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인포그래픽스 통해 신문 읽기

2016. 9. 15.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장두원, 2016 다독다독 기자단


[요약]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신문과 친해지는 활동을 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서울 홍제동에 위치한 정원여자중학교인데요. 이곳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강사가 파견돼 매주 토요일 NIE 수업을 진행합니다. 신문을 읽고 단순히 스크랩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읽기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정원여중 학생들과 한국언론진흥재단 정선임 미디어교육강사님을 직접 만났습니다.



# ‘능동적인 읽기’ vs '수동적인 읽기‘

정원여중 학생들은 신문에서 사회 이슈와 다양한 문제들을 조사한 후 영화의 주제를 찾고 신문을 활용한 영화 보기 활동으로 연계합니다. 이날 수업주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깨기’였는데요. 주제를 신문에서 찾은 다음 다문화에 대한 내용을 다룬 영화 ‘완득이’를 함께 시청했습니다. 정선임 강사는 학생들에게 신문의 사회지면을 유심히 살펴보게 한 후 주제별 키워드를 뽑는 훈련을 시킨다고 말했습니다. 학생이 관심 있는 시사이슈와 전반적인 사회 현상을 발표하게 한 후 수업과의 연결고리를 영화에서 찾는다고 귀띔했습니다. 학생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사회적 배경 등을 꼼꼼히 분석하고, 신문의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드리는 것에 멈추지 않고, 영화를 보기 전 주제와 관련된 것을 사전에 자료조사를 해온다고 합니다. 


정 강사는 무조건 신문만 읽게 지도하고, 기사요약, 나의 느낀점, 모르는 용어의 뜻을 찾는 스크랩은 ‘수동적인 읽기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님 대상으로 특강과 수업을 할 때는 항상 ‘살아있는 읽기방법’을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선임 강사가 말한 ‘살아있는 스크랩, 신문읽기방법’의 핵심은 영화와 인포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 인포그래픽스란? 


▲ 신문을 읽고 인포그래픽을 직접 그린 학생들의 결과물


인포메이션 그래픽(Information graphics) 또는 인포그래픽(Infographics), 뉴스 그래픽(News graphics)은 정보, 자료 또는 지식의 시각적 표현입니다. 정보를 구체적, 표면적, 실용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그림이나 사진 등과는 구별됩니다. 복잡한 정보를 빠르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기호, 지도, 기술 문서 등에서 사용되는데요. ▲차트, ▲사실박스, ▲지도, ▲다이어그램, ▲흐름도, ▲로고, ▲달력, ▲일러스트레이션, ▲텔레비전 프로그램 편성표 등이 인포그래픽에 포함됩니다. 학생들은 신문의 텍스트를 읽고, 표와 그래프, 통계로 구조화하는 작업을 매번 과제로 해왔습니다. 정원여중 토요 NIE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정선임 미디어교육강사를 만나다.


정선임 선생님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교육강사로 다양한 학교 현장에 찾아가 뉴스리터러시와 NIE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NIE 지도사 양성 과정 심화를 맡아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 선생님 인터뷰에 앞서 선생님의 약력을 잠시 살펴봤습니다. 미디어 강사를 2005년쯤부터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NIE나 미디어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교육현장에서도 높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처음 미디어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급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즈음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책으로 독서 수업을 할 때였어요. 그 책은 ‘21세기 콜럼버스’라는 종자 회사가 씨앗을 독점하고, 우리의 씨앗을 지키는 일이 범죄가 되어있는 미래 사회를 상상한 내용입니다. 학생들은 흔하디 흔한 씨앗이 뭘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런 세상이 오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현실감 없이 책을 읽어내는 학생들을 보면서 저는 세상과 아이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에 가장 적합한 것이 신문이었습니다.


이미 딸기를 먹으면서, 또 청양고추를 먹으면서 그에 대한 로얄티를 글로벌 종자 회사에 내고 있다는 기사와 ‘슈퍼 씨앗’ ‘터미네이터 기술’등에 대한 기사를 통해, 학생들은 책 속의 상상이 먼 미래의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이를 통해 학생들은 우리 종자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됐고, 종자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어요. 


이렇듯 한 장의 사진,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은 감동과 함께 의식을 변화시키는 교육적 효과가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일단 사회에 대한 인식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알게 되면 잘 되라고 한마디 거들게 되고, 잘못하면 비판도 하면서 사회의 주인이 되는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현재 미디어수업에 대한, 일선 학교 현장의 이해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미디어 수업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을 안고 있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현장수업에 NIE를 활용하고자 하는 교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지난번과는 다른 것, 흥미로운 것, 새로운 전략보다는 몇 가지 핵심 전략으로 꾸준히 지도하셨으면 합니다. 한 학교에 12번 정도 강의를 가는 저와 같은 전문 강사들은 학생들의 호기심 유발, 참여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다양하고 흥미로운 활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사 읽고 자기 생각을 쓰시오’ 라고 하는 한 가지 활동 외에 어휘력을 향상하는 연꽃 기법, 다양한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PMI기법, 새로운 정보를 정리하기 좋은 KWL chart. 논리적으로 글을 쓰도록 하는 6단논법,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Brain-writing 기법 등 몇 가지 전략을 꾸준하게 활용하시면 학생들의 깊이 있는 활동을 이끌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또 한 가지는 미디어 교육의 흐름을 인식하고, 나름의 미디어 교육의 지향점을 준비하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신문활용교육이 학교현장에서 활용도가 높겠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뉴스 리터러시입니다.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사는 우리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은 ‘어떤 정보가 좋은 정보인가?’ ‘정보를 누가, 왜, 어떻게 나에게 전달하고 있는가’ 등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죠.

세계적인 미디어 교육의 추세와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논의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저 역시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올해 한 중학교의 요청으로 미디어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은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뉴스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개념을 이해했어요. 뉴스의 행간과 관점을 이해하고,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뉴스의 가치를 분별할 수 있음을 뿌듯해 했습니다. 


3. 학교 현장에서 미디어 교육을 하시는 분으로서 보완되거나 지원해야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지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바라고 싶은 점이 있는데요. 경제적인 이유로 실현 불가능 할 수는 있겠지만...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중·고등학생 수준의 신문이 발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일반 중·고등학교 학생들 중 NIE 수업, 뉴스 읽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읽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특히나 중학교 1,2학년들의 경우, 초등 대상의 어린이 신문을 읽다가 갑자기 어른들이 읽는 일간지를 읽기는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렇듯 가독성(readability)이 떨어지는 신문을 읽는 것은 뉴스 읽기의 단절을 더 유발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는 시대에 ‘청소년을 위한 신문’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 말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청소년용 신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읽는 기사에서도 읽기가 안 되는 학생들은 결국 고급 정보를 소비하지 못하게 되고, 정보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4. 미디어수업에 대한 교육현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 강사’를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선배로서 “이것만은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 학생들이 마치 눈가리개를 찬 경주마처럼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좋은 것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기수가 눈가리개를 차게 했다는 의미와 경주마가 등위에 자기를 조정하는 기수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학생들 자신이 주체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선생님이 아이의 머릿속에 자꾸 뭔가를 넣어주려고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고 말할 기회를 주는 것. 선생님은 미디어를 읽어 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5. 경험이 많다보니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미디어수업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학생 혹은 경험이 있다면? 한 가지 더, ‘가장 아찔했던 순간’도 있으면 소개해 주시지요.

가장 잊을 수 없는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 개구쟁이 남학생이었어요. 독서와 함께 하는 nie 였는데 ‘종이봉지공주’를 읽고 공주에게 꼭 필요할 만한 선물을 찾아보자고 했을 때였어요. 다른 아이들은 옷이나 돈을 주겠다고 할 때, 이 아이는 광고에서 가족을 오리더니 공주에게 가족을 선물하고 싶다는 겁니다. 아이의 따뜻하고 기특한 마음이 아직도 저를 미소 짓게 합니다.

정말 아찔했던 순간 많았죠. USB를 집에 두고 왔을 때, 정말 머릿속에 피가 흐르지 않는 것 같은 순간도 있었고요. 몇 년 전에는 창의재단에서 교사 연수를 시작하려 하는데 컴퓨터가 갑자기 업데이트를 한다면서 작동이 되지 않았어요. 30분동안 ppt 없이 기억을 살리면서 강의했던 적도 있습니다.


6. 선생님께 신문과 NIE란? 

제겐 NIE는...? 잘 모르니까 재미있어서 열정을 불 태웠던 것. 조금 알게 되면서는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열정적으로 준비한 것, 좀 더 알게 된 다음부터는 책임감으로 열정을 더 하고 있는 것. 한마디로 NIE, 미디어는 저의 열정이네요 ^^ (웃음)


7. 선생님의 앞으로 목표와 꿈을 소개해주세요.

요즘 미디어 교육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고, 저는 미디어 강사로서 그 한 가운데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현장에 맞는 뉴스리터러시 수업 모형과 수업 전략을 개발해서 새롭게 정립되는 뉴스리터러시 교육에 기여를 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정선임 미디어교육강사와 정원여중 토요 NIE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