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9. 17: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요약] 9월 26일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선 1차 TV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8,400만 명의 미국인이 지켜본 첫 TV 토론 이후 경합주에서 힐러리의 지지율은 반등했습니다 1. 그리고 지난 9일에는 2차 TV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2차 토론 후 여론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리고 어떤 말이 오갔을까요? 미국 여론과 주요 쟁점에 관한 힐러리와 트럼프의 발언을 팩트체크 해보았습니다.
#미국에서 바라보는 두 후보
부동산 재벌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70, 이하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와 미국 역사상 첫 주요정당 여성후보인 힐러리 클린턴(68, 이하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역대 미국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대통령 후보들이다. 막말과 기행으로 이목을 끌었던 트럼프 후보와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 계정으로 국가 기밀문서를 송수신했다는 ‘e메일 스캔들’과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클린턴 등 두 후보에 대한 미국의 여론은 썩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최악(最惡)을 피하기 위한 차악(次惡)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내려질 만큼 역대 대통령 후보 중 인기를 끌지 못하는 축에 속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TV토론은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산정책연구원 김지윤 박사는 “미국에선 TV토론을 보고 후보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한다”면서 “단지 TV토론은 후보들에게 더 잘하라고 응원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기행과 막말로 인기가 추락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에서 클린턴이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의 아내로 백악관 안주인이 되면서부터 주목을 받았고, 이후에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지내면서 오랜 정계 활동을 이어와 미국 내에서는 신선함이 떨어지는 후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의 TV토론이 유난히 관심을 끄는 것은 성폭행 시도, 음담패설, 남편의 성 추문 등 과거 미국 대선 후보들의 토론에선 들어볼 수 없었던 막말이 오가는 이른바 막장 토론이었기 때문이다. 정책 토론은 물 건너간 셈이다.
#2차 토론, 90분의 난타전
‘역사상 가장 천박한 토론’-뉴욕 타임즈
‘진흙탕 싸움... 일요일 밤 미국 정치가 바뀌었다’-CNN
‘암울한 토론’-워싱턴 포스트
미국 대선 후보 2차 TV 토론이 끝나고 난 뒤 미국의 언론들이 내놓은 촌평이다. 2차 토론은 그야말로 난타전이었다. 토론 시작과 함께 무대로 등장한 두 후보는 악수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토론 초반 손을 앞으로 모으고 정중한 자세를 취하는 등 매우 조심스러웠다. 2차 TV토론을 하루 앞두고 탈의실에서 주고받은 트럼프의 음담패설(locker room talk) 동영상 테이프가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의 대통령 자질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후보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음담패설 논란에 대해 가족과 미국인들에게 사과하고, 누구보다 여성들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동의 없이 키스하거나 몸을 더듬었다는 녹음파일의 발언 내용에 대해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럼프는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을 언급하며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한 빌 클린턴의 과거 성 추문을 겨냥했다. 2차 TV토론 1시간여 전 트럼프는 빌 클린턴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4명의 여성과 기자회견을 연 후 그녀들을 토론장에도 데려왔다. 그는 “나는 말을 했지만(음담패설) 빌 클린턴은 행동했다”며 “빌 클린턴은 여성들을 학대했고 클린턴은 그녀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역시 트럼프의 음담패설 발언을 거론하며 “여성만이 아니라 이민자, 흑인, 히스패닉, 장애인, 전쟁포로, 무슬림까지 겨냥했다”고 받아쳤다. 두 후보의 공방은 증세, 건강보험 개혁, 무슬림 이민자 대책 등 전방위로 번졌고 토론시간 90분을 넘기면서 치열한 설전(舌戰)을 벌였다.
#2차 토론 후 여론은?
1, 2차 토론이 끝 난 후 주요 언론들이 제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클린턴이 ‘잘했다’는 응답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CNN은 57%대 34%,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는 클린턴 47%, 트럼프 42% 그리고 정치평론전문사이트 2FiveThirtyEight(fivethirtyeight.com)은 클린턴 83.5%, 트럼프 16.5%로 각각 발표했다.
#팩트체크
막말이 난무했던 2차 TV토론 속 클린턴과 트럼프가 내세웠던 주장은 사실일까? 그리고 서로를 향해 했던 비난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최근 미국 정계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에 대한 사실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보도하는 3팩트체크의 기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번 대선 토론에서도 두 후보가 제시한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팩트체크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구분 |
주장 |
확인 |
1차 |
◇트럼프 "클린턴, 전 생애를 IS 격퇴에 바쳐" IS는 2006년 이라크 알카에다에서 분리됐지만, 1947년생 클린턴은 68세. |
× |
◇클린턴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중국의 날조라 주장" 트럼프는 2015년 12월3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도 "오바마는 지구온난화를 말하지만 이는 날조된 거짓"이라고 함. |
○ |
|
◇트럼프 "강제 신체수색권은 합헌" 미국의 한 연방지방법원은 2013년 위헌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다. |
× |
|
◇트럼프 "클린턴, TPP를 무역협정 표준이라 격찬" 클린턴은 실제 2012년 국무장관 재임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하며 "무역협정의 표준(gold standard)"이라고 말했다. TPP협상은 아직 진행중이며, 클린턴은 대선후보로 출마하면서 TPP에 대한 입장을 반대로 바꿈. |
○ |
|
◇트럼프 "클린턴, 오바마 '버서 논쟁' 시작"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논쟁(birtherism)을 클린턴이 퍼뜨렸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클린턴 캠프가 2008년 출생 논쟁을 시작했고 내가 끝낸 것"이라며 클린턴에게 책임을 돌렸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는 최근에서야 "오바마는 완벽한 미국인"이라며 번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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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는 이라크 전쟁 반대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다는 클린턴의 비판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 의회가 이라크 파병 여부를 투표에 부치기 전이나 이라크 침공 직후에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성 논조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게다가 이라크 전쟁이 개시한 지 1년이 지난 뒤까지도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없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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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내 경제정책은 일자리 1000만개 창출" 클린턴은 자신의 경제정책으로 일자리 1000만개가 창출하는 반면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일자리 350만개를 잃게 할 것이라고 주장. 이는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마크 잔디가 2015년 여름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서 언급한 것. 그러나 이는 잘못 오독한 것으로 잔디는 클린턴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일자리 720만개가 창출되겠지만, 클린턴 정책으로 300만개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 |
○ (그러나, 오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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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
■트럼프 “오바마 건강보험으로 보험료가 68%, 59%, 71% 오를 것”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측되니 맞다고 할 수 있지만, 4.4%에서 13%로 오를 것으로 추정되니 절반만 맞음. |
○ (절반만 맞음) |
■클린턴 “지금 우리는 건강보험으로 90%를 지원받고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 역사상 가장 높은 건강보험지급률이다”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2015년 91%의 보험지급률에 도달. |
○ |
|
■트럼프 “우리나라의 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 미국의 법인세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전체 세금을 놓고 보면 틀렸다. GDP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중간정도의 세율에 해당. | × | |
■"교사들과 부모들이 트럼프효과(Trump effect)로 무슬림을 왕따(bullying)시켜" 미국 무슬림 이민자들의 아이들이 트럼프 선거 캠프의 수사(rhetoric)에 말려 최근 무슬림에 대한 왕따가 늘고 있다고 보고 되고 있음(The Southern Poverty Law Center조사) | ○ |
▲[표]미 대선 TV토론 팩트체크 정리
팩트체크는 실시간으로 토론자들의 주장이 진실인지를 가려서 알려줘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언론의 기능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팩트체크는 이번 대선 TV토론에서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정리해서 온라인으로 전송해서 많은 사람에게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기준을 제공했다.
두 후보의 진흙탕 토론에서는 정책토론보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해 두 후보의 정책대결은 실종돼 버렸다. 하지만 팩트체커들의 발 빠른 대응에 실시간으로 두 후보의 잘못된 발언이 공개적으로 보도되어 대통령의 자질에 대해 평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총 세 번에 걸쳐 진행되는 TV토론의 마지막은 10월 20일(한국시각)에 진행될 예정이다.
[참고자료]
뉴스1, ‘허장성세’ 트럼프, 팩트체크 “완패”, 2016.09.27.
신문과 방송, 2010년 6월호 p76~79, ‘정치지도자의 주장 검증서비스,
Politifact.com, Fact-checking the second presidential debate, 2016.10.09.
중앙일보, [채병건 특파원이 본 워싱턴대 토론 현장] 트럼프 음담패설, 빌 클린턴 성추문..“가장 추악한 토론”, 2016.10.11.
- 경합주란 민주ㆍ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마치 그네(swing)처럼 오락가락하는 주를 말한다. 흔히 오하이오, 버지니아, 플로리다, 뉴멕시코, 아이오와, 콜로라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10개주를 경합주로 분류한다. [본문으로]
- FiveThirtyEight은 2008년과 2012년 미 대선후보의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해 내 시선을 끌고 있는 매체이다. [본문으로]
- 미국에서는 새로운 언론의 기능으로 등장한 팩트체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 팩트체커로는 폴리티팩트닷컴(www.politifact.com)이 있다. 폴리티팩트닷컴은 플로리다주에서 발행하는 소규모 신문인 세인트피터스버그타임스가 2005년부터 정치 지도자 검증을 위해 시도한 서비스다. 2008년 미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조사능력이 우수한 기자와 인터넷기능을 이용해 750가지가 넘는 정치적 주장을 검증해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09년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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