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3

미디어 메시지 제작자는 창의적 기법을 사용하여 미디어 메시지를 제작하고, 이용자를 설득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미디어 메시지에서 구성된 실재를 파악하고 구별하는 능력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황치성(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전문위원, 언론학 박사)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은 그것이 신문이든,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든, 아니면 공포영화든 그 자체의 독특한 언어를 가진다.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며, 카메라의 클로즈업은 친밀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음향과 시각 언어는 인간의 정신세계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요소로, 미디어 경험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그러면서도 그 메시지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특별한 기법을 사용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잊게 만든다.

<핵심개념 2>에 대한 핵심질문은 ‘나의 시선을 끌기 위해 어떤 창의적 기법이 사용되었는가?’로 시작한다.

핵심개념 2. 미디어 메시지는 자체의 규칙을 가지고 창의적인 언어를 사용해 구성된다.

핵심질문 2. 나의 시선을 끌기 위해 어떤 창의적 기법이 사용되었는가?

보통의 사람들은 미디어 텍스트를 사건이나 아이디어의 자연스러운 재현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접하는 것은 구성된 실재(reality), 즉 미디어 텍스트 제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이미지는 어떻게 보면 분절된 이미지의 연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장면 하나하나가 튀거나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영상문법과 편집기술, 스타 배우의 등장 등을 통해 일관된 이야기의 흐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구성 요소의 절묘한 효과

따라서 학생들은 ‘실재’와 ‘텍스트에 나타나는 실재(구성된 실재)’의 차이를 구분하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이를 목표로 두 번째 핵심개념인 포맷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부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미디어에 나타난 색이나 조명이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문화와 맥락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 미디어 메시지의 구성 요소가 어떻게 결합하여 있는가?

- 색깔은? 조명은? 그리고 음악은?

색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따뜻한 색(빨강, 주황, 노랑)은 공격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조명 역시 관객의 주의를 특별한 피사체로 돌리게 하거나 장면에 대한 특정의 감정적 반응을 끌어낸다. 이를테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밝은 조명은 기쁨, 안전, 낙관의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와 달리 느와르 영화의 거칠고 어두운 조명은 세상을 어둠으로 감싸서 영웅과 악당의 구별을 어렵게 만들고, 주관적 현실이라는 이 장르의 주제를 강화한다.

 

* 카메라는 어디에 있는가? 그 카메라의 관점(앵글)은 무엇인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는다 해도 카메라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영상언어 중에서 ‘앵글’은 피사체와의 관계에서 카메라가 놓인 곳이 높은지, 낮은지, 눈높이인지와 같은 위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카메라 위치가 눈높이보다 낮은 로 앵글은 피사체를 더 강력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광고에서 로 앵글로 촬영된 차는 더 크고 역동적으로 보이며, 미사일은 더 빠르고 파괴적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하이 앵글은 피사체를 더 작고 열등하며, 겁먹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 눈높이 앵글은 수용자와 피사체를 동일한 위치에 놓는다. 이를테면 TV 속 뉴스 캐스터와 광고 연기자는 카메라와 눈높이 위치에 있다. 이것은 마치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는 것 같은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며 수용자의 신뢰감을 높여준다.

 

피사체를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하이앵글(좌), 피사체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로 앵글(우)

* 미디어 메시지는 어떤 설득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 정서적, 대중적 소구를 하고 있는가? 논리적 소구를 하고 있는가?

* 시각적 상징이나 은유가 포함되어 있는가?

 

수용자를 설득하는 미디어 텍스트

미디어가 흔히 사용하는 설득기법 중 하나로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의 법칙’이 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거나 지식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다수의 선택을 신뢰하게 되는 심리가 바로 사회적 증거의 바탕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유명하거나 인기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행위가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의한 것이다. 또 불우이웃 돕기 등 자선 기부금을 모집하는 TV 방송사들은 이미 기부금을 약속한 사람들의 명단을 지속해서 제공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그 이유는 “보아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자선 기부금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가? 당신도 망설이지 말고 이 행사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인기 영화배우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미디어 광고는 동일시 기법의 전형적인 예이다. 동일시 광고는 ‘광고된 상품을 사면 나도 그 스타처럼 될 수 있다.’는 심리를 활용하여 해당 상품의 구매를 자극하는 광고다. 이 유형은 유명인을 광고에 출연시켜 배타적인 이미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특히 모델의 비중에 따라 광고에 대한 주목도가 달라지고 소비자의 모방 심리를 쉽게 자극할 수 있다. 유명인 보증형 광고의 성공 사례는 많은데, 예를 들면 니콜 키드먼이 샤넬 NO.5 향수 광고에 등장했을 때, 많은 여성이 그 향수를 구매했고 광고 이후 약 30% 판매가 증가했다.

미디어 텍스트의 구성요소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비디오를 만들어보거나 웹사이트를 구축해 보는 것, 또는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광고캠페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현실 세계와 관련되어 있다면 더욱 좋다. 디지털카메라 및 컴퓨터 제작 프로그램은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적인 제작 프로젝트를 손쉽게 통합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음악‧무용‧연극‧시각예술 등 네 가지의 주요 예술요소는 학생들이 분석, 해석 및 감상능력을 학습하고 자기표현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핵심개념 2>는 메시지를 제작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핵심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핵심질문 2. 나의 메시지는 포맷, 창의성,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를 반영하고 있는가?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맥루언의 경구처럼 미디어가 메시지의 내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휴대 전화는 속성상 짧고 콤팩트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만일 내가 강력한 감정적 소구를 통해 공감을 끌어낼 메시지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에 부합한 메시지를 만들고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를 사용해야 한다. 

 

‘미디어는 그 자체의 독특한 언어를 가진다.’는 원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사상 최초의 TV 선거 토론회에서 TV 고유의 언어를 잘 사용한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다. 1960년 9월 26일 최초로 열린 미국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 공화당 측 후보는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이었고 민주당 측 후보는 정계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존 F. 케네디였다. TV 토론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닉슨 후보의 지지율이 월등히 앞섰다. 그러나 3차에 걸친 TV 토론이 이루어진 후 지지율이 역전되었고, 실제 선거결과도 케네디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케네디 후보가 TV 토론에서 사용한 무기는 바로 ‘메이크업’과 ‘미소’였다. 선거전략 전문가인 크리스 사드(Chris Saad)는 이에 대해 “닉슨 후보는 신문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카메라 앞에 섰지만, 케네디 후보는 TV에 적합한 언어를 잘 이해했고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각주:1]

 

미디어에 적합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수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좌), 리처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우)

 

예술적 감각은 창의적인 미디어 언어 구사 능력을 습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연극은 작문 및 스토리텔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며, 댄스와 동작은 안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음악은 박자와 악기 및 오케스트라에 대한 지식과 관련이 있고, 시각 예술은 원근감과 선 및 형태와 색상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두 번째 핵심질문인 포맷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다.

 

* 내가 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나의 미디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테크놀로지를 사용하고 있는가?

* 내가 만든 메시지의 구조는 그 테크놀로지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반영했는가?

* 어떤 기술이 가장 두드러지는가? 색깔과 모양? 소리? 내레이션? 모션? 구성? 조명?

* 나는 그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가?

*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가장 적절한 상황이나 시간대는 언제인가?

* 나는 어떤 시각적, 언어적, 음악적 또는 시각적 상징, 은유를 사용하고 있는가?

 

 

참고문헌

Silverblatt, Art, Ferry, Jane, Finan, Barbara. (1998). Approaches to media Literacy:a handbook. M. E. Sharpe. Inc. 송일준 역(2004). 『미디어리터러시 접근법』. 차송.

Kahane, Howard, Cavender, Nancy. M. (2010). Logic and Contemporary Rhetoric:The use of Reason in Everyday Life. 11th edition. Wadsworth. 김태은 역(2013). 『논리와 현대화술:일상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씨아이알.

1. http://source.southuniversity.edu/political-campaigns-and-social-media-tweeting-their-way-into-office-106986.aspx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