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리톨 씹으러 갔냐고요? 핀란드 미디어교육 배우고 있습니다

2019. 10. 17. 15:50포럼

언론사 퇴사 후 핀란드로 유학간 최원석 전 YTN 기자

 

《미디어리터러시》 독자라면 익숙할 만한 이름, ‘최원석’ 전 YTN 기자. 그는 
《미디어리터러시》의 ‘해외사례’ 코너를 통해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미디어교육 관련 
최신 정보를 빠르게 알려주는 고정 필자이자, 핀란드 라플란드대에서 미디어교육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지난 7월 9일, 잠시 한국에 다니러 온 최원석 씨를 만나봤다. 

 

정현정(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사원)

 

 


 

 

최원석 전 YTN 기자. 약 5년간의 취재기자 생활을 그만 두고 홀연히 핀란드로 떠났지만, 여전히 ‘기자’라는 직업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시청자들이 원하는 뉴스를 왜 언론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가,

시청자들은 다 아는데...'하는 생각도 했다.

앞으로는 분명 예전과는 다른 뉴스 소비를 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어떻게 기르는 것이 좋은지

글이나 논문을 통해 찾아보며 공부 중이다.

 


 

 

Q. 그동안 쓰신 글이나 활동 등에서 핀란드와 핀란드 교육에 대한 나름의 통찰이 느껴진다.

핀란드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2007년 대학생 시절 교환학생으로 미디어교육을 공부하기 위해 핀란드로 간 것이 첫 시작이다. 당시 핀란드는 2006피사(PISA)’1) 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교육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저 교육열이 높은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잘 모르지만,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다. 막상 가서 보니 핀란드는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하고 언론 자유도가 매우 높았다. 1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YTN에 입사한 뒤에도 여전히 핀란드는 알고 싶은 나라였다. 결국 미디어교육을 배우는 석사과정에 지원하여 공부하게 됐다.

 

 


 

 

언론은 왜 모를까?

 

 

Q. YTN 기자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러 떠난 이유가 궁금하다. , 수많은 분야 중 왜 미디어교육을 선택했나?

 

나는 기자라는 직업이 좋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언론사 전반의 분위기는 나에게 스트레스였다. 그때 잠깐 머리를 식히며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부하려는 분야가 기자라는 일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그 시기에 겪은 경험을 통해 , 뉴스가 안 되는 이유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시에 사람들이 왜 뉴스를 안 볼까?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뉴스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실무적 차원에서 고민하게 됐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뉴스를 왜 언론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가, 시청자들은 다 아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앞으로는 분명 예전과는 다른 뉴스 소비를 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어떻게 기르는 것이 좋은지 글이나 논문을 통해 찾아보며 공부 중이다.

 

 


 

 

기본적으로 시청자·독자를 분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시청자·독자들의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 심지어 경제적 수준, 
소비와 기기 이용 습관에 맞출 수 있는 전략을 언론사에서 갖추지 못한 채 
기존의 채널로 뉴스를 내보내니 안 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Q. 기자 생활이 현재 미디어교육 학업과 활동을 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이제는 현직 언론인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언론사에 근무할 때 독자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뉴스를 무한으로 생산하는 공장같은 상황을 보며 이 관계를 다시 짚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것이 언론사 퇴사와 미디어교육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시대가 바뀌었지만 언론은 변화가 없었다. 우리가 어젠다를 세팅하고 기사로 내보내면 사람들이 그것을 잘 받아들인다고 믿어왔다.

 

언론사, 언론인들은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있다. 정보를 쥐고 있으니 자꾸 시청자와 독자 들에게 알려준다라는 생각을 갖고 뉴스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언론사가 정보의 우위에 있었던 시대는 지났고 현재는 권위를 많이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니 정작 시청자·독자 들이 어떠한 것을 궁금해 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시청자·독자를 분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시청자·독자들의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 심지어 경제적 수준, 소비와 기기 이용 습관에 맞출 수 있는 전략을 언론사에서 갖추지 못한 채 기존의 채널로 뉴스를 내보내니 안 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세월호라는 큰 사건을 취재하면서 기본적인 팩트체크, 자의적 문제 해석, 의도적인 왜곡 등 언론이 신뢰를 잃는 과정을 목격했다. 그래서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윤리와 제작 과정의 투명성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이 미디어교육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다.

 

 


 

 

Q. 혹시 핀란드에서 한국의 언론이나 미디어교육에 관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나?

한국의 언론, 미디어교육 분야를 바라보는 핀란드의 시각이 궁금하다.

 

핀란드의 한국 연구 사례는 많지 않지만 한국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뿐 아니라, 여러 가지 디지털 환경이 앞서 있는 나라이다. 또한 삼성, LG 외 통신사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이 미디어 산업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는 점에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핀란드는 언론자유지수가 굉장히 높은 편이며 신문의 열독률이 높다. , 돈을 내고 신문을 구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광고 의존도도 낮은 편이라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은 채로 정부를 비판한다. 한국의 언론이 정확하게 취재해서 사실을 전달하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면 핀란드는 논조의 중심이 중요하다. 만약 편향성을 갖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는 환경이다.

 

또 핀란드의 기사는 대형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지 않고 주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소비되는 형태이다. 그래서 기사에 오류가 있는 경우 언론사에서 자체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각각의 포털 사이트에 별도 연락을 취해서 기사 수정을 요청해야 한다. 즉각적인 수정이 어렵다는 것은 부정확한 정보가 한동안 사람들에게 노출된다는 의미이다.

 

핀란드의 언론 신뢰도가 높은 이유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언론사가 서울에 몰려 있는 등 언론의 중앙 집중화가 심각하고 제대로 언론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 언론사가 많지 않다. 반면 핀란드는 인구가 적지만 한 도시마다 여러 지역신문이 존재한다. 독자가 체감하는 기사의 양 또한 역시 중앙 언론보다는 지역 언론에서 더 많이 생산되는 편이다. 이러한 언론 환경의 차이가 신뢰도로 연결된 것이라고 본다.

 

핀란드는 디지털 디바이스 측면에서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개인정보 관리 및 사용 등의 주제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두 나라의 교류가 활발한 편은 아니다. 학계의 공동연구가 진행되려면 먼저 국가 차원의 교류도 많아야 하는데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본다.

 

 

최원석 씨는 미디어교육 분야를 위한 더 많은 실험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학업을 마친 뒤 실천적인 미디어교육 활동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적극적 미디어교육 활동할 계획

 

Q.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중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최원석 전 기자가 문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이 청와대 홍보 채널을 통해 방송됐다. 어찌 된 상황인지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사실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면서 두 국가의 대통령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진귀한 추억이었다. 이 추억과는 별개로 이것이 미디어에 노출된 뒤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또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미디어와 독자, 혹은 시청자의 관계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우선 많은 분들이 당시 만남을 기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언론사는 물론 대사관에서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멋있다, 잘했어요등 감동하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네가 청와대에 연줄이 있어서 출연했냐?” 하는 질문도 들었다. 아이가 나온 영상이었기에 마치 조작된 영상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장황하게 남기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로 좋은 현장에 있게 됐고, (만약 기자였다면 어려웠을 현장이었지만 지금은 교민으로 지내고 있으니까) 환영을 하기 위해서 갔던 현장에서 인터뷰도 하고 대통령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전 섭외나 기획이 있었다거나,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확히 알고서 간 것은 아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공부하면서 결국 미디어는 어떻게, 누가, ? 제작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좋은 정보를 찾아내고 나쁜 정보를 걸러내고 그 정보들을 다시 비교해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광고성 기사인지 아닌지 등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이 어떻게 취사선택 되고 어떠한 편집 과정을 거쳐 최종 결과물이 나오는지 등을 이해하면, 허위정보나 불법 정보들을 걸러낼 수 있는 기준을 세울 수도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공부하면서 결국 ‘미디어는 어떻게, 누가, 왜? 제작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좋은 정보를 찾아내고 
나쁜 정보를 걸러내고 그 정보들을 다시 비교해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광고성 기사인지 아닌지 등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Q. 언론을 비롯해 각종 매체의 제작 과정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석사과정 이후 앞으로 미디어교육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미디어교육에 대해 여러 선배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조차 아직 보편적인 용어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시민) 역량으로서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이야기한 것도 최근 일이다. 미디어교육 분야는 실천이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실험과 연구, 실천이 필요하다. 좀 더 실천적인 미디어교육을 해보는 것이 현재 목표이다.

 


1) 국제학업성취도평가(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3년마다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글 이해력), 수학, 과학 능력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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