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5. 10:08ㆍ특집
연구서 ‘노인 미디어교육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
‘노년 삶의 질’ 높이고 ‘사회 통합’에도 기여
미디어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의 격차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노인의 미디어 격차는 다른 집단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인 대상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설파하며 현실적 활성화 방안까지 제시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정과제 ‘노인 미디어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글 조재희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고도로 디지털화된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격차를 겪고 있는 노인에 대한 미디어교육은
노인들의 일상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미디어교육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와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지고, 이는 사회 갈등 해소에 일조할 것이다.
미디어 환경은 지극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의 격차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진행한 정보화 격차에 대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접근’과 관련된 격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역량’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의 디지털 격차는 감소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집단 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접근과 관련해서도 일반적인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 서비스가 아닌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고급 사양의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에 초점을 둔다면 ‘접근’ 차원의 격차 또한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노인층 미디어 격차 가장 심각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여러 집단 중에서도 노년층의 미디어 격차는 다른 미디어 소수자 집단(예. 장애인, 저소득층)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2018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미디어 활용은 일반 국민에 비해 63.1%에 머무르고 있고, 장애인(74.6%)이나 저소득층(86.8%)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노인들이 급격히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노인들을 위한 미디어교육이 왜 필수적인가를 반증한다.
‘필요’와 ‘필수’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기본적인 생존과 생활을 위한 기본 조건이 되는가’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한국어를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생존과 생활을 위한 ‘필수적’ 요인이지만, 영어를 잘 하는 것은 보다 나은 성공을 위한 ‘필요적’인 요인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생활에 전방위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이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기본적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는 현 시점에서, 디지털 미디어 이용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장에서 점원이 키오스크로 대체되고 은행의 대인 창구가 줄어들고 모바일 뱅킹이 강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디지털 미디어 활용은 필수적이다. 이는 결국 디지털 미디어 격차를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노년층 대상의 미디어교육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노인 미디어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면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정과제인 ‘노인 미디어교육 활성화 방안’으로 진행했던 본 연구는 복수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노인 미디어교육의 현황과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탐색해 보고자 했다. 본 연구는 총 다섯 가지의 방법론-1)미디어교육 현장 전문가 및 유관 기관 종사자에 대한 포커스그룹 인터뷰(FGI), 2)미디어교육 연구 전문가의 서면 자문, 3)노년층 대상 FGI, 4)시범 수업 참여자에 대한 설문, 5)시범 수업을 통한 참여·관찰 및 평가-을 활용하여 질적·양적 자료를 수집했다.
방법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우선 기존의 연구와는 차별적으로 미디어교육 연구 전문가와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시범 수업을 준비했다. 그 후, 2개 기관에서 16차시로 이루어진 시범 수업을 진행했다. 시범 수업 과정에서 관찰됐던 부분에 대해 분석 및 고찰을 통해 실제 미디어교육을 구성하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제언을 주고자 했다. 시범 수업에 참여했던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여 미디어 리터러시의 하위 요인들에 있어서의 변화 또한 살펴보고자 했다.
이에 더해, 미디어교육 연구 및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노인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해 보다 고민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노인들에 대한 FGI를 진행함으로써 노인들이 미디어교육에 대해 갖는 인식과 미디어와 관련된 여러 관심사를 파악해 보고자 했다. 이와 같은 복수의 연구방법을 통해 도출된 분석 결과는 크게 ‘교육 토대’, ‘교육 구성’, ‘교육 진행’ 그리고 ‘교육 효과’ 측면에서 고려할 사항들로 파악됐다.
‘수준별 맞춤’ 및 ‘찾아가는’ 교육 필요
첫째, ‘교육 토대’는 제도적, 물질적, 문화적 토대라는 하위 요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도적 토대의 핵심은 미디어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미디어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디어교육 연구 및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현재 한국 미디어교육의 가장 큰 한계점은 거버넌스의 부재와 단기적 계획과 성과에 기반한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노인 미디어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과 관계자들의 구심점이 될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노인 미디어교육의 장기적인 목표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토대는 물질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요하며, 거버넌스가 구축되고 정부 재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기본적인 물질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물질적 토대는 재정적 안정뿐만 아니라, 미디어교육 강사들의 자질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문화적 토대의 핵심은 미디어교육과 더불어 ‘노인’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미디어 활용을 위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교육을 통해 능동적 노인(active senior)으로 재탄생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노인에게 ‘왜’ 미디어교육이 필수적인지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문화적 토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둘째, 노년층을 위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 강의를 구성할 때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노년층 내에서의 격차를 고려하여 수준별 교육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키네마스터(동영상 편집 앱)를 활용하여 영상 제작을 능숙하게 하는 노인들이 있는 반면, 스마트폰 앱의 설치부터 가이드를 해줘야 하는 노인들 또한 많다. 따라서, 노인들이 원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수업을 구성할 때부터 수업 참여자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여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수업 진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수업에 대한 불만 또한 크게 증가한다.
다음으로, 노인들 중에서는 미디어교육을 원하더라도 장애나 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교육’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체적 혹은 정신적 건강의 문제로 인해 미디어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격차를 겪는 이러한 노인들을 위해서는 찾아가는 교육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인 미디어교육의 궁극적 목적 중 하나는 세대 간 갈등의 해소이며, 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으로 ‘세대 간 교육’을 진행할 가치가 있다.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노인들에게 미디어 활용법을 가르쳐 주는 과정에서 세대 간 소통 또한 가능하다. FGI에 참여했던 모든 노인들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 기회를 갖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복수의 노인 참여자들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 기회 자체를 거의 가져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과 함께,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젊은 세대와 조금씩이라도 소통을 하다 보면 서로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셋째, ‘교육 진행’과 관련해서는 시범 수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주의 사항 및 고려 사항을 도출할 수 있었고, 미디어교육 현장 전문가들로부터도 이에 대해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노인 대상 미디어교육을 진행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은 노인에 대한 ‘존중’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오랜 세월에 걸쳐 정립되어 온 이념적 그리고 사상적 신념에 대해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수업 시간 중에 이념적으로 편향적인 발언을 삼가고 수업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인 수강생에 대한 존중이 지켜지지 못할 경우, 수강생과 강사 간의 갈등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노인들의 학습 능력과 속도를 고려해 수업 내용을 쉽고, 재미있고, 반복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인지 및 학습 능력 그리고 집중력은 신체적 노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감소할 수밖에 없으므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재미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노년 특성 이해와 존중 먼저
마지막으로 ‘교육 효과’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기본적으로 노년층을 위한 미디어교육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고도로 디지털화된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은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각한 격차를 겪고 있는 노인에 대한 미디어교육은 노인들의 일상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미디어교육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념적 그리고 사상적 배경을 가진 다른 노인들 그리고 젊은 세대와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지고, 이는 사회 갈등 해소와 정의 실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소통은 상호 이해를 낳고, 이는 상호 존중으로 이어지며 결국 상대에 대한 분노를 줄이고 갈등을 줄인다. 따라서 미디어교육을 통해 미디어 활용에 대한 지식을 전달함과 동시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회 갈등 해소와 정의 실현에 일조할 것이다.
이처럼 본 연구는 복수의 양적 그리고 질적 방법론을 통해 노인 미디어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여러 차원의 방안을 탐색 및 제시하고자 했다. 본 연구의 연구 결과는 노년층에 특화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언을 제공하며, 노인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구체적인 사항들을 제시한다. 또한, 본 연구의 주요 연구 결과는 노인 미디어교육에 대한 후속 연구가 방법론적으로 그리고 개념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도 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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