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3. 17: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작한 ‘마약전쟁’. 취임한 7월 1일부터 50여 일 동안 마약 용의자 1,779명이 사살됐습니다. 무차별 인명 살상에 대해 인권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으며, 유엔 인권기구들은 이와 관련한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현장조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마약전쟁의 시작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7월 1일 취임을 하면서 ‘마약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 ‘부정부패 척결’을 우선 해결과제로 내세웠습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마약 매매 연루 의혹이 있는 공직자와 정치인 등 159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24시간 안에 소속 부처·기관에 혐의 사실을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거부하면 경찰에 체포 명령을 내리고 저항하면 사살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자 지시 하루 만에 60여 명이 경찰서를 찾아 마약 혐의를 자수하거나 부인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관에게도 마약 양성 조사를 시행하였습니다. 양성 반응이 나온 경찰관은 해고되었고, 마약 매매 등 불법 행위 연루 의혹을 받은 경찰관은 혐의가 인정되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부사야프 무장단체 토벌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부사야프는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필리핀의 이슬람 테러조직입니다. 즉, 비리 경찰관에 대한 징계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작전 지역에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마약전쟁 Vs. 인권전쟁
지난 8월 22일 열린 청문회에서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50여 일 동안 사살된 마약 용의자는 1,779명이라는 사실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중 712명은 경찰 단속 과정에서 사살됐으며 나머지는 자경단 1의 총에 맞아 죽는 등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였다고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말했습니다. 사법절차 없이 마약 용의자들이 살해된 것입니다.
청문회를 이끈 필리핀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마약전쟁을 계기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사법당국과 자경단원들의 살상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은 “이건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외에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살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마크 토너 수석대변인은 “미국은 법치와 정당한 절차, 보편적 인권의 존중을 믿는다”며 “필리핀이 인권 보호 의무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아그네스 칼라마드 등 특별보고관 2명도 성명을 통해 “필리핀 정부는 표적 사살과 초법적 처형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며 불법적인 마약 용의자 사살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지난달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된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제33차 회의에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지목, 마약 용의자의 초법적 처형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국제 인권법을 비웃는 필리핀 대통령의 발언은 인권에 대한 인식 결핍을 보여준다. 경찰에 증거가 있든 없든 마약 용의자를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은 정의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비난에 제네바 주재 세실리아 레봉 필리핀 유엔대표부 대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경찰이 마약 용의자의 격렬한 저항으로 생명이 위험에 처할 때 자기 방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했습니다. 또한 “현재 마약 소탕은 필리핀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는 법치와 정당한 법 절차, 인권 원칙을 확고히 고수하고 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도 “대통령은 변호사이자 전직 검사로서 그에게 부여된 법과 권한의 한계를 알고 있다. 인권을 존중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제인권법을 경시’라는 유엔과 ‘저항 용의자에 대한 정당방위 사살’이라고 주장하는 필리핀의 인권 공방 상황 속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마약을 비롯한 범죄 소탕에 6개월이 더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2차 마약전쟁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 인권기구들은 필리핀의 마약 전쟁과 관련,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현장조사를 추진하고 있어 필리핀 정부가 이를 허용할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참고기사]
서울경제, 필리핀 계속되는 ‘범죄와의 전쟁’...경찰도 예외 아냐, 2016.07.05.
SBS뉴스, ‘두테르테 공포정치’에 떠는 필리핀…마약의혹 공직자 자수행렬, 2016.08.09.
Money S,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50일만에 ‘1779명 사살’…“무차별 인명살상 방조”, 2016.08.23
연합뉴스, 필리핀 ‘마약전쟁’, 유엔·美와 연일 충돌…외교갈등 고조, 2016.08.23.
- 지역 주민들이 도난이나 화재 따위의 재난에 대비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조직한 민간단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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