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위해 온 사회가 동참

2020. 3. 4. 11:19해외 미디어 교육

미디어교육 프랑스 연수 참가기

 

미디어교육 프랑스 연수 참가자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프랑스는 국가적 차원에서 미디어교육을 적극 실시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미디어교육 전담 국가 기구인 클레미는 미디어리터러시에서도 여러 번 소개됐다. 최근

각 학교에서 미디어교육을 담당하거나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최하는 프랑스 미디어교육 연수를 다녀왔다. 주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황의석 (대전 백운초 교사)

 

 


 

 

프랑스 미디어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와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시민사회,

학부모가 함께 참여한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 미디어교육과

가장 비교되는 지점이다. 미디어교육을 효과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시행하려면

미디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이 모든 이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일까?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미디어교육만 하더라도 영상 제작, 1인 크리에이터 되기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미디어 리터러시가 영상과 관련된 무언가라고 막연하게 추측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핵심은 미디어가 다루고 있는 현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1)이다. 교사들조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한 이해가 명확하지 않고, 필요성과 중요성에 관한 일종의 합의가 잘 이루어져 있지 않다. 교육부에서 제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들이 학교 현장에서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랑스 미디어교육의 중심 ‘클레미’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해외 미디어교육 사례는 바로 프랑스의 미디어와 정보 교육2)이다. 프랑스는 국가적 차원에서 미디어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지원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2015년에 발생했던 파리 테러 사건3)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이후 사회적인 불안감을 형성하는 가짜 뉴스에 대항하여 미디어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미디어교육을 위해 정부, 교육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이 함께 움직인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다.

 

프랑스는 미디어교육을 따로 전담할 수 있도록 특별한 기관인 클레미(CLEMI, 프랑스 국립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했다. 클레미는 미디어교육과 관련된 프랑스 전역의 조합, 학부모 대표, 교육연맹, 언론 매체 등 여러 기관과 연계해 미디어교육의 동향을 분석하고 논의하여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를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클레미는 프랑스 전역의 학교들과 연결망을 구축해 교사 연수, 구체적인 프로그램 제작 및 교육 자료 제공 등 여러 방면에서 미디어교육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클레미는 매년 3월 초에 언론 주간을 운영하는데, 올해로 30회를 맞이했다. 언론 주간은 교육현장과 미디어 현장을 잇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언론이 언론 주간에 학생들에게 신문을 무료로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한다. 올해는 학교 18,240, 학생 400만 명, 교사 23만 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해볼 수 있다.

 

 

모리스 위트릴로 중학교의 미디어교육 수업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 중학교는 클레미의 지원을 받아 주 1회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학생들이 라디오 기사를 작성하여 발표하는 날이었다. 학생들은 차도에서 히잡을 써도 되는 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발표를 들은 나머지 학생들은 해당 정보가 사실인지, 출처가 어디인지 질문 공세를 펼쳤고, 본인이 찾은 반대의 내용도 발표했다.

 

수업을 담당한 교사는 미디어 수업 경력이 6년째인데, 2015년 테러 이전부터 미디어 수업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미디어교육이 완전히 정규 과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니어서 수업을 위해 준비할 것이 많다고 했다. 해마다 새로운 주제를 정해 다른 교과와 연계하여 진행한다고 한다.

 

모리스 위트릴로 중학교를 방문해 미디어교육 수업을 참관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모리스 위트릴로 중학교를 방문해 미디어교육 수업을 참관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정보자유국가위원회-개인정보 보호 교육 자료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곳으로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다. 개인정보, 사생활·개인정보 보호, 기술적·경제적 차원에서 디지털 환경 이해하기, 개인정보 관련 규제와 법 이해, 온라인 내에서 정보 보호하는 법, 디지털 시민이 되는 법 등의 교육 자료를 만들어 제공한다.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교육 자료를 만들어 제공하는 독립기구이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교육 자료를 만들어 제공하는 독립기구이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두려움 없는 인터넷’-청소년의 인터넷 활용 돕기

 

두려움 없는 인터넷(TRALALERE)’의 기본 목표는 청소년들이 인터넷 사용의 위험을 인지하고, 인터넷을 활용해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비판적인 시선으로 인터넷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 두려움 없는 인터넷은 디지털 자료를 만들어 다양한 교육기관에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안전하고 창의적인 인터넷 활동을 돕는 단체인 ‘두려움 없는 인터넷(TRALALERE)’ 견학 현장.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청소년들의 안전하고 창의적인 인터넷 활동을 돕는 단체인 ‘두려움 없는 인터넷(TRALALERE)’ 견학 현장.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초등학교의 미디어교육 수업

 

에콜 펠릭스 포르(Ecole Félix Faure) 초등학교 방문은 필자가 초등교사이기 때문에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4) 학생들의 수업을 참관했는데, 신문 1면을 읽고, 학생들이 신문 1면을 직접 구성해 보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준비한 여러 종류의 신문을 살펴보았다. “신문이 종류마다 전부 다른데, 1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신문 1면의 형식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신문 1면에 꼭 기재해야 할 것을 유추했다. 그 후 학생들은 2명씩 짝을 지어 직접 신문 1면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신문명, 기사 제목, 슬로건, 글자의 굵기까지도 고민했다.

선생님은 평소에 클레미에서 제공한 참고 자료를 수업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클레미는 미디어교육의 가치를 드높여 주는 기관이다.”

 

에콜 펠릭스 포르 초등학교 5학년생들이 신문 1면을 읽고, 직접 신문 1면을 구성해 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에콜 펠릭스 포르 초등학교 5학년생들이 신문 1면을 읽고, 직접 신문 1면을 구성해 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TV5몽드-미디어교육 위한 프랑스어 교육

 

TV5몽드(Monde)는 프랑스어로 방영되는 글로벌 텔레비전 방송국이다. TV5몽드는 미디어교육을 하기 이전에 자국의 언어 교육이 기본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교육과 언어 교육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TV5몽드는 수준별로 프랑스어를 익히기 위한 방대한 수업 자료와 지도안을 제작하여 제공한다. 언론 주간에는 개별 학교를 방문해 ‘TV5몽드와 프랑스어 배우기같은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프랑스어로 방영되는 글로벌 텔레비전 방송국 TV5몽드는 미디어교육 이전에 모국어 교육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프랑스어로 방영되는 글로벌 텔레비전 방송국 TV5몽드는 미디어교육 이전에 모국어 교육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플레이백-어린이를 위한 일간지

 

프랑스의 플레이백(Play bac)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어린이를 위해 일간지를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발행하는 일간지는 우리나라의 어린이 일간지와 많은 차이점이 있다.

플레이백의 목표는 아이들이 매일 신문을 읽고 싶은 욕구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월~목요일에 학생들이 편집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신문이므로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려면 어린이 국장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게 편집장의 생각이다. 어린이 국장들은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직접 선택한다.

 

언론 주간에는 클레미와 협업한다. 학교를 방문해 어떤 과정을 거쳐 신문이 만들어지는지 설명하거나 신문을 제공한다. 반대로, 학생들이 플레이백을 방문해 신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우기도 한다. 기자 중 일부는 학교에 나가 교육을 하기도 한다.

 

플레이백은 연령별로 세 개의 일간지로 나뉜다. 프티 퀴티디엥(Petit Quotidien): 만 6~10세 용, 몽코티디엥(Mon Quotidien): 만 10~13세 용, 액티(L'actu): 만 13~17세용.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플레이백은 연령별로 세 개의 일간지로 나뉜다. 프티 퀴티디엥(Petit Quotidien): 만 6~10세 용, 몽코티디엥(Mon Quotidien): 만 10~13세 용, 액티(L'actu): 만 13~17세용. <사진 출처: 필자 제공>

 

 

교사 연대를 넘어 전 사회로

 

프랑스 미디어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와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시민사회, 학부모가 함께 참여한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 미디어교육과 가장 비교되는 지점이다. 미디어교육을 효과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시행하려면 미디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관해 이 모든 이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자칫하면 미디어교육이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편승한 교육에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미디어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과의 연대라고 생각한다.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모여 미디어교육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공유하고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 미디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정부와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시민사회, 학부모의 합의를 이끌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1) CML : Center for Media Literacy, 2012

 

2) 한국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랑스에서는 미디어와 정보 교육이라고 지칭. 두 용어의 통일을 위해 한국에서 실시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프랑스에서 실시하는 미디어와 정보 교육 모두를 이하 글에서는 ‘미디어교육’이라 명명함.

 

3) 당시 파리 테러 사건과 관련해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린 것이 주된 이유이다. 더군다나 이를 무분별하게 믿는 국민이 많아 사회적인 불신이 생겨났다.

 

4) 프랑스는 5학년이 최고학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