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1. 17:00ㆍ포럼
세계적 미디어교육 학자 '데이비드 버킹엄(David Buckingham)' 교수는 지난 5월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서울대 교육연구소와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의 초청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이 강연회에서 버킹엄 교수는 커지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비판적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킹엄 교수는 이 강연회에서 미디어 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인, 언론사, 정치인 등 사회 전반의 개혁과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안용순(서울 배명중학교 국어교사)
5월 11일(목), 12일(금) BK21 사업을 수행 중인 서울대 교육연구소와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가 공동으로 데이비드 버킹엄 교수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었다.
젊은 교사 시절의 회상-미디어교육에 발을 내딛다
대학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하고 새로운 청소년 문화에 꽤 빠르게 반응하던 필자는 교사가 된 후 YMCA에서 주관하는 건전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건비연) 산하 영상교사모임이란 곳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그곳에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문화인 영상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필자가 좋아하는 것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맞닿는 좋은 주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후 모임에서는 영상 읽기, 영화 읽기, 광고 읽기, 뉴스 읽기 등을 배우게 되었고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고 그것을 아이들과 같이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1998년으로 기억된다. 새로운 수업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필자는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연수 강사로 나서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보통 40여 명의 선생님들만 오던 연수에 새로운 수업 방법을 주제로 하니 200명 이상의 선생님들이 연수 신청을 하게 되었다. 처음 맡은 연수라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지만 건비연에서 배운 대로 약간은 새로운 방식으로 하게 되니 연수가 끝나고 연구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렇게 십여 분의 선생님들과 같이 전국국어교사모임 산하 매체 분과 모임(현재 매체연구회)을 만들게 되었고 20년 가까이 그 분들과 공부를 하게 되었다.
미디어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하다
미디어교육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던 2000년 초반에 책을 몇 권 소개받았다. 그 당시 교사들의 잡지인 <우리교육>에 미디어 관련 책 소개와 저자 소개가 나왔다. 지금은 성미산학교 교장선생님으로 활약 중인 박복선 선생님(그때는 우리교육에서 근무하였다)이 쓰신 “아이들의 미디어 문화, 교육 안에 포용하기 –데이비드 버킹엄(David Buckingham)의 현장 연구서<전자매체 시대의 아이들>, <미디어교육>”을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 미디어교육은 보호주의 관점이 우세했었다. 미디어를 통해 폭력을 배우는 경우와 같이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이었다. 그런데 데이비드 버킹엄 교수의 책에서 접한 개념은 보호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전자매체 시대를 사는 아이들은 기존 성인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것이고 이런 흐름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같이 소통하라는 것이 주된 메시지였다. 사실 교육의 대상으로 여겼던 아이들과 교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생각을 나누라는 것은 다소 충격적인 발상이었다.
미디어교육 전문가 데이비드 버킹엄(David Buckingham) 교수(사진 출처 : 유튜브)
데이비드 버킹엄(David Buckingham) 교수 |
· 미디어 교육 전문 학자, 작가 및 컨설턴트 · 러프버러 대학교(Loughborough University) 명예 교수 · 서섹스 대학(Sussex University) 객원 교수 · Norwegian Centre for Child Research 객원 교수 · 前(전) 런던 대학교(London University) 교육 연구소 교육학 교수 · 아동, 청소년 미디어 연구센터 창립자 겸 이사 |
버킹엄 교수의 <전자매체 시대의 아이들>은 교육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아이들을 서로 같이 논의하고 생각을 공유해야 할 상대로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또한 버킹엄 교수는 전자 미디어가 기존의 정치나 경제처럼 공적영역에서 가족생활이나 개인이 맺고 있는 관계와 같은 사적 영역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을 미디어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환경 속 아이들의 생각과 다양한 변인들을 관찰하면서 피드백 하는 교육의 형태를 제안하고 있었다.
인지교육을 중시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문화교육을 해야 한다는 버킹엄 교수의 주장은 완전히 새롭고 선진적인 것이었다. 또한 학교뿐만 아니라 비공식적 교육의 장에서도 미디어교육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적 시각을 제시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미디어 권리’를 주장하고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미디어 문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내용과 자율적인 문화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후 십 년 넘게 미디어교육을 실천하다
그동안 필자는 나름대로 미디어교육을 진화시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광고, 뉴스 등 아이들이 좋아하거나 가르치는데 유용한 주제를 선택하여 가르쳤고 그 후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등 이야기가 있는 미디어를 교육 내용으로 가져와 가르쳤다. 광고를 읽고 각 주제별 광고의 차이나 광고 소구별 다른 전략에 대해 가르치면서 그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읽기를 진행했고, 모둠을 만들어 새로운 주제를 정해 토의하고 광고 기법을 논의하여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신문과 뉴스의 같은 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고 또한 각각의 뉴스가 가지고 있는 관점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다. 학교 현장에 맞는 뉴스를 제작한 후 그것을 교실에서 발표하고, 그 후에 느낌 등을 서로 나누게 하는 활동도 하였다.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고 좋아하는 미디어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려 노력했다. 처음에는 미디어에 대한 교육인지, 미디어를 통한 교육인지, 아니면 미디어를 넘어선 교육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왜 미디어교육을 하는지, 무엇으로 미디어교육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미디어교육을 구체화할 것인지 고민이었다.
고민의 과정에 다시 그를 만나다
가짜뉴스에 대한 발표 자료 중. 가짜 뉴스는 방문자 수를 높이고, 거짓 정보를 퍼트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게시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학습연구년 교사로 일 년 동안 공부하는 과정에 있고, 한 학기 동안 서울대에 파견되어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5월 11일(목), 12일(금) BK21 사업을 수행 중인 서울대 교육연구소와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가 공동으로 데이비드 버킹엄 교수를 초청하여 강연회 1를 연다는 것이었다. 미디어교육을 고민하다가 내 미디어교육 수업에 영감을 준 그를 직접 만나는 기회를 갖다니 꿈만 같았다. 미디어교육을 꾸준히 실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싶어 강의를 신청하였다. 목요일은 개인사정으로 참석을 못하고 금요일 강연만 참석했으나 두 번의 발표 원고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목요일 발표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자라는 것-젊은 세대의 변화하고 있는 문화적 경험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여러 현상과 젊은 세대와 디지털 매체 간의 관계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버킹엄 교수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청소년을 디지털 기기를 쉽게 다룰 줄 알고 태어나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디지털 세대’로 규정짓는데, 이러한 규정은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기술이 그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기술만능주의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의 변화와 발전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는 목적과 맥락에 달려있기 때문에 기술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사람이 기술을 변화시키며, 기술 변화 방향의 의미와 그 과정에서 개입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컨버전스 멀티태스킹, 개인화, 연결, 동일시, 신뢰성, 참여, 상업성, 노동, 불평등, 배움 등 젊은 세대와 디지털 기술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이슈에 대해 말했다. 그 이슈 중 하나인 ‘멀티태스킹’에 대해 말하자면, 일부 평론가들은 젊은 세대에게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이용은 인터넷과 SNS, 메신저 등 다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동시에 이용하고 필터링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게 했다고 진단한다. 반면에 이것이 구제불능의 주의 산만함을 가져왔다는 비판도 있다.
버킹엄 교수는 이후에 제시되는 여러 키워드 분석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키피디아 같이 게이트키퍼가 없는 매체가 늘어나고 다양한 출처에서 자료를 모아 목적에 맞게 고치는 게 점점 쉬워질수록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비판적 디지털 리터러시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가난한 아이들이 ‘디지털 격차’라는 불평등을 겪지 않기 위해 단순히 전자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그것을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나 노하우라는 말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교육이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것이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으며, ICT 및 코딩 교육 같은 기술적 트레이닝을 넘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질문을 하는 방식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금요일 발표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에 관련된 ‘탈진실 시대의 미디어 가르치기’였다. 우리는 '진실'보다 본인의 신념이 더 중요한 시대(post-truth)에 살고 있고, 이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새로운 과제라고 하면서 가짜 뉴스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가짜 뉴스를 보도하는 가짜 뉴스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뉴스 문제를 미디어의 잘못이라고 단정짓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과연 미디어 리터러시는 해결책인가에 대해 되물었다. 미국 언론인 프랭크 베이커(Frank Baker)의 체크리스트를 소개하면서 체크리스트도 장단점이 있지만, 전문가도 스스로 체크하는 경우는 드물며 아이들은 이것을 사용하기 위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했다. 진짜와 가짜를 넘어서서 생각해볼 문제는, 체크리스트를 넘어서서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것, 맥락(context)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구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었나, 누가 이것을 알거나 관심 있는가, '진실'이나 합리성이 답이 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결국 미디어 문제의 해결은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인, 언론사, 정치인 등 사회 전반의 개혁과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에서 제시한 뉴스 소비자를 위한 핸드북-가짜 뉴스 걸러내기이다.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방법. (출처 : Breaking News Consumer Handbook: Fake News Edition (WNYC/WNYC))
1. 모두 대문자이거나 확연하게 포토샵 처리된 사진은 가짜 뉴스를 나타내는 강력한 신호이다. 2. 팝업과 배너 광고가 넘친다. 3. 도메인을 점검한다. 가짜 사이트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더하기 위해 종종 ‘.co’를 더한다. 4. 알려지지 않은 사이트에 접속했다면, 그 사이트의 소개(About) 페이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것과 ‘가짜(fake)’라는 단어를 함께 검색해보고 무엇이 뜨는지 확인한다. 5. 기사에 링크가 있다면 클릭해 본다(쓰레기는 더 심한 쓰레기로 이어진다). 링크, 인용, 또는 참조가 없다면, 다른 관련 내용을 찾아본다. 6. 동일한 사안을 보도한, 신뢰받는 매체의 기사를 확인한다. 7. 날짜를 확인한다. 소셜 미디어는 오래된 글을 소환하곤 한다. 8. 지난 헤드라인을 읽어본다. 아래에 있는 제목과 거의 유사하지 않다. 9. 사진의 출처를 알 수 없고 날짜도 없는 경우 이미지의 출처를 알아보기 위해 TinEye 같은 이미지 검색 엔진을 사용한다. 10. 당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기사라면 그런 의도로 기획된 것이다. 11.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면 공유하지 않는다. |
강의를 듣고 나서
17년 전 그의 책을 만나고 나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소통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를 실천하였고 그러다 이번에 그를 직접 만나서 디지털 세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가짜 뉴스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발표를 들었다. 결론적으로 미디어교육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며 다양한 기술이 진화하고 있지만 결국 본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미디어교육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데이비드 버킹엄 교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5월 11일(목)에는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에서 "디지털 미디어와 청소년 문화"를, 12일(금)에는 서울대 교육연구소 교육 포럼에서 "탈진실 시대의 교육: 가짜 뉴스와 편견에 대한 교육"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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