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싱가포르의 미디어 리터러시

2020. 6. 19. 13:35해외 미디어 교육

 ‘뉴스·미디어 리터러시 툴킷’ 알아보기

 

싱가포르 MLC가 제작한  ‘뉴스·미디어 리터러시 툴킷’ 표지 <사진 출처: MEDIA LITERACY COUNCIL & COMMON SENSE EDUCATION>

 

학생 눈높이 맞춘 ‘사실-의견’ 구별, ‘허위정보’ 판별법

싱가포르의 미디어 리터러시

 

세계적으로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갖춘 나라로 평가받는 싱가포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2년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와 건전한 사이버 문화 구축을 위해 설립된

미디어리터러시위원회를 중심으로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글 황치성


 

가짜뉴스 판별과 관련된 중요 내용들을 포괄하고 있고,

또 학생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들을 적재적소에 응용함으로써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수업 효과를 극대화했다.

 

 


 

 

ECD가 주관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매번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가짜뉴스에 대한 교육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가짜뉴스를 넘어 온라인상의 미디어 메시지를 판별하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키우기 위해 중장기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싱가포르 미디어리터러시위원회(MLC)는 2019년 3월, 리터러시 교육용 프로그램 ‘뉴스·미디어 리터러시 툴킷(News and Media Literacy Toolkit)’을 제작해 학교 교재용으로 배포했다.(1)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툴킷은 미국 비영리 교육단체 커먼센스 에듀케이션(Common Sense Education)과 공동 제작한 것으로 ‘가짜뉴스 소개’, ‘현실 이미지 수정’,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등 크게 세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2) 러닝 타임은 총 240분이다.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단원1: 가짜뉴스 소개

 

[단원1]은 가짜뉴스의 특징과 그 영향을 설명하고, 출처를 포함해 정보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구체적인 수업목표는 아래와 같다.

 

- 가짜뉴스의 특징을 이해하고 국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다.
-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믿을 때 나타나는 결과를 이해한다.
- 부정확한 정보와 풍자를 구분할 줄 안다.
- 정보 신뢰성을 평가하는 프레임워크와 도구들을 익힌다.

 

[단원1]은 다시 6개의 활동으로 구분되는데, 첫 번째는 가짜뉴스에 대한 배경 설명이다. 최근에 발생한 가짜뉴스 사례와 위험성을 설명하고 싱가포르 국민이 가짜뉴스에 취약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가짜뉴스를 넘어 온라인 상에서 허위정보를 판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두 번째 활동은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워밍업 단계이다. 가짜뉴스 사례들을 제시한 뒤 사회 전반에 끼칠 수 있는 해악과 결과를 설명하면서 개방형 토론을 전개한다.

 

세 번째 활동은 본격적인 단계로 가짜뉴스가 왜 그렇게 쉽게 퍼져나가는지, 그리고 정보를 평가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배우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시킨다.

 

네 번째 활동은 미국 커먼센스 에듀케이션에서 만든 ‘가짜뉴스 판별을 위한 10개 질문 체크리스트’를 유인물을 통해 설명한 다음 그것을 응용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상자 기사 참조).

 

다섯 번째 활동은 풍자 뉴스 사이트를 소개하고 풍자 뉴스 또는 유사한 글들 의 목적을 구분해 보는 활동을 한다. 

 

여섯 번째 활동에서는 역사적 차원에서 가짜 뉴스 사례들을 고찰하고 10개 체크리스트를 사용해서 구분 능력을 실제로 측정해 본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의 인터넷뉴스 사이트인 〈올 싱가포르 스터프(All Singapore Stuff)〉가 게재한 “펀골 워터웨이 건물의 테라스 함몰” 사진 기사와 “찬물은 몸에 해롭다”는 진술문을 놓고 10개 질문 체크리스트에 근거해 확인해 보게 한다.

 

여섯 번째 활동 시 사용하는 워크시트. <사진 출처: Media Literacy Council & Common Sense Education>.

 

 

단원2: 현실 이미지 수정

 

[단원2]는 가짜뉴스에서 흔히 사용되는 사진 조작이나 수정 문제를 주제로 디지털 사진 조 작의 창의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둔다. 수업목표는 다음과 같다.

 

- 디지털 사진 수정의 창의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토론을 병행한다.
- 디지털로 편집된 이미지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의도와 맥락의 중요성을 이해한다.
- 온라인상에서 쉽게 모방하고 조작하는 환경과 문화를 비판적으로 조명해 본다.

 

[단원2]는 다시 4개의 활동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워밍업 단계로서 ‘디지털 이미지 조작’, ‘기만’, ‘수정(retouching)’, ‘논쟁거리’, ‘맥락’ 등의 주요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와 함께 이미지 조작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례와 더불어 설명하고 토론한다.

 

두 번째 활동에서는 사진 편집의 창의성 측면과 재미요소를 설명한 뒤, 유명 인플루언서인 웬디 청(Wendy Cheng)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평가하고 학생 자신의 생각대로 수정해 보는 활동을 한다.

 

세 번째 활동은 이미지 수정의 문제점, 즉 속임수와 그에 따른 불신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도 다양한 사진 조작 사례들을 다루는데 예를 들면 2006년 로이터통신의 사진 조작 사례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질문과 토론 소재를 이끌어내는 것이 흥미롭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로이터통신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근교의 건물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불타는 모습을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근교의 건물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불타는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왼쪽 사진이 원본이며, 오른쪽은 조작한 사진이다.<사진출처 : 뉴욕타임스 2006.8.14. Maria Aspen, 필자 제공>

 

참고로 이 수업을 위해 사용한 질문들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 로이터통신은 뉴욕타임스 폭로 직후 곧바로 사과문을 게시했는데
  왜 그렇게 빨리 사과문을 올렸을까?
이 사진 조작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무엇인가?
- 뉴스 미디어가 디지털 방식으로 편집한 사진을 사용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가?
- 이 사진이 조작됐다는 것을 누가 제일 먼저 발견했는가?(블로거가 처음 발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광고용 사진의 이미지 조작과 뉴스 미디어의 보도용 사진 조작을 비교하면서 다시 토론 수업을 이어간다. 이 활동이 끝난 뒤에는 몇 가지 퀴즈를 바탕으로 수업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했다.

 

 

단원3: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단원3]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수업목표를 설정했다.

 

- 학생들이 의견과 사실을 구분할 수 있게 한다.
- 학생들에게 일련의 사실과 의견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결과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 사람들이 왜 사실보다 의견을 선호하는지를 이해하게 한다.
- 근거 있는 의견(informed opinion)의 중요성을 설명해 준다.
- 일상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습득한다.

 

[단원3]은 4개의 활동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활동은 일종의 워밍업 단계로 ‘사실’, ‘의견’ 그리고 ‘근거 있는 의견’의 개념을 설명하고 이를 구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이한 과일 두리안에 대한 예시문을 제시한다.

 

<예시문>

사실: 두리안은 가시가 많은 열매이다.

의견: 두리안은 썩은 물고기 냄새가 난다.

근거 있는 의견: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두리안은 동남아시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과일이다.

 

두 번째 활동에서는 뉴스에서 사실 기사와 의견 기사를 구분하는 방법을 익힌다. 이를 위해 실제 뉴스를 보여주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게 하고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질문한다.

 

세 번째 활동은 두 번째의 연장선상에서 블로그 뉴스와 사실 뉴스를 구분하는 방법도 익힌다. 여기에서는 유명 블로거가 쓴 실제 글을 읽은 뒤 소집단별로 질문과 토론을 하게 한다.

 

네 번째 활동에서는 이 주제와 관련된 퀴즈를 제시하고 답을 구하게 한 후 소집단별로 피드백을 하게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형태이다.

 

<예시문>

아래 보기의 진술문을 읽은 후에 각 진술문에 대해 ‘사실’, ‘의견’, ‘근거 있는 의견’ 여부를 기입하라.

1. 싱가포르의 여론조사 업체인 타임아웃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칠리크랩은 싱가포르 최고 음식 중의 하나다.(근거 있는 의견)

2. 치킨라이스는 최고의 음식이다.(의견)

3. 싱가포르에서 최고의 음식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방법은 없다.(사실)

 

 

일상생활 속 사례들로 이해 높여

 

이 툴킷은 풍자나 패러디를 가짜뉴스의 한 유형으로 개념화했다가 2019년 9월에 오류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일반적으로 풍자나 패러디는 가짜뉴스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러나 러닝타임이 240분에 불과하면서도 가짜뉴스 판별과 관련된 중요 내용들을 포괄하고 있고, 또 학생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들을 적재적소에 응용함으로써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수업 효과를 극대화했다. 특히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1) https://www.todayonline.com/voices/media-literacy-councils-initiatives-target-all-age-groups

(2) Media Literacy Council & Common Sense Education.(2019). News and Media Literacy Toolkit.

https://www.betterinternet.sg/Resour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