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혐오 받는다면?

2021. 4. 1. 14:41수업 현장

 

 

만약 당신이 혐오 받는다면?

차별과 혐오, 참지 말고 다함께 목소리를 높여주세요

 

장애인이나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누군가를 ‘죽게’ 할 수도 있다.

혐오 표현을 뿌리 뽑지 않고 방치하는 사회는 절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온라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혐오 현상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본다.

최은옥 (대화중 교사)

혐오 표현을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형사적 대응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검열이나 사상 검증의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우려 없이 더욱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사회적 대응인 ‘대항 표현의 활성화’입니다.

 


 

아래 댓글은 실제 사례입니다. 만약 당신이 온라인에서 이런 댓글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중학생 댓글에 달린 혐오 표현

중학교 1학년 국어 글쓰기 단원에서 ‘고쳐 쓰기’를 주제로 실시간 원격 수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온라인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하는 방법, 맞춤법 오류 사례 등을 소개하며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웹툰의 한 장면을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맞춤법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 우리가 직접 댓글을 달자”고 제안했습니다. 학생들은 웹툰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림1] 국어 수업 ‘맞춤법 고쳐 쓰기’ 사례

 

 

학생들이 열심히 과제를 수행하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쓴 댓글에 ‘잼민이, 초딩ㅅㄲ, 역겨운 놈들, 잼민이 쉨들’이란 댓글이 달렸습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놀랐을까요? 저는 어른을 대표하여 대신 사과한다고 말한 뒤, “너희들은 잘못이 없다”는 부족한 말만 덧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잼민이, 초딩ㅅㄲ, 급식충’ 등은 어린 학생들을 겨냥한 대표적인 혐오 표현(Hate Speech)입니다. 혐오 표현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을 말합니다.

* 국가인권위원회(2019). 《혐오 표현 리포트》

혐오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차별을 정당화하며 차별적인 제도·정책을 재생산하고, 민주주의의 본질인 다양성과 다원성을 훼손합니다.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혐오 차별 국민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81.8%가 ‘혐오 표현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에 동의했으며, ‘혐오로 인해 사회 갈등이 더 심해질 것’(78.4%), ‘차별 현상이 고착화될 것’(71.4%),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가 더 위축될 것’(62.8%) 등으로 답하여 혐오 표현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전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망은 지금 현실이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도 우리 사회가 차별에 대해 현재와 같이 대응한다면 향후 차별 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어 ‘사회적 갈등이 더 심해질 것’(72.4%)이라는 응답이 ‘자연적으로 완화·해소될 것’(32.1%)이라는 응답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럼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혐오에 대항할 수 있을까요?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교수는 혐오를 규제하는 법적이고 상징적인 조치뿐 아니라,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혐오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혐오 대상자에게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자, 혐오 행위자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이들을 고립시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음 그림처럼 말이지요 [그림2].

 

 

[그림2] 혐오의 사회와 연대의 사회

 

피하지 말고 ‘대항 표현’ 하세요

사실 혐오 표현을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형사적 대응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검열이나 사상 검증의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우려 없이 더욱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사회적 대응인 ‘대항 표현의 활성화’입니다.

‘대항 표현(Counterspeech)’이란 혐오 표현에 맞대응함으로써 혐오 현상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 ‘맞받아치기, 되받아쳐서 말하기’라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 중 하나인 ‘특수학교 OUT’에 대하여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또는 ‘특수학교의 설립을 환영합니다’처럼 표현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인간은 ‘불안’이라는 감정을 가장 불쾌히 여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불안’이라는 감정은 필연적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때 ‘두려움’은 어떤 대상에 대한 ‘무지’에 의해 시작되며 ‘허위·조작 정보’에 인해 증폭됩니다. 우리가 코로나에 대해 무지했을 때 각종 잘못된 정보가 범람했고 그것을 두려워하며 불안해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혹시 당신은 장애인의 생활을 얼마나 아시나요? 또 성소수자의 생각을 진심으로 궁금해 한 적이 있나요? 옆 친구의 발언이나 인터넷 속 댓글 말고, ‘스스로’ 답을 찾아본 적은 있나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그들의 마음에 대한 ‘무관심’, 주위 눈치를 보는 ‘동조’, 이러한 것들이 지금도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신체적으로 죽게 만들고 있습니다.

욕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그들을 욕하지 말아주세요. 그들은 ‘살아내기 위해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몇몇 사람의 잘못으로 그가 속한 전체를 욕하지 말아주세요. 본질을 놓치면 미움만이 남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9년 혐오 차별 국민인식 조사》를 보면 혐오 표현 경험자의 대부분이 ‘혐오를 경험하고도 그냥 무시’(79.9%) 하거나, ‘사람·장소를 회피한다’(73.4%)고 답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침묵을 택하게 된 것이지요. 아래에 소개하는 두 사례를 읽고 부디 그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꼭 궁금해 해주세요.

 

[표1] 혐오 표현 피해자 반응

지체 장애인의 사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용기를 내서 보여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프로그램을 많은 사람들이 본 것 같더라고요. 뉴스도 나고, 뉴스 기사에 댓글이 올라와서 봤는데 ‘난쟁이가 욕심도 많다’라고, 그렇게 쓰여 있더라고요. 그 후로 저는 더 이상 댓글을 보지 않아요. 제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구나 싶어요. 지쳤어요.
청소년 성소수자의 사례 학교를 가고 오는 길에 홍보물이 붙어 있는데, 교회 주변에도 많이 붙어 있었고요. 정말 많아서 학교 오갈 때마다 그걸 보면... 화가 나면서 무력하다고 해야 하나, 되게 무력감을 느꼈어요. 제가 치울 수는 없으니까. 무력감이 꽤 오래 남아 있었어요.
저는 주변에 커밍아웃을 꽤 많이 한 편인데도, 소외감이 느껴지고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죠. 학교 앞인데 학생들이 다 볼 수 있잖아요. 누군가는 무의식중에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잖아요.

*출처: 국가인권위원회(2016). 《혐오 표현 실태 조사 및 규제 방안 연구》

 

이들에게 우리가 말하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다시 처음에 언급했던 국어 수업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글 고쳐 쓰기 수업이 끝난 후 우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혐오로 얼룩진 댓글 창에 다음과 같이 대항하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이미 혐오에 대항하는 법을 수업을 통해 배운 덕분이지요. 어린 중학교 1학년 친구들도 알고 있습니다. 혐오는 사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요.

 

[표2] 혐오 표현에 대한 대항 댓글 사례

중1 학생의 대항 댓글 1
중1 학생의 대항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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