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진흥재단, ‘가짜 뉴스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세미나

2017. 6. 28. 17:00포럼

뉴스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진위(眞僞)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이자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가짜 뉴스’ 논쟁이다. 과거와 다른 방식 속에서 가짜 뉴스를 접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됐다. ‘가짜 뉴스’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함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김광재(한양사이버대학교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5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짜 뉴스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미나에는 학계와 언론 종사자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사와 강사 등 미디어교육 관계자 100여 명이 모여 가짜 뉴스를 둘러싼 현안과 그 해법에 대해 함께 모색했다. 윤영태 동의대 교수(미디어교육학회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두 사람의 발제와 다섯 명의 전문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통한 가짜 뉴스 대응’, 김광재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가 ‘가짜 뉴스와 미디어 리터리시 : 해외 각국의 대응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최숙 한국외대 언론정보연구소 교수, 배상률 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박한철 덕성여고 교사, 허성희 미디어교육 강사 등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의견을 개진했다.



미디어교육,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짜 뉴스, 미디어교육이 해답일까’

우리는 이 질문에 그동안 크게 의문을 품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당연한 이야기였기에, 다음 단계의 논의를 서둘러 진행시켜왔다. 양정애 연구위원의 발제는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이 문제의식에 대한 도전적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양 위원은 미디어교육이 주목받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미디어교육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디어 관련 사회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미디어교육을 그 해답으로 내놓는 진부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대두되는 미디어 관련 사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양 위원은 사회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정보 분별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짜 뉴스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교육은 주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역량 강화를 사회적 차원의 해결 노력 부족을 포장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개인적 능력의 부재로 인해 극복을 못하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되어선 안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교육은 반드시 병행해야 할 사회 문제의 해결 수단이라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양 위원이 제시한 방안은 네 가지다. 첫째, 포괄적 정보 분별력 교육으로 미디어교육 과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뉴스에 집중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교육과정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디어교육을 시민성 교육의 한 차원으로 다룰 때,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일회적으로 전개하는 교육이 아닌 꾸준하고 반복적 학습과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들이 담보될 때, 미디어교육 과정은 도구적 혹은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가 의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회적 책무에 공감하는 미디어(Responsible Media)

양정애 연구위원의 발제가 가짜 뉴스라는 사회 현상에 대해 미디어교육 그 자체의 중요성과 방향에 대한 논의에 집중한 것이었다면, 김광재 교수의 발제는 보다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살펴보고, 그 함의로부터 해결의 방향을 모색해 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발제에서는 가짜 뉴스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방식이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오늘날 우리가 주목하는 가짜 뉴스의 특성을 제시했다. 사회적으로 주목하는 가짜 뉴스는 뉴스 포맷을 취한 그릇된 정보를 특정 개인 혹은 단체가 의도적으로 생산한 것을 의미한다. 가짜 뉴스는 특히 경제적 이익 혹은 정치적 목적 하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SNS를 통해 제공하는 미디어 플랫폼 등을 통해 공유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로 인해 가짜 뉴스는 신속하게 확산되고, 일부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경향이 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정의는 거의 일치하는 편이지만, 그 대응방식은 국가별로 다르다. 김 교수는 크게 두 가지 접근방식을 소개했다. 첫째, 시장 중심의 접근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거론했다. 미국의 대응방식은 시장 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무의식에 기반한 단계적 자율규제 모델이다. 이 정의를 따르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이 있다. 이 가운데 페이스북이 취한 그간의 활동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됐으며, 특히 팩트체크(Fact-Checking)의 단계적 과정은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책임 문제를 중심으로 가짜 뉴스에 대응하는 미국(‘가짜 뉴스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세미나 자료집 중에서)


둘째, 법제도 관점에서의 접근을 들었다. 대표적으로 독일과 영국이 거론됐다. 특히 독일 정부가 최근 취하고 있는 법안의 초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법안의 초안이 담고 있는 내용과 이를 둘러싼 독일 사회의 반향과 논쟁 등은 규제적 시각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주체들에게 많은 함의를 주었다. 문제는 시장 중심 혹은 법제도 중심의 접근 방식 모두 사후처방이라는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사회구조적 측면의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 가짜 뉴스로 인한 폐해를 구성원들이 일정 부분 안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폐해는 추정이 불가능하다. 김 교수는 ‘사회적 책무에 공감하는 미디어(Responsible Media)’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정부를 중심으로 가짜 뉴스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제도적 규제를 마련한 독일의 법안(‘가짜 뉴스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세미나 자료집 중에서)


개인의 비판적 역량 강화와 바람직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해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발제자들의 발표내용에 공감하거나 현장의 목소리와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최숙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가짜 뉴스의 폐해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방법으로 연결되는 해결주의적 접근이 문제”라고 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학문적 저변이나 현장 영역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상률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시민성 함양 교육과 함께 콘텐츠를 비판적, 분석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소위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청소년들에게 미디어교육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가짜 뉴스의 횡행을 막기 위한 효과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구본권 소장은 “가짜 뉴스 생산유통 세력은 지능적으로 새로운 방법을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 다수의 미디어 이용자와 규제 역할자는 새로운 병리적 현상에 제대로 대응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라며 “이는 집단 간 정보 간극, 미디어 활용능력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구 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디지털 미디어 이용주체의 권리와 의무, 역량 학습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이용자 단체의 조직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박한철 교사는 “미디어의 정보들을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뾰족한 묘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디어의 정보를 접할 때마다 끊임없이 비판적인 질문을 던져서 진위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며 유언비어를 구분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덟 가지 가이드라인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허성희 강사는 학생들과 함께 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인성을 기반으로 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판적 능력 함양을 위한 미디어교육 방법론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언비어를 구분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덟 가지 가이드라인(‘가짜 뉴스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세미나 자료집 중에서)


이날 열린 세미나는 가짜 뉴스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사회이슈에 대해 당장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논의를 거듭하면서 우리 사회가 무엇에 주목하며, 문제들을 헤쳐가야 하는지에 대해 미디어 리터러시 관점에서 단초를 찾는 자리였음은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