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10. 11:00ㆍ수업 현장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질문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질문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창(窓)이고, 창의력을 다지는 발판이다. ‘단순히 뉴스는 이런 것이고, 이렇게 생산되고 유통된다. 이런 유의점이 있으니 이런 식으로 봐라.’라고 하는 교육은 이론 위주의 전형적인 ‘집어넣는 교육’ 형태이다. 이런 문제는 뉴스 읽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
권영부(동북고등학교 수석교사)
최근 들어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기존의 신문 활용 교육과 뉴스 활용 교육을 포괄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뉴스 공급이 과잉되고 가짜 뉴스(Fake news)가 등장함에 따라 뉴스와 뉴스 생태계의 특성은 물론 뉴스에 대한 책임과 권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진 가운데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 신문 활용 교육(NIE)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중반 무렵이다. 이때 현장 교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 사례가 나왔고 활발하게 전파되었다. 이때처럼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업 사례 발굴과 연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새로운 연구 영역으로 ‘질문으로 접근하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제안한다. 이것은 ‘리터러시’가 뜻하는 읽기와 쓰기에 기초해 뉴스를 텍스트로 한 리터러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뉴스를 읽지 않고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논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질문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질문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창(窓)이고, 창의력을 다지는 발판이다. 갈수록 세상은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질문은 답이 아니라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창의적인 발상을 꽃피우는 역할을 한다.
세상은 없던 문제를 없던 형식으로 해결하기를 요구한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는 데는 바로 ‘핵심 질문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기본을 다지는 차원에서도 ‘질문으로 접근하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의의가 있다.
질문이 살아 있는 교실 만들기
질문에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널리 알려진 한국 기자들의 모습과 관련된 이야기다.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G20 폐막 기자회견장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II)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끝내고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싶다고 했다. G20 개최를 성공적으로 끝낸 한국을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우리말로 질문하면 통역이 되기 때문에 영어 실력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자리였다. 하지만 한국 기자들의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중국 기자가 질문하겠다고 나섰다.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G20 폐막 기자회견장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한국 기자들의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사진 출처 : EBS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 5부 말문을 터라>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줬으므로 당황해했다. “질문할 한국 기자가 없나요? 정말 없나요?” 그는 질문할 한국 기자가 있는지를 몇 번이고 물었다. 이쯤 되면 한국 기자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끝끝내 한국 기자들은 말이 없었다. 결국, 질문할 수 있는 권한은 중국 기자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다음으로 교육 현장의 질문 문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나라 명문대 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질문하지 않는다. 오로지 교수의 강의 내용을 속기사처럼 메모하기에 바쁘다. 심지어 강의 중에 이뤄진 농담까지도 꼼꼼하게 기록한다. 이게 정말인가 싶지만 사실이다. 물론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도 많다. 질문을 열심히 하면 가산점을 주는 경우도 있다. 질문이 없는 상황을 단순히 학생들의 문제로만 볼 수도 없다. 수업 시간에 열정적으로 질문하거나, 교수의 강의 내용을 비판적 관점에서 질문할 수 없는 분위기가 문제다. 질문했다가 면박을 당하거나, 답안을 창의적으로 적었다가 처참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질문과 비판을 포기하기 마련이다. 그래야만이 최우등생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이 이 정도이니 중·고등학교의 질문 부재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교사의 목소리만 울리는 교실보다 교사와 학생 사이, 학생과 학생 사이에 질문이 살아 있는 교실이 되어야 한다.
질문이 사라지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도 사라진다. 시대는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원한다. 비판적 사고력은 뉴스를 비롯한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주장, 판단, 신념, 사상, 이론 등에 대해 합당한 근거를 기반으로 그 적합성과 타당성을 평가하는 능력이다. 창의력은 새롭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역량이다. 이런 역량들은 질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텍스트의 주장에 반하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분야가 보일 수 있다.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려면 창의력이 요구된다. 이렇게 질문은 사고력의 증진은 물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실마리가 된다.
‘집어넣는 교육’ 아닌 ‘꺼내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교육 현장에서 질문을 살려야 한다. 질문이 사라지면 우리 미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질문 부재의 문제는 교사와 학생 양쪽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교사의 수업 진도 문제다. 학생들에게 질문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봤다. 대체로 교과 진도에 쫓기는 교사를 보면 질문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업 시간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배움에 대한 학생들의 착각이 문제다. 학원이나 인터넷 방송 등에서 배운 것 만으로 모든 것을 안다고 여기는 학생들이 많다. 스쳐 지나간 것을 안다고 여기는 경우가 숱하다. 질문하면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질문의 중요성을 지도해야 하고, 질문을 살려내야 한다.
질문을 살리려면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은 자기 생각, 가슴속에 담아둔 궁금한 점을 꺼내 자유롭게 질문해야 한다. 물론 스스로 질문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질문을 한 번쯤 치르는 이벤트로 여길 것이 아니다. 교실 수업의 중심에 질문이 항상 존재하게 해야 한다.
뉴스를 읽고 질문을 만드는 모습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출발인 ‘뉴스에 대한 이해 교육’은 뉴스 읽기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뉴스 읽기를 통해 뉴스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뉴스 이해 교육이 이뤄져야 교육의 효율성이 커진다. ‘단순히 뉴스는 이런 것이고, 이렇게 생산되고 유통된다. 이런 유의점이 있으니 이런 식으로 봐라.’라고 하는 교육은 이론 위주의 전형적인 ‘집어넣는 교육’ 형태다. 이런 문제는 뉴스 읽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뉴스 읽기가 왕성해져야 뉴스 리터러시 교육도 발전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갈수록 읽기를 싫어한다. 영상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으므로 쉽게 고치기도 힘든 상황이다.
질문을 활성화하는 ‘소셜 리딩’ 활동
학생들의 읽기와 질문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소셜 리딩(Social Reading) 활동이 있다. 소셜 리딩은 말 그대로 함께 읽고 함께 질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리터러시의 기본에 충실한 교육이다.
소셜 리딩 활동을 할 때는 먼저 함께 읽을 뉴스를 정해야 한다. 함께 읽기에 필요한 뉴스는 학생이 골라도 되고, 교사가 지정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두 명이 함께 읽고 서로 질문을 만들어 교환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아래에 제시된 소셜 리딩 활동지를 보고 진행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자.
이 활동은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진행한다. 먼저 한 명(짝꿍①)이 질문 ❶, ❷, ❸과 답변 ⓐ, ⓑ, ⓒ를 만들면, 다른 한 명(짝꿍②)이 질문 ❶, ❷, ❸에 대한 답변을 하고, 답변 ⓐ, ⓑ, ⓒ를 보고 그 답변이 나오게 된 배경을 스크랩한 뉴스를 읽고 생각한 뒤에 질문을 만들면 된다. 다음으로 스크랩한 뉴스를 다시 읽고, 서로 질문하고 답변한 내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평가하여 마무리한다.
이 활동을 할 때 제시된 뉴스를 제대로 읽지 않으면 질문을 만들 수 없고, 답변할 수도 없다. 결국 이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뉴스를 꼼꼼하게 읽어야만 하므로 리터러시의 기본인 읽기와 쓰기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질문과 답변 중심의 소셜 리딩 활동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첫째, 특정 주제를 반복해서 다루면 심화 교육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에 관련된 뉴스를 바탕으로 소셜 리딩 활동을 반복하면 ‘뉴스를 활용한 금융 교육’이 되고, 정치 뉴스를 바탕으로 이 활동을 반복하면 ‘뉴스를 활용한 정치 교육’이 된다. 둘째,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인성 교육도 가능하다. 제시된 뉴스를 바탕으로 제대로 답변할 수 있게 질문을 만들어야 짝꿍 사이의 활동이 원만해진다. 대충 읽고 대강 질문을 만들면 상대방이 답변하는 것도, 질문을 만들기도 어렵다. 이런 과정에서 상대방을 생각하는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
두 명의 학생이 한 팀이 되어 소셜 리딩을 하는 모습
또한, 소셜 리딩 활동지를 창의적으로 변형해 활용할 수도 있다. 첫째, 뉴스의 내용에 따라 질문과 답변의 개수를 조절하면 된다. 경성 뉴스를 스크랩했다면 아무래도 질문과 답변의 개수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텍스트를 요약하는 활동에 적용할 수도 있다. 질문과 답변 아랫부분에 요약할 수 있는 칸을 만들어주면, 질문과 답변을 바탕으로 내용을 요약할 수 있다. 셋째, 소셜 리딩 활동을 개별 교과 교육에도 접목할 수 있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할 때 텍스트가 뉴스이지만, 교과서의 특정 소단원을 ‘스크랩한 뉴스 붙이는 곳’에 정리한 뒤에 두 명이 함께 질문하고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 이렇게 뉴스 읽기를 질문 만들기와 연계하면 읽기의 효율성이 커질 것이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도 질문 만들기를 통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뉴스의 이해, 뉴스 생태계와 미디어 이해, 뉴스 활용, 뉴스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근간으로 하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뉴스와 뉴스유사정보를 구분하는 활동을 할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을 만들어보자.
“소개하는 상품의 장점에만 치우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특정 회사의 기업, 회사, 상품, 상표를 홍보하고 있는가?”
이렇게 몇 가지 질문만으로 뉴스와 뉴스유사정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인 뉴스유사정보에 기사형 광고가 있다. 뉴스 형식을 갖췄지만, 특정 기업의 사익을 대변하는 광고다. 뉴스가 가진 일반적 신뢰를 바탕으로 상품 광고가 이뤄지는 기사형 광고를 뉴스로 여기면 안 된다.
질문을 지향하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본질적으로 질문을 지향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뉴스 리터러시 교육 커리큘럼의 ‘뉴스의 이해’ 영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뉴스의 정의, 뉴스의 필요성, 뉴스 가치, 뉴스 생산 과정, 뉴스 보도 원칙’이라는 중단원에 해당하는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뉴스 이해 영역의 중단원과 주제>
영역 |
중단원 |
주제 |
뉴스의 이해 |
1. 뉴스의 정의 |
뉴스를 알아보자. |
2. 뉴스의 필요성 |
내 삶과 뉴스의 관계를 알아보자. | |
3. 뉴스 가치 |
뉴스의 가치를 알아보자 | |
4. 뉴스 생산 과정 |
뉴스의 생산 과정을 알아보자. | |
5. 뉴스 보도 원칙 |
뉴스 보도 원칙을 살펴보자. |
중단원에 관련된 주제인 ‘뉴스를 알아보자, 내 삶과 뉴스의 관계를 알아보자, 뉴스의 가치를 알아보자, 뉴스의 생산 과정을 알아보자, 뉴스 보도 원칙을 알아보자’와 같은 주제를 질문으로 바꾸면 교육해야 할 내용이 훨씬 쉽게 다가온다.
예컨대 ‘뉴스를 알아보자’라는 주제를 ‘왜 뉴스를 알아야 하는가?’ 또는 ‘뉴스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와 같은 질문 형식으로 바꾸면 탐구해야 할 영역의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른바 ‘핵심 질문’을 통해 탐구할 부분의 성격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질문 중심의 연구가 더욱 절실하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질문의 필요성이 담겨 있다. 이런 교육과정상의 요구에 답하려면 질문에 기초한 교육 활동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질문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제 바닥에 잠긴 샘물 같은 질문을 들어 올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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