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진흥재단의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뉴스 분석법」을 적용한 수업

2018. 11. 22. 15:30수업 현장

본 글은 언론진흥재단에서 17년 개발한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뉴스분석법」(계간 『미디어 리터러시』 2018년 봄호(4호)에 실린 김경희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원고)을 학교 수업에 적용한 후기다.





  박미영(한국NIE협회 대표)


“본 글에서는 좋은 뉴스를 판단할 수 있는 뉴스 분석법을 소개한다.”[각주:1]


딱 이 문장에 꽂혔다. “21세기 인재는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Phillips Exeter Academy) 교장 리사 맥팔렌(Lisa MacFarlane)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어떻게 그 능력 키울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좋은 뉴스를 판단할 수 있는 ‘뉴스 분석법’이 있다니, ‘앗싸!’하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뉴스 분석법」에서 필자가 제시한 뉴스 평가 항목 중 ‘유용성’ 수업을 하고 싶었다. 마침 제시된 질문이 5개나 있어서 마음이 가벼웠다. 



Ⅰ. 초등학교 수업 : 얼마면 돼?


첫 번째 수업: 중요한 뉴스와 필요한 뉴스

“얘들아, 신문에서 중요한 뉴스를 찾아보자. 우리나라의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뉴스 말이야”, “중요한 뉴스요? 신문에 있는 것은 다 중요하잖아요”, “맞아요. 중요하니까 신문에 나왔겠죠. 전기요금 기사도 중요하고, 폭염기사도 중요하고……”, “저는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저도요. 북한 석탄 기사? 이거 중요한 거예요?”, “러시아 석탄 가격이 왜 우리나라 신문에 나오죠? 이게 뭐가 중요해요?”

중요한 뉴스를 찾아보자는 나의 말에 학생들의 반응은 반으로 나뉘었다. 절반은 신문에 나온 뉴스가 몽땅 중요하다는 쪽, 나머지 절반은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다는 쪽. 그래서 함께 신문을 넘기며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뉴스를 찾아보았다. “러시아 석탄 가격뉴스가 왜 중요하냐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은 짧게 하고 넘어갔다.

“얘들아, 그럼 이번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뉴스’를 찾아보자.”, “선생님, 다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필요한 뉴스가 어딨어요? 그냥 보는 건데요.” 이번에도 학생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교실 안 사물을 활용해 필요한 물건을 설명한 후에야 학생들은 신문을 넘기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뚝딱뚝딱 신문에서 정보를 찾아내더니 그것이 필요한 까닭을 기록해서 내 앞에 자랑스럽게 펼쳐 보였다. “잘했죠, 선생님” 어이쿠, 필요한 뉴스를 찾으라고 했건만 ‘뉴스’가 아니라 ‘광고’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아낸 학생의 결과물에 그만 고개를 숙였다.

결국, 수업을 망쳤다. 초등학생에겐 다소 추상적인 ‘중요하다’ ‘필요하다’란 개념을 다짜고짜 수업한 내 잘못이었다.



두 번째 수업: 뉴스를 팝니다

망친 수업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같은 유용성 수업이지만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서 쓸모 차원에서 접근했다.

“너희들 유치원에서 나눔 장터를 해봤니?”, “네, 집에 있던 장난감을 가져와 나눔 장터에서 팔았어요.”, “장터에서 물건을 사 보기도 했니? 어떤 물건을 샀지?”, “인형도 사고, 책도 사고, 아기 모자도 샀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눔 장터 경험이 있었다. 나는 오늘 교실에서 나눔 장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 팔 물건이 없는데…….”라며 당황하던 학생은 신문 기사를 사고, 팔 예정이라는 말에 “진짜요? 고민이다. 무얼 팔지?”라며 들떴다. 



<표 1> 뉴스 나눔 장터 진행방법

①판매하고 싶은 뉴스를 찾아 오린다.

②도화지에 뉴스를 붙이고, 이 뉴스가 누구에게 쓸모가 있는지 3~4문장으로 짧게 설명한다.

③상품(도화지에 뉴스 붙인 것)을 책상 위에 전시한다.

④친구들의 뉴스상품을 둘러본 후, 사고 싶은 뉴스상품에 ‘♥’ 표시를 한다.



오늘 수업절차를 설명하자마자 학생들은 뉴스상품을 만들기 위해 교실에 준비해둔 신문뭉치를 신나게 뒤적였다. 아예 신문 2~3부를 한꺼번에 가져가서 ‘판매할 뉴스’를 찾는 학생도 있었다.

“선생님, 아무도 안 사면 어떡해요?”, “좋은 질문이야. 쓸모 있는 뉴스를 선택해야 사람들이 너의 뉴스를 돈 주고 사겠지? 그러니까 ‘이 뉴스가 누구에게 쓸모 있을까?’ 생각하며 뉴스를 고르도록!”

연수는 <많이 걸으면 휴대폰 요금 깎아 준다.>는 기사를 150원에, 소영이는 <차량 화재 대처방법> 기사를 200원에 판매하겠다며 열심히 뉴스상품을 꾸몄다. 경진이는 예쁘게 꾸며야 잘 팔릴 것 같다며, 알록달록하게 색연필로 색칠했다. 준환이는 <오늘이 폭염인지 아닌지 알아보며 놀이터에서 놀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일기예보 기사에 무려 1,000원의 가격을 매겼는데, 놀랍게도 이 기사가 가장 많은 ‘♥’를 획득했다.



  

초등학교 수업에서는 뉴스상품을 고르고 판매하며, 자연스럽게 유용한 뉴스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얘들아, 왜 일기예보가 ‘♥’를 많이 받았을까?”, “엄마가 폭염이라고 못 나가게 하거든요. 일기예보가 있으면 폭염 아닌 날을 알 수 있잖아요.”, “아~ 그렇구나. 그럼 일기예보가 쓸모 있다는 뜻이니?”, “네, 일기예보는 쓸모 있어요.” “선생님, 요즘 차에 불이 자주 나니까 저희 아빠에게는 자동차에 불 난 기사가 필요해요.”, “많이 걸으면 전화 요금 깎아주는 기사는 우리 언니가 사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핸드폰 요금 때문에 엄마한테 혼났거든요. 언니에게 정말 필요한 기사예요.”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뉴스가 유용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수업을 망치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Ⅱ. 중학교 수업: 이 세상 모든 정보가 차단되었습니다.


첫 번째 수업: 정보 마켓

“이 세상의 모든 정보가 차단된다고 상상해 보자. 책도 없고, TV도 없고, 신문도 없어.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정보를 구해야 할까?” 이때만 해도 학생들의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이건 뭐지? 우리는 원래 그런 거 안보거든요!’라는 표정이었다. “물론 인터넷도 홈페이지도 광고도 없고, 단톡방이나 페이스북, 유튜브도 없어. 이 세상의 모든 정보가 차단됐거든. 자, 정보를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발표할 사람?” 나의 질문에 학생들은 일순간 긴장했다.

곧 여기저기서 손을 들더니 한두 마디씩 짧게 답변했다. “칠판이요.”란 3조 조원의 답변엔 “맞아, 시험 범위는 칠판에 써주니까.”라고 3조의 나머지 조원들이 호응을 해줬고,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은 “소문이요”라고 말한 후 “근데 소문이 거짓말이면 어떡해?”라고 짝을 바라보며 맞장구를 유도했다.

“얘들아, 이 세상에 정보는 단 하나, 너희들이 보는 이 신문밖에 없다고 가정해봐. 뉴스가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유용할까?”, “완전 유용하죠. 정보가 이것밖에 없는데요.”, “그렇구나, 만약 우리가 신문에 실린 정보를 판매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구매하려 할까?”, “그럼요, 선생님”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수업에서는 직업에 유용한 정보를 찾아보기로 했다. 중학생들은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여러 직업을 접해서인지 비교적 수월하게 정보를 찾아냈다. 미소는 농사짓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농사 정보를 알려주는 <유리온실 비법> 기사를 5,000원에, 채은이는 서울에 집을 사고 싶은 사람에게 <서울 집값도 들썩> 기사를 10,000원에 판매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진로준비에 유용한 기사도 선택했다. 국가대표 양궁선수가 꿈인 지연이는 태권도 국가대표의 활약을 다룬 <돌아온 태권 V> 기사를, 기상캐스터가 되고 싶은 서윤이는 방송 연습을 하겠다며 일기예보 지면을 골랐다. 이제 겨우 14살인 승미가 선택한 기사는 <국민연금, 유족 연금 대폭 손본다.>였다. 의젓하게도 자신의 70대 노후에 연금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직업활동에 유용한 정보와 자신의 진로준비에 유용한 정보를 찾아보는 활동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두 번째 수업: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뉴스

하루 치 신문 1부에 실리는 기사의 양은 52면 기준 약 185~200개[각주:2]에 달한다. 다짜고짜 이 많은 기사 속에서 중요한 뉴스를 찾아내 보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가 초등수업을 망쳐본 터라, 이번 수업에서는 먼저 수업주제와 기사선택 기준을 찬찬히 설명했다. (<표 2> 참고) 



<표 2> 수업주제 및 기사선택 기준

 수업주제

 중학교 1학년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

 기사선택 기준

 ① 중학교 1학년 눈높이로 기사를 선택할 것

 ② 이 사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뉴스를 읽을 것



어른들이 생각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아닌, 중학교 1학년인 우리가 생각하는 중요한 이슈를 선택하라는 말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으나, 곧 제법 예리한 눈빛을 장착하고 활기차게 신문을 넘겼다.

채은이는 <선생님 때리고 성희롱, 무서운 초등학생 5년 새 3배로> 기사를 읽고 ‘다른 사람에 대한 존경과 배려가 사라지는 것’이 중요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에서 적절한 뉴스를 찾지 못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한 원영이는 소셜미디어에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먹방(먹는 방송)과 그것을 무분별하게 따라 하는 세태에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들은 ‘유튜브 댓글’, ‘장난식의 청와대 청원’, ‘학교 교복’, ‘청소년 자해’ 등 다양한 문제 현상을 중학교 1학년의 눈높이로 찾아냈고, “우리와 상관없는 줄 알았던 뉴스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나온다”며 신기해했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학교 1학년의 눈높이에서 중요한 이슈를 선택해 보며, 멀게 느껴지던 뉴스에 중요한 문제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Ⅲ. 고등학교 수업: 의견 형성에 도움 되는 뉴스


“뉴스가 우리들의 의견형성에 도움을 줄까?”란 질문에 학생들은 멈칫했다. ‘뉴스가 유용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가?’란 질문에도 ‘그렇다’고 즉각 답하던 학생들이 세 번째 질문에는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기현이는 머리를 갸웃하며 “뉴스가 유용하긴 하겠지만, 뉴스를 안 보기 때문에 뉴스가 나의 의견형성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뉴스보다는 댓글을 더 열심히 보기 때문에 오히려 댓글이 의견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학생도 있었다.  

과연 뉴스가 사람들의 의견형성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학생들에게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에 대해 질문했다. 이틀 전에 발생한 사건이었지만 모르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약 10~15분여 동안 스마트폰으로 ‘퓨마 탈출’ 뉴스를 검색한 학생들은 사건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게 됐다. 퓨마가 멸종위기 동물이라는 것, 마취 총을 쐈지만 마취되지 않았다는 것, 퓨마가 탈출한 원인, 퓨마가 숨었던 장소, 동물원 폐쇄주장, 동물원 필요성 논란, 동물의 생명권, 청와대 청원까지. 뉴스를 읽기 전, 퓨마 사살에 반감을 품던 소은이는 뉴스를 읽고 나서 맹수인 퓨마를 사살한 동물원 측의 입장을 이

해․지지하게 되었다. 희연이는 처음에는 퓨마가 불쌍하다가 곧 화가 났고, 차츰 과잉대응이란 생각이 들어 10분밖에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 국민청원에 동의까지 했다. 

발표가 끝나고, 뉴스가 의견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했다. 학생들은 손가락 점수로 답했는데, 평균 7점, 10점 만점에 5~10점을 주었다. 수업시간에 잠깐 뉴스를 읽은 것만으로도 자기 생각이 변화된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고등학생이 작성한 의견형성 활동지 <사진 출처: 필자 제공>



글보다 뉴스가 더 재밌고 정보가 풍성하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으며, 뉴스가 의견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행동까지 끌어낸 것을 놀랍게 생각했다. 고등학생들은 ‘뉴스가 사람들의 의견형성을 돕는다’는 것을 인식하며 수업을 마쳤다.







  1. 계간 『미디어 리터러시』(봄호 Vol.4) pp.51~53 [본문으로]
  2. http://www.presskorea.or.kr/right/newsformat.php?m=8&sm=38&tm=53 참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