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3. 17:31ㆍ수업 현장
언론진흥재단은 평창 올림픽 성공 개최와 청소년 미디어교육을 결합한 ‘평창 동계올림픽 청소년 기자체험’ 프로그램 운영 신문사를 권역별로 1개 사씩 선정, 지원하였다.(서울: 한겨레, 경기: 경기일보, 강원: 강원도민일보, 충청: 중부일보, 경북: 매일신문, 경남: 경남도민일보, 호남: 무등일보) 이 글은 지난 2월 진행한 강원도민일보의 ‘평창올림픽 청소년 기자체험’ 프로그램 활동 후기를 정리한 것이다. |
박미현(강원도민일보 기획위원실장)
“작년부터 기사 보는 것이 좋아, 이번 기회에 신청해보았다. 밥도 맛있고, 선생님도 친절해서 너무 좋았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직접 취재한 것이 인상 깊었다. 강원도민일보도 이제 둘러볼 텐데 기대가 된다. 나도 여기에 다니고 싶다.”
- 박가인 학생
“처음에는 그냥 올림픽 구경하러 가야지 하고 신청했다. 그러나 뜻밖에 기사 작성과 취재를 해서 좋았다. 신문은 그냥 종이 뭉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신문에 관심이 생겼고 신문을 통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그냥 기사를 쓰는 줄 알았는데 수많은 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니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보람을 느꼈고, 참가한 게 다행이다. 오길 잘했다.”
- 전미애 학생
두 학생의 기자체험 수료 소감은 필자에겐 선물과도 같다. 강원도 홍천에 사는 가인이는 강원도민일보 기자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밝혔고, 신문을 그저 종이뭉치로 여겼던 미애는 기자들의 숨은 노고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성향의 두 학생이 각기 다른 값진 경험을 얻은 것이다.
2월 22~23일 ‘강원도민일보 평창올림픽 청소년 기자체험’에 참가한 강원지역 초‧중학생 30명은 두 학생과 마찬가지로 흡족해하는 진솔한 소감을 내놓았다. 강원도민일보뿐 아니라 무등일보 등 동계올림픽 기간 중 기자체험을 실시한 전국 7개 권역의 다른 신문사 역시 호평받았을 것이다. 동계올림픽 경기를 직접 참관하는 특전이 있기도 했지만, 스포츠 기자와 자원봉사자를 인터뷰하며 올림픽 현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접할 수 있고, 다양한 실습과 지식 전수 등 교육 운영이 이틀간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강사·교재·일정 완벽 삼박자 갖춰
언론진흥재단 지원 사업인 ‘평창올림픽 기자체험’은 북한의 참가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는 데다 강원도 소재 신문사로서 이번 사업에 많은 관심이 있었기에 들뜬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우리는 강릉하키센터에서 2월 22일 낮 1시 10분에 시작하는 아이스하키 여자 결승전을 취재하기로 했다. 경기장과 거리가 가까워 숙박비가 적고, 흥미도가 높은 종목이기 때문이었다. 22일 첫째 날은 올림픽 경기 현장 취재 교육 위주로, 편집국 협조가 수월한 23일은 제목 달기와 기사 배치 등 편집 실습과 편집국 견학으로 일정을 성글게 짠 후 곧바로 입장권을 샀다. 개막이 임박하면서 입장권이 빠르게 팔렸고, 야간에 진행되는 올림픽 경기도 다수여서 청소년들이 활동하기 쉬운 낮 시간에 초점을 두어 경기종목과 시간을 선택했다. 강원도에서 공들여 준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문화올림픽 현장 중 한 곳도 취재키로 했다.
강의 주제나 일정 구성에 있어서 2017년 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진행한 ‘NIE 1일 기자체험’ 경험이 요긴하게 활용됐다. 강의 순서는 작년에 강사로 활동한 현직기자와 협의하였으며, 신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취재 방법, 개최지의 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한 강의는 경기장 도착 전에 시행하기로 했다. 올림픽 관련 최신 신문 기사 자료와 새로운 원고를 엮어 빠르게 교재를 제작했다. 참여할 초‧중학생은 시 단위가 아닌, 군 단위 지역에서 모집했다. 첫째 날 강사는 스포츠기사 데스크 경험과 NIE 저술도 낸 적이 있는 필자가, 둘째 날은 스포츠면 편집을 담당하고 있으며 취재부서 경험이 있는 노학수 기자가 맡기로 했다.
강릉하키센터 교통편은 셔틀버스로만 접근 가능하다고 하여 2월 12일 사전 답사를 통해 방문지 위치 및 소요시간을 점검했다. 또한, 올림픽 정보가 담긴 리플렛, 문화관광지도 등을 학생들에게 나눠줄 요량으로 넉넉히 챙겨왔다. 사전에 조율한 것은 현지답사 외에 한 가지 더 있다. 참가 학생 30명을 6개 모둠으로 나누고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종목에 대해 조사를 부탁한 것이다.
직접 취재를 통해 고조되는 열기
22일 오전 8시를 앞두고 홍천군청소년수련관 강의실에 두툼한 패딩을 입은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신문의 역사를 강의하던 중 일제강점기에 홍천에서 활동한 기자들의 빛바랜 사진을 보여주자 신기해했다. 강의 말미에는 모둠별로 기사 작성 과제를 한 가지씩 정하고 취재 질문지를 작성토록 했는데 이때부터 모둠 간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펜으로 적는 손길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기사작성 주제는 △아이스하키 여자 결승 경기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열리는 문화올림픽 현장 △현장에서 만난 올림픽 자원봉사자 인터뷰 △스포츠경기를 취재하는 현직 기자나 외국인 인터뷰 △올림픽 기자체험 및 강원도민일보 견학이었다. 가능한 사진뉴스 작성도 공통 과제로 넣었다.
기자체험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언론진흥재단은 현장을 찾아 아이들을 격려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낮 12시가 지나, 강릉올림픽파크에 도착했다. 청소년들이 가장 의욕을 드러낸 것은 현장 인터뷰였다. 필자가 인터뷰 대상이 될 자원봉사자를 어떻게 섭외하는지부터 지켜보도록 한 다음 직접 질문하도록 했다. 보안검색대로 진입하기 전 교통봉사를 하는 대학생 이찬 씨를 인터뷰할 때, 청소년들은 제법 귀에 쏙쏙 들어오는 질문을 던졌다. 이날 임선영 학생이 인터뷰하고 쓴 원고는 이튿날 모둠에 의해 채택돼 기사화되기도 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맞붙은 아이스하키 여자 결승전이 열리는 동안 강원도민일보 강릉 본사에서 동계올림픽 일선 취재를 줄곧 담당해온 구정민 차장의 인터뷰 기회를 마련했다. 올림픽 기삿거리에 대한 궁금증과 올림픽 취재의 힘든 점, 기자로서의 보람, 직업으로 택한 이유 등 다양한 질문과 성의 있는 대답이 오가고 스냅사진도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인터뷰할 때는 떨렸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여럿이 인터뷰할 때, 같이 질문하고 답변을 적고 활동하는 게 참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 경기장 입장 전에 언론진흥재단 민병욱 이사장을 비롯한 미디어진흥실에서 취재 수첩과 필기도구를 선물했다. 이 필기도구를 든 학생들은 경기 휴식시간마다 짝을 지어 로비를 돌아다니며 자발적으로 사람을 찾아 인터뷰하기도 했다.
결승전이 연장전을 지나 승부치기로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진행이 늦어졌다. 부리나케 문화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대도호부 관아로 향해 고려 건축물의 특징인 배흘림기둥의 임영관을 둘러보았지만, 시민과 관광객이 몰린 전통문화체험 현장 모습은 취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이튿날 오전 9시, 눈길을 뚫고 춘천에 소재한 본사에 도착했을 때 학생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어려웠지만 가장 성취감도 컸던 기사쓰기
학생들은 6개의 모둠(수호랑 1, 2, 3, 반다비 4, 5, 6)으로 둘러앉아 기사작성, 제목 달기, 기사 배치와 편집 등 실습 과정을 거쳐 두 개의 지면을 완성했다. 다음으로 각자 기사를 쓰게 한 뒤 모둠에서 잘된 것을 뽑아 편집했다. 기사 쓰기는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활동 중 하나였으나, 가장 성취감이 큰 활동이기도 했다. 또한, 모둠 형식 운영에 대해서도 만족했다.
기자체험 활동 둘째 날, 노학수 기자는 청소년들과 함께 기사 작성 및 제목 달기 실습을 진행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200자 쓰는 것도 힘들고 400자 쓰는 건 더욱 힘든데도 불구하고 기자는 1,000자 이상을 쓴다는 것이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다.”
- 김기홍 학생
“취재한 일을 기사로 작성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모둠끼리 힘을 합해 기사 작성을 쉽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둠끼리 기사 작성을 하며 의견을 모은 게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김서현 학생
“올림픽을 관람하며 신문 기사를 생각하니 흥미롭고 재미있는 생각이 많이 났다. 장래희망이 기자는 아니지만 취미로 글을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초등 5학년생도 있었고, 신문의 역사 강의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거나 기사 쓰기를 하면서 창의력이 느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식사 메뉴가 고기라 좋았다거나 하키센터에서 걸그룹 I.O.I 멤버인 전소미의 실물을 봐서 좋았다는 소감도 덧붙여있었다.
적극적으로 활동한 12명에게 문화상품권이 주어졌다. 마지막으로 수료증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그 사진은 인터넷 매체에 실었다. 피드백을 얻기 위한 만족도 설문조사 자료는 신문 활용 교육 업무파일에 오래도록 남아 요긴한 자산으로 쓰일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증면해 올 컬러로 제작하느라 화장실 갈 겨를도 없이 일했던 본사 편집국과 강릉 본사 취재국의 협업, 인솔 강사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돌발 변수에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이번 재단 지원 사업은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나 박람회를 결합한 청소년 기자체험, 군부대가 포진한 강원도 특성을 살린 기자체험 등 NIE 프로그램 구상에도 많은 보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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