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선생님, 81세 학생’의 SNS 활용 수업

2020. 3. 20. 11:27특집

노년층을 위한 청소년 디지털 리터러시 멘토링 해외 사례

 

‘15세 선생님, 81세 학생’의 SNS 활용 수업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의 시대에 자칫 소외되기 쉬운 시니어 세대를 위해

어린 학생들이 나섰다. 미국,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시니어들을 위한 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 멘토링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황치성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미국 오하이오주 제퍼슨카운티에 소재한 토론토 공공도서관 강의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켜 놓고 백발의 시니어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패트릭 코스탈레스(Patrick Costales)는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태블릿PC의 유튜브 화면을 가리키며 돋보기 아이콘을 찾아보세요.”라고 말한다. 올해 81세의 미카엘 비안키(Michele Bianchi)는 이내 익숙한 동작으로 돋보기를 클릭하고 다음 설명을 기다린다. 코스탈레스는 곧이어 PC에 내장된 녹음 기능과 방법을 설명하고 비안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칸초네를 검색하는 방법을 시연했다.

 

 

정부·비영리단체 직접 주도

 

이들은 토론토 지역 중학교 학생과 시민들이다.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도서관을 찾아 시니어들에게 스마트폰 이용법을 코칭하는 사이버 시니어스(Cyber Seniors)’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1)

사이버 시니어스는 청소년들이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멘토링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하이라이즈센터(Salt Lake City High Rise Center)와 프로보주택청(Provo Housing Authority)2011년 처음 시작한 것으로 현재는 미국 전역에서 실시되며 성공적으로 정착해 가고 있다.

 

각 주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주 12시간씩 7주간 운영된다.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은 공공도서관이나 미디어센터를 통해 신청하고 구청 등의 행정기관이 시니어들을 모집한다. 주에 따라 인터넷으로부터 부모 지키기 주간(Protect Your Parents From the Internet Week)’이나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행사의 일부로 운영되기도 한다.

캐나다에서는 비영리단체인 ABC 라이프 리터러시 캐나다(ABC Life Literacy Canada)와 유스 임파워링 페어런츠(Youth Empowering Parents)가 사이버 시니어스와 유사한 유스 티칭 어덜츠(Youth Teaching Adults)’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2) 

 

2019년에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시니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향상시키고 청소년 스스로는 자신의 리더십 역량을 기르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1월에 처음 시작한 이후 11월 현재까지 85회에 달하는 워크숍이 개최된 가운데 470명의 청소년 자원봉사자와 530명 이상의 성인·시니어 학습자들이 참가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내용은 구글 계정 만들기에서 건강과 생활정보 찾기, 각종 SNS 이용법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내년부터는 정보 검색과 가짜뉴스 구분하기, 온라인 결제, 간단한 동영상 제작과 이미지 편집하기, 개인정보 보호 등의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한 효율적인 코칭과 학습을 위해 체계적인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다.

 

‘사이버 시니어스’에서 봉사활동 중인 코스탈레스와 그의 친구가 비안키 씨 부부를 상대로 인터넷에서 정보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출처: 버즈피드>

 

 

세대를 이어주는 프로그램

 

싱가포르에서는 시니어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평생교육, 봉사활동 등을 지원하는 C3A(Council for Third Age; 인생제3기위원회) 산하의 국가실버아카데미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다.3)

세대 간 학습프로그램(Intergenerational Learning Programme, ILP)’이란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50세 이상의 시니어들을 연결해주며, 집단 간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세대 간 유대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초중고 학생 외에도 폴리테크닉대 학생들도 청소년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각 회당 1~2시간씩 총 4회로 구성되며, 참여 인원은 학생과 시니어 들을 합해 연평균 1,200명 규모에 달한다.

한편 자유학년제의 원조격인 아일랜드는 전환학년제 시행 초기부터 특별활동 프로그램의 하나로 로그온런(Log On Learn)’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참가 학생들이 지역 내 시니어들을 만나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방법을 알려준다.

 

싱가포르의 ‘세대 간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한 62세 여성이 중학생 자원봉사자에게 페이스북 등 SNS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 출처: 스트레이트타임스>

 

 

포용 사회 만들고 세대 간 격차도 줄고

 

청소년이 시니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멘토링하는 가칭 세대+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이 지닌 개인적, 사회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 우선 시니어 측면에서 디지털 미디어 이용 방법을 꼼꼼히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구청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실시하는 시니어를 위한 인터넷·정보화 등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 집합식 강의이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익히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세대+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11 멘토링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또한 자주 접촉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삶의 긍정적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도 된다. 앞서 소개한 싱가포르 세대 간 학습 프로그램의 시니어 수강자인 55세의 셜리 테오(Shirley Teo)이 프로그램을 통해 SNS의 여러 가지를 배웠고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을 뿐 아니라 어린 세대를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4)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자발적 봉사활동이라는 점 외에도 시니어들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캐나다의 유스 티칭 어덜츠프로그램이 강조하듯 생소한 상황에서 스스로 역할을 설정하고 그 일을 완수해 가는 리더십 역량을 키워나가는 장점도 있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시니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디지털 격차를 줄임으로써 포용 사회의 기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대 격차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주립대학의 블랜디드 교수학습법 담당 책임자인 마이크 컬필드(Mike Caulfield)사이버 시니어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상호 대화와 이해를 통해 세대 간 격차를 해소하는 특별한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5)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가진 세대+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서도 도입해 중학교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이나 동아리 활동 시간을 통해 창의적 체험 활동의 하나로 시행해보길 권한다.

 


 

1)https://www.buzzfeednews.com/article/craigsilverman/young-people-worry-about-older-people-sharing-fake-news

2)https://www.newswire.ca/news-releases/digital-literacy-program-now-available-in-french-874793818.html

3)https://www.c3a.org.sg/Aboutus_details.do?id=30984

4)https://www.c3a.org.sg/Aboutus_details.do?id=30984

5)https://www.buzzfeednews.com/article/craigsilverman/old-and-online-fake-news-aging-pop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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