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제약사 설립 찬반논란

2016. 10. 14.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최근 제약업계에 공공제약사 설립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라 찬반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복지부와 제약사측은 반대의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공공제약사 찬반의견과 해외 사례를 살펴봅니다.


공공제약사 설립을 놓고 정치권·정부부처·제약업계, 그리고 학계와 시민단체 간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시민사회단체는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건복지부와 제약사 측은 반대의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데요.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국민이 필요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공제약사 설립은 국민이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약을 만들고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발생했던 메르스나 올해 지카바이러스 등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을 비롯해 민간제약사가 만들기에는 수지타산이 안 맞아 생산을 꺼리는 퇴장방지 의약품[각주:1],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위한 희귀의약품 등을 정부가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의지입니다. 필요한 약에 대한 국민접근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대의적인 취지에 대해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제약사 설립과 관련해 법률안 제정을 위해 지난 921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약협회와 시민단체, 일부 학계와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그 결과 시민사회단체는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복지부와 식약처, 제약사들은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찬성 측은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퇴장방지 의약품과 희귀난치성 질환 의약품 공급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들 약이 현재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소관이 혼재된 것도 공공제약사를 설립해 통합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콘트롤타워로서 정부의 역할 강화와 이러한 측면에서 법률 제정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재천 위원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은 보편적 권리라는 점에서 공공제약사 설립 필요성 논의가 시기적절하다는 평가를 하였습니다. 김진현(서울대) 교수는 수급이 곤란한 희귀의약품 등의 경우 공급자가 정부를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자 기능으로 설립이 필요하다며 이어 공공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인데, 소수의 독점기업이 국내 판매를 장악하고 있는 경우 수급 안정을 위해 보험자가 이런 기능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생산이 아니라도 구매 기능이라도 보험자로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비용효과 없으면 또 다른 실패가 우려된다

 

하지만 반대 측 의견은 사뭇 다릅니다. 공공제약사 설립으로 필요한 백신을 모두 공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현재 국내 백신 국산화 비율이 39%에 불과하지만, 이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백신 공급 중단 사태의 원인이 '제약 선진국과 국내 제약사 간의 기술적 격차'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 성분만 안다고 국내에 들여와 약을 뚝딱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공제약사가 만들어져도 백신 국산화 100% 달성 등 필요한 의약품의 자급자족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제약사의 영향을 줄이고자 희귀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 생산을 모색하는 것은 재원투입 대비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공공 의료기관들도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데 공단이 선의에 의해 만들더라도 결국은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고 민간제약사와 경쟁 관점에서 의심스럽다고 강조합니다. 이의경 교수(성균관대)희귀의약품은 희귀의약품 센터가 일부 공급하고 있고, 확대한다면 유통에서 민간 참여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 강민규 질병정책과장은 시장실패 해결책으로 공공제약사 설립을 한 뒤 너무 지나친 비용이 든다면 또 다른 실패가 되는 것이고, 여기서 이윤추구가 벌어질 경우 정부의 실패로 귀착된다며 논의의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공공기관으로서 공공제약사를 운영하려면 예산이 필수적으로 수반되고, 정부 산하조직이기 때문에 기재부 등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환기했습니다. 강 과장은 설립 운용비용과 비교해 효과가 얼마인지 재정 추계[각주:2]까지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며 수급 차질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을 찾아가는 논의의 장이라는 점에서 정부도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사례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모색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요? 호주와 일본, 노르웨이, 헝가리에서는 공공제약사는 아니더라도 제약주권을 지키기 위한 측면에서 여러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응급의약품 제도를 통해 일부 의약품 급여목록을 응급치료에 대해 비용청구 없이 제공하고 있고, 일본은 '불채산의약품 지정'으로 의료적 필요성은 높으나 약값이 현저히 낮아 제조업자 등이 취급하기 곤란한 기등재의약품[각주:3]의 가격 산정에 있어 최저약값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법에 따라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이 공급되도록 정했으며, 24시간 내 배달을 규정해 의약품 수급을 원활히 하고 있습니다. 헝가리의 경우 공공제약사 대신 '국가직영 도매상'을 운영하는데, 헝가리 내에 총 10개의 도매상 중 가장 큰 도매상을 보건부가 운영해 수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태국은 지난 1966년 공공제약사를 설립해, 생산되는 의약품 대부분이 국민 주요 질환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공공제약사를 통해 의약품 예산 중 약 31억 바트(2016년 기준 약 1000억 원)를 절감했습니다. 인도에는 13개 공공제약사가 있는데 필수적인 약의 생산과 국가보건 정책의 주요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4개의 공공제약사가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 약)을 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공공제약사 설립 취지에 대해 찬반 양측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세금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되면서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더욱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1. 퇴장방지 의약품 : 환자의 진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퇴장을 방지하여 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고, 무분별한 고가 약제의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의약품의 적절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저가의약품이 퇴장될 경우 고가의약품 사용이 늘어나 보험재정에 부담이 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본문으로]
  2. 추계 :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미루어 계산함. [본문으로]
  3. 기등재의약품 : 의약품의 효능과 비용을 심사해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의약품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