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용 점자도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2011. 10. 14. 13:0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주의력이 깊으신 분들이라면 캔음료의 뚜껑 부위의 특이한 점을 발견해본 경험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작은 점들이 모여서 무언가 글자처럼 생긴 이것이 바로 ‘점자’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음료수에는 점자로 ‘음료’라고 써있다고 합니다. 맥주와 같은 주류와 구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사소하지만 따뜻한 배려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숨은 배려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점자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세상과 소통하고, 불편함 없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죠.

세상을 이어주는 훌륭한 매체 중 하나가 바로 책입니다. 그래서 그들도 우리와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기 위해 점자도서가 만들어지고 있구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점자도서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 ‘도서출판 점자’를 찾아가 점자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점자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양한 점자도서의 세계

점자도서란 그저 흰색 종이에 무수히 많은 점들이 찍혀 있는 그런 모습을 생각했던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기존의 형식을 벗어나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고 해요.


<기존의 점자도서에 이렇게 그림이 들어가는 도서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점묵자혼용책>


도서출판 점자의 편집장 박윤미 팀장은 “점자도서라고 시각장애인들만 읽도록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하는데요. 어린이도서의 경우에는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책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점자위에 글자라벨을 붙이는 ‘점묵자혼용책’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촉각도서’라고 해서 손으로 그림을 느끼고, 상상할 수 있는 책도 많이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촉각도서들>


점자도서의 종류는 이렇게 기존의 백지에 점이 찍혀 만들어진 책과 직접 만지며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촉각도서로 크게 분류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기 위해서는 기존의 점자도서로는 힘들다”고 말하는 박 팀장은 그래서 비록 눈이 보이지 않아도 손끝으로 느끼고 상상할 수 있는 점자도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점자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한 권의 점자책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아시나요? 일반 도서들은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 빨리 완성될 수 있지만 점자도서의 경우에는 한 권당 무려 4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점자도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컴퓨터에 책의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이 가장 첫 단계입니다. 점자도서라고 처음부터 점자를 손으로 꾹꾹 찍으며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컴퓨터에 입력된 텍스트가 점자로 변환되어 출력이 되는 것이죠. 


 


사진에 보이는 철판라벨이 바로 점자도서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리 페이지 숫자를 써놓은 철판에 컴퓨터에 입력된 점자가 찍히게 된답니다.


 


점자도서의 소중한 원본이 나왔습니다. 박 팀장은“이렇게 컴퓨터로 작업을 하면서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고 말했는데요. 이전에는 이런 작업도 모두 사람들이 손으로 찍어서 만들었다고 해요. 


 


철판라벨 사이에 종이를 끼워 넣어 이렇게 기계에 넣으면 원판 그대로 종이에 점자들이 찍히게 됩니다. 종이에 점자가 찍히게 되면 본격적으로 책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는데요. 이제부터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점자도서는 모든 페이지를 손으로 꿰매야만 완성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페이지가 섞이거나 하는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할 수밖에 없다고 해요. 정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점자도서가 만들어지는데 오래 걸리는 이유가 이렇게 사람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도 있지만, 기존 도서의 저작권을 가져오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시중에서 접하는 베스트셀러의 경우에도 저작권을 얻는데 애로사항이 많아서 시각장애인들이 좋은 책을 빨리 접하지 못하는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용 점자도서와 일반도서의 베스트셀러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이에 대해 박윤미 팀장은 “시작장애인들이라고 해서 취향이나 생각이 우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일반도서의 베스트셀러와 점자도서 베스트셀러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같은 것을 공유하고 싶어한다”는 박 팀장의 말을 들으니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우리와 무언가 다르겠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관 및 단체에서도 시각장애인용 안내책자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점자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봤는데요. 점자도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수작업이 많이 필요하고, 수요량이 많지 않아 비싼 것이 단점이라고 해요. 

그래서 박 팀장은 “앞으로 점자도서가 일반 도서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읽을 권리가 박탈 당하면 안된다는 말이겠죠.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책을 읽을 기회가 적어지고, 교육의 기회가 줄어들면 안된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처럼요.

오는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의 날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들이라도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편견없이 장애를 바라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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