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아동용 콘텐츠에 켜진 빨간불

2020. 6. 17. 18:57해외 미디어 교육

미국의 강화된 ‘아동 보호 정책’

 

(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미국 유튜브, 어린이 대상 콘텐츠 규제 강화

댓글·맞춤광고 등 금지, 유튜버에 책임 전가 논란도

 

지난해 9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동온라인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유튜브에 거액의 벌금(약 2,050억 원)을 부과했다.

또 유튜브는 향후 아동용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해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 구본권


 

 

미국에서 유튜브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아동 대상 유튜버들에게 새로운 정책을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기존처럼 아이들을

영리적 대상으로 삼아온 동영상 콘텐츠의

성장세는 꺾일 전망이다.

 

 


 

 

인기 유튜브 채널이 1인 미디어 환경에서 영향력과 수익성 높은 미디어 플랫 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력한 어린이 보호 조처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유튜브는 올해부터 아동용 유튜브 콘텐츠에 ‘맞춤형 광고’를 게시할 수 없도록 했다. ‘맞춤형 광고’란 사용자들의 데이터 특성을 분석해 제공하는 정밀 타깃 광고로, 광고 효율이 높다. 유튜브의 아동용 콘텐츠에 모든 형태의 광고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콘텐츠 맥락에 따라 게재되는 일반 광고는 이전처럼 게재할 수 있다. 유튜브가 아동용 콘텐츠에 효과와 수익성이 높은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기로 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와 벌금 부과가 있다.

 

 

강화된 ‘아동 보호 정책’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9월 유튜브에 대해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Children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 이하 COPPA)」 위반 혐의로 1억 7,000만 달러(약 2,05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유튜브에 ‘부모 동의 없이 13살 미만 어린이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혐의’와 ‘어린이들에게 성인을 위해 제작되거나 위험한 콘텐츠를 제공한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1998년 COPPA가 제정된 이후 최대 규모의 벌금액이다. 유튜브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만이 아니라 향후 아동용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적용될 새로운 규정에 대해 연방거래위원회와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가 아동용인지를 유튜브에 알려야 한다”는 것과 “아동용 콘텐츠에는 개인 맞춤 광고가 제공되지 않으며 댓글 등 일부 기능도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이다. 유튜브와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4개월 유예기간이 경과한 2020년부터 위 정책을 어기는 유튜버는 최고 4만 2,530만 달러(약 5,06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유튜브가 미 연방 거래위원회와 합의한 조건이지만 유튜브 콘텐츠와 광고 정책은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모든 유튜버가 영향을 받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튜브에서 더 이상 기존처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불법 적 개인정보 수집과 정밀 맞춤 광고, 성인용 콘텐츠 노출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COPPA는 20여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이번에 이 법을 근거로 유튜브의 불법적 행위가 드러났고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게 중요하다. COPPA를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대해 적극적으로 적용해 규제하고 처벌하겠다는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아동·개인정보 보호는 글로벌 흐름

 

미국 정부가 유튜브에 대한 법 적용을 강화하고 나선 배경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유튜브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유아·아동의 유튜브 이용 시간과 의존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는 유튜브다. 만 2살 이후부터 많은 유아와 어린이들이 부모의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데, 글을 읽지 못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없는 특성상 이들의 이용 콘텐츠 대부분은 동영상이다. 유튜브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이다. 유튜브가 유아·아동층에 끼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둘째, 유튜브가 사업과 영리의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유아·아동층을 대상으로 한 영리적 목적의 콘텐츠와 유해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아동 대상 인기 유튜브 채널의 경우 국내 ‘보람 튜브’의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월 수십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에서 아동용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이를 활용한 광고가 활발하다는 점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와 키즈 유튜버가 함께 늘어나게 만드는 동인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이용자의 인구통계적 특성만이 아니라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정밀 타기팅 광고는 아동용 콘텐츠의 영리화를 부추기는 요소다.

 

셋째, 유럽연합이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 발효 이후 소셜 미디어와 인공지능 얼굴 인식 서비스 등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일관되게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정책 기조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며 정보기술 서비스에 대해 규제 축소의 정책을 펼쳐왔으며, 유럽연합은 인간 존엄성 차원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대중적인 인터넷 서비스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침해 사고가 잇따름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던 법률이 유아·아동층의 모바일 동영상 이용 증가, 아동 대상 영리 콘텐츠의 증가, 개인정보 보호 강화 흐름 속에서 대표적 플랫폼인 유튜브에 본보기 차원에서 적용이 된 셈이다.

 

 

모호한 벌금 규정은 손봐야

 

하지만 미국의 이번 조처가 충분하지 않고 모호한 법 적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와 협약을 통해 유튜브가 도입한 유튜버 벌금 부과 정책에는 규정 위반 시 처벌에 대한 구체적 방법이 결여돼 있다. 또한 유아·아동 대상 콘텐츠에 대한 품질 관리와 책임을 최종적으로 유튜브가 지는 게 아니라 개인인 유튜버에게 미룬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정보기술 매체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유튜브는 새로운 정책 도입에 따라 아동 대상 콘텐츠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때도 유튜브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크리에이터가 결정하게 함으로써 혼란이 불가피하다.

 

미국 어린이 권익 보호단체인 커먼 센스는 “이 정책은 대부분의 책임을 유튜브가 아닌 크리에이터에게 지움으로써 온라인에서 아동들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라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에서 유튜브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아동 대상 유튜버들에게 새로운 정책을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기존처럼 아이들을 영리적 대상으로 삼아온 동영상 콘텐츠의 성장세는 꺾일 전망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 도입에 따른 유튜버 벌금 부과 규정이 모호해 실제로는 연방거래위원회와 유튜브의 감시가 일부 유명 키즈 유튜버와 채널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아동에 대한 유튜브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유튜브가 미국 서비스이지만 국내 유아·아동에게 주요하게 노출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국내 관점의 유아·아동 보호 정책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을 일깨우는 정책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