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8. 15:01ㆍ포럼
현대 사회에서 뉴스는 그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진짜처럼 교묘하게 만들어진 가짜 뉴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그것을 읽고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뉴스를 분별해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본 글에서는 좋은 뉴스를 판단할 수 있는 뉴스 분석법을 소개한다. |
김경희(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스마트폰에서 포털 앱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만 4~50여 개의 뉴스가 나타난다. 뉴스를 모두 살펴보려면 많은 시간이 들지만, 우리는 몇 분 안에 뉴스를 훑어보고 다른 화면으로 이동한다. 때문에, 관심 있는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미디어 리터러시』(2013/2016)라는 책에서 포터(Porter)는 정신적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우리의 마음이 ‘자동 조정 장치’에 기어를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p.20~22). 이 자동 조정 장치가 메시지를 거의 기계적으로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처리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뇌는 우리가 관심을 가진 뉴스만 읽게 하고 나머지 기사에는 아예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엄청난 뉴스가 쏟아져도 그것을 처리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다시 말해, 스스로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늘 보던 뉴스만 습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뉴스 제공자에 의해서 우리의 생각이 조정될 위험까지 있다. 나쁜 의도를 갖고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려는 가짜 뉴스에 조정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뉴스에 조정 당하지 않으려면, ‘자동 조정 장치’ 기어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유용하고 의미 있는 뉴스를 선택해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뉴스 리터러시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명확한 뉴스 분석법이 필요해
뉴스 리터러시를 함양하려면 먼저 좋은 뉴스를 선택해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뉴스 생산자가 많아져 유통되는 뉴스의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또한, 뉴스에서 다루는 주제, 전달하는 정보, 뉴스를 구성하는 방식 모두 다양하다. 그만큼 좋은 뉴스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속보 경쟁이 치열한 지금은 내로라하는 언론사의 뉴스도 믿을 수 없다. 대형 언론사에선 확인되지 않은 뉴스를 디지털 뉴스팀이나 온라인 뉴스팀 같은 이름으로 내보낸다. 게다가 뉴스의 형식을 갖추고 논리적 근거까지 꼼꼼하게 제시하는 가짜 뉴스들도 많으며, 뉴스의 포맷과 구성방식도 다양해졌다. 자동 조정 장치에서 벗어나 좋은 뉴스를 선택해 보려 해도 도대체 좋은 뉴스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좋은 뉴스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뉴스 분석법이 있다면 뉴스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언론학자, 교육학자, 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교육 실무진이 머리를 맞대고 뉴스 분석법을 만들기로 했다. 언론진흥재단 실무진들은 뉴스 리터러시가 학교 현장에서 적용되지 못하는 몇 가지 원인을 파악했다. 교사와 학생에게 뉴스가 또 하나의 과목처럼 공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 입시가 중요한 교육 현장에서 뉴스 리터러시를 가르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수법이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따라서 연구진들은 교육 현장에서 누구나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간단명료한 뉴스 분석법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 뉴스 분석법은 뉴스 이용 행태가 변화하고 뉴스가 다양해져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했으며. 한국이라는 특수한 뉴스 이용 환경과 교육 현장의 현실적 상황 등을 반영해야 했다. 연구진들은 수차례의 포럼을 개최하고 치열한 토론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저널리즘과 미디어교육에 대한 기존 문헌들을 참고했고, 해외의 뉴스분석법과 사례들을 검토했다. 또 기존에 개발된 뉴스 리터러시 교재와 교육 과정을 살펴보았다. 가짜 뉴스의 사례를 찾아보면서 좋은 뉴스와 비교되는 특징도 찾아보았다.
뉴스 이해하기와 평가하기 두 부분으로 구성된 뉴스 분석법을 제시한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뉴스 분석법』
뉴스 분석법의 핵심은 이해와 평가
이런 과정을 거쳐 ‘뉴스 이해하기’와 ‘뉴스 평가하기’ 두 부분으로 구성된 ‘뉴스분석법’을 만들었다. ‘뉴스 이해’는 뉴스의 구성요소를 해체해서 뉴스의 정체를 파악하는 분석법이다. ‘뉴스 평가’는 뉴스 이해를 바탕으로, 뉴스가 믿을만한지, 완전성을 갖췄는지, 유용한 뉴스인지를 판단해보는 분석법이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뉴스분석법』이란 책에 뉴스 이해와 평가를 위한 뉴스 분석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본 글에서는 이 책에 실린 내용 중 뉴스 분석법의 핵심만 간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뉴스 이해하기’부터 알아보자. 여러분들이 포털 앱에 접속해서 보고 싶은 뉴스 하나를 클릭했다고 하자. 이 뉴스는 어떤 뉴스인가? 읽을 만한 뉴스인가? 누군가와 공유해볼 만한 뉴스인가?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뉴스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뉴스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
아래 제시되는 <표1>을 따라 생산자, 구성요소, 의미구성, 이용자 순으로 세부 질문을 던져보고, 거기에 답해보며 뉴스 분석을 해보자. 처음엔 이런 분석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뉴스를 읽을 때 여러분의 뇌가 저절로 뉴스를 해체해서 이해하게 해줄 것이다.
뉴스를 해체해서 이해했다면, ‘뉴스 평가하기’로 넘어간다. 뉴스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신뢰성과 완전성, 유용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아래 제시된 <표2>를 따라 세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해보며 진행할 수 있다. 책에는 실제 기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사례를 제시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교육 현장에서 학습 기회 제공해야
처음에는 곱셈과 나눗셈을 계산하기 힘들지만, 수없이 연습하면 익숙해지듯, 뉴스 분석법도 반복해서 연습하면 익숙해질 것이다. 그러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체계적인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습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책에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뉴스 분석 사례를 제시했다. 수업 사례는 실제 수업에 적용하는데 용이하게 구성하려고 노력했으며, 다양한 과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수업을 운영할 선생님이 수업 목표와 수업환경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업 사례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제시했지만,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에게 맞게 변화시켜 활용할 수 있다. 미디어교육뿐 아니라 국어·사회 등 기존 교과 시간, 창의적 체험 활동, 방과 후 활동 등 각종 비교과 프로그램에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많이 활용해주었으면 한다. 또, 스스로 뉴스 분석법을 익히고자 하는 학생이나 성인들도 이 책에 제시된 뉴스 분석 사례를 보면서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뉴스가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들이 찾아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뉴스의 진가는 이용자들이 뉴스를 읽고 정보를 얻거나 공감할 때 발휘된다. 따라서 이용자들이 좋은 뉴스를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은 좋은 뉴스의 ‘생산-유통-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이 뉴스 분석법이 이용자들이 좋은 뉴스를 찾아 읽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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