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과 9일, 이틀에 걸쳐 ‘현상기반학습(PBL) 발표회’가 진행됐다. 공교육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현상기반학습 활동 사례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뉴스활용교육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본다. |
권영부(서울 동북고등학교 수석교사)
학교 현장에서 뉴스는 다양한 교과에 보조교재로 활용되며, 특히 논·구술과 진로 관련 포트폴리오 만들기, 경제·금융교육, 인성교육 등에서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에 뉴스 이해, 뉴스 생태계와 미디어의 이해, 뉴스에 대한 책임과 권리 등을 다루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레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동북고등학교에서 진행된 '현상기반학습(PBL) 발표회'는 공교육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현상기반학습 활동이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현재 뉴스 자체가 교과목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적극적인 뉴스 활용을 망설인다. 그러나 교과 시간에 활용하는 것이 힘들면 자유학기(학년)제 수업, 방과 후 수업, 동아리 활동 등에 뉴스활용교육을 할 수 있다. 이때 과목별 교육을 없애고 하나의 프로젝트로 팀을 구성해 협력학습을 실행하는 차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심층적‧독창적‧다각적으로 우리 주변의 현상을 융합하여 살펴보는 힘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상기반학습(Phenomenon Based Learning, PBL)이 추구하는 목표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밑불 교육이다.
물론 과목별 교육에 대한 굳은 생각을 허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팀별 협력학습을 통해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교육에 믿음도 필요하다. 만약 현상기반학습이 정착되면 뉴스만으로 교육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시점에서 보기에 앞선 생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창의융합적인 마인드 증진을 위한 경험을 축적하고 체득해야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선 실행 후 필요할 때 검증’이라는 창조모델이 필요하다. 이 모델은 검증된 교수학습이나 방법들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창의적 방안이 있으면 우선 실행하는 자세를 중시한다. ‘선 검증 후 실행’이라는 고전적 합리모델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누구나 알 수 있게 만든 교육 매뉴얼에 따라 수업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고리타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상기반학습이 활성화된다면 머지않아 뉴스가 교과목이 될 날이 올 것이다.
창의융합적 해결 역량을 길러주는 현상기반학습
현상(phenomenon)은 사람이 알아서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사물의 모양과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두 가지로 느낄 수 있다. 하나는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심을 통해 느끼는 것이다. 전자는 본능적으로 느끼는 현상으로 추움, 더움, 배고픔, 슬픔, 기쁨 등이 그 예다. 후자는 미디어를 통해 느끼는 현상이다.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뉴스에 관심이 많고 미디어 접근성도 높다.
기존의 문제기반학습(Problem Based Learning, PBL)은 학습자들에게 실제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자들이 공동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하며, 개별학습과 협동학습을 통해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학습방법이다. 현상기반학습(PBL)은 학생들이 주변에서 쉽게 보고 느낀 현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학습주제를 정한다. 그런 다음, 과목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주제 자체가 프로젝트가 되어 학생들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가며 사회적 상호작용과 자율성에 기초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현상기반학습이 기존의 문제기반학습과 구별되는 점은 한층 높은 사고력과 융합역량은 물론 협업역량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현상기반학습에서 학생들은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스스로 질문하고 탐색하는 등 배움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현상기반학습은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사회를 살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 사회는 스스로 질문하고 탐색하는 활동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없던 문제를 기존에 없던 방식, 즉 창의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현상기반학습의 가치는 갈수록 증대할 것이다.
프로젝트 주제를 ‘학교 급식’으로 정하고 발표 중인 학생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뉴스 활용의 물꼬를 트다
뉴스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느끼고 살필 수 있는 보물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런 보물을 앞에 두고도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뉴스를 자신의 학습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험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보물에 다가갈 길을 활짝 열어주고, 그 속에서 끄집어낸 다양한 뉴스를 창의적인 생각과 잘 섞어 맛깔나게 요리해 선보인 자리가 바로 ‘현상기반학습(PBL) 발표회’다. 지난 3월 7일과 9일, 이틀간 진행된 ‘현상기반학습(PBL) 발표회’에는 동북고등학교 경제동아리 ‘동경’의 2, 3학년 학생 20명이 참여했다. 공교육 현장에서 처음 시도하는 활동이라 마음이 들떴지만, 팀별 활동을 수행해야 하고 특정 주제를 둘러싼 문제를 질문 중심으로 해결하는 생소한 프로젝트였기에 어려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동아리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활동보다 훨씬 많은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 필자는 진행자의 역할만을 수행하며 답변을 최소화했다. 결과는 알찼다. 무조건 가르치기보다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학생들이 뉴스를 활용해 현상기반학습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상기반학습은 1차시 활동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과 시간, 방과 후 활동 등에 적용할 때는 ‘뉴스를 활용한 현상기반학습 준비와 활동 과정’을 참고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고려하여 활동 시간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제 한 가지 도구로 학생들이 지닌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는 시대다. 이 말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하나의 수업에도 다양한 교수학습방법 내지는 평가 전략이 적용되어야 한다. 현상기반학습에는 뉴스활용교육, 융합교육, 질문생성교육, 문제기반학습, 발표기반교육 등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한 가지 도구로 여러 가지를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겨있다. 동북고의 ‘현상기반학습(PBL) 발표회’를 기점으로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이 전개되고 공유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현상기반학습을 적극적으로 연구하여 뉴스활용교육의 새로운 영역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