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8. 12: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죽음’이나 ‘절망’을 상징하여 불의에 저항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검은색. 지난 5월부터 캄보디아에서 ‘블랙 먼데이(Black Monday)'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검은 옷을 입고 나가 훈센 정부의 폭압 정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여 구속 수감된 인권운동가 5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전면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여성들과 이에 공감한 남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3만 명의 시위대가 바르샤바 광장에 모였고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했습니다. 이에 지난 6일 폴란드 정부와 의회는 전면 낙태금지법을 철회했습니다.
검은색은 ‘죽음’이나 ‘절망’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검은색의 어두운 이미지는 역설적이게도 시대의 불의에 저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암울한 시대에 애도하며 죽음의 투쟁을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세계의 검은 시위를 소개합니다.
#캄보디아의 블랙 먼데이
지난 5월 초부터 캄보디아 시민단체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나서고 있습니다.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고 불리는 이 시위의 목적은 인권운동가 5명의 석방입니다. 인권운동가는 훈센 정부의 폭압 정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 구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권운동가의 자유를 외치는 블랙 먼데이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 또한 경찰에게 구금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5일에는 이 행사에 동참했던 스페인 출신의 사회문제연구가인 마르가 부조사세가 체포되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8월 21일 강제추방 조치를 당해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벙깍호수 철거민 대표 뗍 완니와 보우 소피아도 체포되었습니다. 법원 판사들을 비롯해 국가 지도자들에게 뇌가 없다는 의미로, 머리가 없는 인형을 만들어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국가 공무원 모독죄로 혐의를 받았습니다. 뗍 완니는 2013년 글로벌 리더십 어워즈(Global Leadership Awards)를 수상한 벙깍호수 철거민을 대표하는 유명 사회운동가이며, 보우 소피아 역시 벙깍호수 철거민 대표입니다. 보우 소피아는 한국 인권단체 초청으로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31년째 장기집권 중이며 야당 탄압과 함께 훈센 호칭 시 ‘삼테크(각하)’ 표기 지시를 어긴 언론사 사업허가권 박탈·인권운동가 구속, 암살 사주 등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블랙 먼데이를 비롯한 반정부시위나 집회를 1‘컬러혁명(Color Revolution)’이라고 규정하며 탄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25살 대학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컬러혁명을 선동하는 글을 올렸다가 경찰에 검거되어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조사 결과 이 대학생은 시민혁명을 주도할 만한 조직이나 능력이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달 열린 항소심에서 그는 단 하루도 감형받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16일 미국 하원은 캄보디아 정국 불안과 관련하여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등 유엔 인권이사회 소속 36개국은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 정국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야당과 인권단체의 합법적 활동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폴란드의 검은 월요일
지난 3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중심가의 광장에는 검은 옷을 입은 3만 명의 시위대가 모였습니다. 바르샤바뿐 아니라 폴란드 전역에서 여성과 남성이 파업하며 ‘검은 시위’에 참여하였습니다. 시위대는 이날을 ‘검은 월요일’이라고 부르며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집권 극우정당인 ‘법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낙태 전면금지법 때문입니다. 가톨릭 인구가 많은 폴란드는 성폭행을 당해 임신이 된 경우, 근친상간에 인한 임신, 출산이 산모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법과 정의당’은 이런 경우조차 낙태를 금지하고 낙태를 하는 경우 임산부와 집도의에게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였습니다. 시위대는 낙태 전면금지법은 여성들의 기본적인 생식권과 인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안전과 존엄까지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마그델레나 그워즈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낙태는 여성의 선택이며 성폭행 임신이나 태아가 위험할 경우 허용돼야 한다”며 “이것은 유럽의 법률이며 우리는 유럽연합 소속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학생인 여성 역시 “낙태는 개인의 선택이고 누구도 나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며 “이 법은 정부가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위의 취지에 공감한 남성들은 수프와 샌드위치를 시위대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여론 역시 전면 낙태금지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뉴스위크 폴스카 매거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폴란드 국민의 74%가 현재의 낙태금지법 유지에 찬성하며 더 강력한 규제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센 반대여론에 의해 결국 지난 6일 낙태 전면금지법은 입법이 무산되었습니다. 450명 현원의 하원 표결 결과 ‘낙태 전면금지법 철회’ 찬성은 352표, 반대는 58표, 기권은 18표였다고 독일 슈피겔온라인은 전했습니다. 야르슬로 고빈 폴란드 부총리는 “낙태 전면 금지는 없을 것이다”며 “시민들의 시위는 우리에게 겸손함에 대해서 가르쳐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기사]
부산일보, [밀물썰물] ‘검은 옷’, 2016.10.07.
오마이뉴스, 캄보디아의 월요일, ‘검은옷’은 체포될지 모른다, 2016.08.30.
연합뉴스, ‘31년 권자’훈센 캄보디아 총리 “반기 들지마라”···정국 긴장, 2016.09.20.
한겨레, 성폭행당해 임신했는데 낙태 못한다고?, 2016.10.04.
연합뉴스, 폴란드 뒤덮은 검은옷 여성 시위대···낙태 전면 금지법안에 파업, 2016.10.04.
여성신문, 폴란드 여성들의 ‘검은 월요일’···“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 2016.10.05.
- 2000년대 초 과거 소련연방의 그늘 아래에 있던 수구정권들을 전복하기 위해 일어난 비폭력적 시민저항운동을 일컫는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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