를 통해 한국에 소개된 기사 중 좋은 반응을 일으킨 기사들이 참 많은데요. 그 중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기사 몇 꼭지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2009년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 생중계를 한 적이 있습니다. 2명씩 2개조로 나뉘어 노트북을 들고 야스쿠니 신사 내외부에서 취재를 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아마 그날 16개의 현장기사를 내보낸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중에는 한국언론 도쿄특파원들이 수고했다고 사무실로 찾아와 막걸리 파티를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새벽에 아베 총리가 다녀가는 모습, 우익들의 참배행렬, 그 뒤에서 반전을 외치는 양심적인 일본 시민단체들, 그리고 우익과 엉켜 몸싸움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 우리의 해방(일본은 종전이라 부름)일을 일본은 어떻게 맞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JP뉴스 창간 이래 가장 조회수가 많았던 월드컵 한일전은 하루에 조회수가 무려 520만이 넘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 이유는 축구경기를 하는 동안 일본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했기 때문인데요. 작년 캐나다에서 있었던 동계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가 겨루는 피겨스케이팅 중계 기사도 하루 조회수가 300만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TV아사히가 김연아 선수의 평창 동계올림픽 지지요청 연설 내용을 왜곡해서 자막으로 내보낸 사실에 대해 JP뉴스가 3일 동안 끈질기게 문제제기를 하고 취재를 한 끝에, TV아사히가 간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보도스테이션>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정식으로 공개 사과를 해 언론사로서의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맨 처음 아무 잘못도 없다고 하면서 오만불손하게 나왔던 TV아사히 측에 JP뉴스가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사과는 커녕 앞으로도 제2, 제3의 한국에 대한 왜곡기사들을 일삼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볼 때, 역시 언론이라는 것은 정도를 걷다 보면 덤으로 이런 것을 얻을 수 있구나라고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JP뉴스가 TV아사히로부터 생방송 보도시간을 통해 공개 사과를 받아낸 것은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내언론에서는 JP뉴스가 며칠 동안 노력하여 사과를 받아낸 그 과정은 생략하고, ‘TV아사히가 정정보도를 하고 정식으로 사과했다’라는 사실만 보도해 좀 섭섭했지만요. 아무튼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시사해주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관련 왜곡보도 바로잡을 때 큰 보람 느껴
 


지난 번 일본 외무성의 대한항공 보이콧 문제가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일본 현지에서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또, 일본인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 일본인들은 대한항공이나 독도문제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이 없습니다. 언론에 이런 일들이 보도되면 ‘또야?’라는 반응 정도입니다. 그 이유는 어차피 독도는 우리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섬인데다, 그런 사실을 일본인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독도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독도를 문제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우익성향의 일부 일본인들은 일부러 정치문제화 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죠. 그런데 정작 일본 국민들이 관심이 없습니다. 때문에 독도문제는 일본언론, 보수 야당인 자민당, 그리고 우익들의 전유물처럼 한일 외교문제가 나올 때마다 들고 나오는 단골 메뉴입니다. 하지만 일본 전체를 보면 ‘그다지 관심이 없다’라고 보는 편이 아마도 사실에 가까운 표현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시는 분인 만큼 책도 많이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독서인구가 더욱 줄어들고 있는데요. 책이나 신문기사를 읽지 않는 현대인에 대해 일본과 비교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일본의 장점은 독서인구가 많다라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한국과는 달리 문고판의 역사가 매우 깊습니다. 일단 단행본으로 출판한 후 3년이 지나면 웬만한 내용은 대개 포켓용 문고판으로 판형이 바뀝니다. 이유는 시간이 지났다고 절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손가방 속에 넣고 다니며 어디서든 손쉽게 꺼내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소규모 출판사라도 문고판을 꼭 만듭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 일본의 독서인구는 대단합니다. 지금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철을 타면 손에 책을 들고 있는 승객들이 많습니다. 또한 전철역 매점 어디를 가도 문고판 책을 팔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출판계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휴대전화가 나온 이후, 젊은 층의 독서인구가 대폭 하락했다고 합니다. 특히 아이폰, 아이패드 등 휴대용 IT기기가 나온 뒤로는 책은 커녕 드라마와 영화, 심지어는 유명 연예인의 공연 프로그램까지도 다운받아 공공장소인 전철이나 버스에서 봐, 그대로 독서인구를 잠식해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도쿄 시내 곳곳에 전자북 센터가 생겨, 권당 몇 백 엔을 주면 책을 다운받아 읽을 수 있는 숍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10대들이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과연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폰 혹은 스마트폰, SNS의 활용으로 생활정보가 다양해지고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후에 내면적으로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시각적으로 영상을 통해 모든 것을 처리(혹은 활용)하다 보니, 진지한 내면 성찰을 할 기회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령 신문이나 책을 읽다 보면 문장 행간에 드러나는 ‘배경’이나 ‘진실’을 깨달아 잠시나마 사색을 할 수 있는 고찰기회를 얻을 수가 있는데, 휴대전화나 SNS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재미일 뿐, 인간의 내용, 즉 삶의 깊이가 없습니다. 이 같은 10대들의 저문화 행태는 일본이나 한국 모두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비해 아직도 많은 독서인구가 존재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독도문제에 대해 ‘일반적인 일본인들은 큰 관심이 없다’는 말이 참 놀라웠는데요. 그리고 김연아 선수의 평창 올림픽 지지연설에 대한 왜곡보도가 있었다는 점, 이에 대해 JP뉴스가 강력하게 항의해 사과를 받아냈다는 점 등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어 흥미로웠습니다. 

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호기심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텐데요. 이왕이면 흥미 위주가 아닌, 사태의 본질에 근접하고, 분석하는 심층적인 기사로 일본을 접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JP뉴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