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3. 15:21ㆍ수업 현장
세상을 넓고 깊게 알게 해주는 최고의 방법
‘제1회 뉴스읽기 뉴스일기’ 학생 지도기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19년부터 국민들에게 뉴스 정보를 분별력 있게 이용하고,
올바른 뉴스 이용 습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을 시행하고 있다.
제1회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초등학생의 뉴스일기와
이 학생을 지도했던 교사의 지도 과정을 소개한다.
글 이경민 (대감초 교사)
뉴스를 읽으면서 공소시효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중략)
이런 것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다.
교과서가 아닌 내용을 우리 반은 배우고 있다.
뉴스를 보는 것이 좋은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제1회 ‘뉴스읽기 뉴스일기’ 특별상 수상자인 박도담 학생의 뉴스일기 일부분과, 박도담 학생을 지도했던 이경민 교사가 지도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 대회가 끝난 후의 소감 등을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일기 형식으로 구성한 글이다. 박도담 학생의 일기는 원문을 되도록 살려 싣는다.[편집자]
왜 하는지 모르겠네…
경민이 일기/ 2019년 4월 20일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2019 뉴스읽기, 뉴스일기 공모전 시행’ 공지사항을 보게 됐다. 뉴스 리터러시 캠페인 참여 차원에서 당연히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다 잘하면 상을 준다고 하니 금상첨화 아닌가? 유의사항을 보니 상금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러저런 마음으로 흥분된 마음으로 뉴스일기장을 신청했다.
도담이 일기/ 2019년 4월 21일
선생님이 아침에 어떤 책을 소개해주셨다. 뉴스일기라고 한다. 3월부터 선생님이 〈어린이조선〉, 〈어린이동아일보〉를 매일 가져와서 ‘오늘의 뉴스 이야기’를 했었다. 재미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몰랐었다. 거기에다 뉴스 내용을 이야기하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게 했었다. 그냥 알아서 책 읽든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면 좋을 건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
경민이 일기/ 2019년 4월 30일
뉴스일기를 아침 활동 시간에 처음 시도했다. 재단의 ‘미디어교육 운영학교’ 사업으로 지원받고 있는 〈어린이조선〉, 〈어린이동아일보〉를 우리 반 아이들과 같이 봤다. 뉴스일기 쓰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침 활동 4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아이들과 같이 신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나누었다. 첫 시간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잘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요”라는 말이 많았다. 처음은 원래 어려운거니까.
도담이 일기/ 2019년 5월 1일
어제는 〈어린이조선〉에 실린 내용에 관해 선생님과 이야기했다. 뉴스 내용이 어려워서 질문을 많이 했다. 생활과 관련된 내용도 있어서 괜찮은 부분도 있었다. 문제는 우리 반 아이들은 말이 너무 많다.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부분 중 자기와 연관된 것이 조금만 있으면 손 들어서 이야기한다. 15명 중 6~7명이 이야기한다면 40분은 금방 끝나는데…. 결국 어제는 선생님의 간단한 뉴스 내용 소개와 우리 생활 관련 이야기로 끝났다. 선생님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 이야기로 만들어도 된다고 하셔서 오늘은 모자 그림을 보고 나의 발명품 이야기를 써보았다.
“뉴스일기 쓰는 맛이 난다”
경민이 일기/ 2019년 7월 1일
오늘 아이들이 먼저 뉴스 이야기를 꺼낸다. 이제 뉴스일기 쓰기가 석 달이 넘어가니 뉴스가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나보다. 오히려 뉴스로 나와 생각을 나누고 이 상황이 왜 그런지 물어본다.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뉴스를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로 생각하게 돼서 다행이다. 오늘의 뉴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이었다. “트럼프가 엑소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뉴스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 설명을 많이 했다. 아이들에게는 엑소에 대한 관심과 할 말이 많은 하루였다. 아이들에게 지금까지는 뉴스에 대한 사실을 써보았으니 이제부터 이 뉴스가 세상에 좋게 영향을 미치는 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뉴스일기에 써보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박도담 학생이 “왜 뉴스일기를 쓰는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다. 안 하고 싶다”라고 의견을 냈다. “전국적인 대회인데 우리가 (상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뉴스일기를 쓰면 좋은 이유, 공부는 책만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등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도담이 일기/ 2019년 7월 2일
육아원 생활이 힘들다. 최근에 새로 들어온 아이가 있는데 너무 귀찮게 한다. 학교 가서 축구를 즐겁게 하고 싶다. 그런데 아침에 축구를 하려고 하면 뉴스읽기 활동 때문에 교실에 빨리 들어오라고 한다. 오늘 선생님에게 뉴스일기를 안 쓰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많은 친구들이 내 의견에 동조해주었다. 뉴스일기 쓰는 것이 힘든 것은 다 똑같은 모양이다. 오늘 아침은 뉴스일기를 써야 되는가?라는 주제로 아침 활동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뉴스를 읽는 이유, 매일 오랫동안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결국 뉴스읽기 활동은 계속 하기로 했다. 선생님 말씀을 듣다보니 뉴스를 꼭 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도 넓힐 수도 있고 공부는 책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고 나중에 결국 하는 공부인데 나중에 하려면 너희들 진짜 힘들거다라는 말에 다 해야 되는 걸로 생각하게 됐다. 4월에 선생님이 우리 반 여자아이들이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생각을 잘 쓰는 것 같다고. 그런데 요즘에는 여자 아이들이 대충 쓰는 것 같다. 오히려 요즘은 나하고 다른 남자 아이가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준다. 뉴스일기 쓰는 맛이 난다.
경민이 일기/ 2019년 9월 23일
오늘 열광적으로 뉴스 이야기를 했다. ‘공소 시효’에 대한 주제였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집에 날아온 우편물에 이상한 아저씨가 우리 마을에 왔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 마을에 바바리맨이 나왔었다”면서 이런 범인을 빨리 처벌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때다 싶어서 공소 시효의 장점과 단점, 너희들의 생각과 해결책을 뉴스일기에 적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PMI 기법도 소개했다. 가장 적극적인 뉴스읽기 시간이었다.
도담이 일기/ 2019년 9월 24일
오늘은 매우 시끄러운 날이었다. 그렇지만 매우 재미있었던 날이었다. 뉴스를 읽으면서 공소시효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옛날에는 미제 사건이 많았는데 과학의 발전으로 범인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공소 시효라는 제도로 인해 범인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것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다. 교과서가 아닌 내용을 우리 반은 배우고 있다. 뉴스를 보는 것이 좋은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칭찬이 좋았어요
경민이 일기/ 2019년 10월 5일
아침부터 여학생들이 연예 기사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오늘의 뉴스일기 내용은 혐오라고 주장한다. 뉴스일기에 적극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도담이 일기/ 2019년 10월 6일
우리 반 여학생들이 어제 심각한 뉴스를 봤다고 한다. 내용은 설리라는 연예인이 악성댓글 때문에 자살했다고 한다. 욕을 많이 들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데 연예인은 예외인가보다.
경민이 일기/ 2020년 2월 13일
코로나가 퍼지고 있다. 아이들과 코로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뉴스일기를 종업식 후에 대회에 보내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기 작품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었다. 전국적인 대회이기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교과서를 벗어나서 우리 사회와 정치, 경제, 생활문화에 대해서 알아갔다는 것에 의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담이 일기/ 2020년 2월 13일
선생님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선생님한테 너무 많이 따졌던 것 같다. 선생님이 여자 아이들한테만 심부름시키고 활동을 하면 여자 아이들만 잘한다고 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었다. 뉴스읽기도 처음에는 그런 것 같아서 짜증이 많이 났었다. 며칠 전 선생님이 내 뉴스일기를 보고 “글씨 이쁘다. 내용도 괜찮은데…”라고 하셨다. 생각이나 너만의 관점 말고 다른 사람의 관점도 찾는 행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난 선생님의 칭찬이 더 좋았다. 뉴스일기 쓰기 활동을 통해서 선생님과 많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경민이 일기/ 2020년 3월 24일
어제 뉴스일기 공모 결과가 나왔다. 박도담 학생이 특별상 부분 ‘열정이 빛나상’을 받았다. 잘하지는 못해도 열심히 한 아이에게 준 상인 것 같은데….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이 아이에게 칭찬보다는 채찍으로 생각할 것 같은 ‘잔소리 같은 조언’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이라는 단어가 자리했었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박도담 학생은 나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지 않나 싶었다. 육아원에 입소해 있지만 항상 밝은 마음을 가지려 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이려고 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었다. 내가 아이에게 해야 할 칭찬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이 대신해주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뉴스일기 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것을 왜 하지?’라고 한 번씩 생각했었던 나 자신이 오늘은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활동했던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오늘은 나에게 참 의미 있는 날이다.
경민이 일기/ 2020년 4월의 어느 날
톡이 온다.
박도담: 선생님 저 박도담입니다. 선생님 덕분에 상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나: 그래 축하한다. 뉴스일기 활동을 네가 제일 반대 많이 했는데 결과가 잘 나왔네?
박도담: 네 감사합니다. 상금은 나중에 수학여행에 쓸려고 합니다.
나: 그래 혹시 다음에 어떤 선생님이 이런 활동하자고 하면 반대하지 말고 잘 따라가자. 항상 좋은 마음 가지고 살아가고. 네가 열심히 해서 받은 거다. 다시 한 번 축하한다.
박도담: 네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뉴스일기를 쓰는 방법은 다양하다. PMI도 있고 ‘6색사고기법’도 있다. 주장과 근거 만들기, 사설을 문단으로 나눠보기, 상황, 목적, 주제로 분석하는 방법도 있다. 질문과 답 만들기, 신문 1면 비교하고 토론하기도 있다(자세히 살펴보니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다 있었다). 여러 가지 활용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 생활문화, 스포츠 관련 뉴스를 같이 읽고 생각하며 뉴스일기장의 빈 페이지를 같이 채우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대회보다 더 잘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디어교육팀에 감사함을 듬뿍 드리고 싶다. 파이팅!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경민이 일기/ 2020년 12월 9일
인근 학교로 옮겨 왔다. 여기서도 나에게 큰 감동을 준 뉴스읽기 활동을 아직도 하고 있다.
작년에 했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뉴스를 읽고 생각 나누기, 그리고 내 생각 정리하기를 기본으로 하되 PMI 활동, 6색사고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과 톡으로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매주 금요일 4종 신문의 1면 내용을 톡으로 같이 올리고 분석하는 활동을 했다. 서로 다른 관점을 알아가는 뜻 깊은 시간이다. 코로나가 우리를 더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고 본다. 오늘 아침에 조금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하며 과제를 내줬다.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문제였다. 아이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라 이해를 못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를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 정책 목표까지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신문에는 세금을 많이 걷는 것에 대해 강조하고 한 신문에는 세금을 내는 사람 수를 정확히 이야기하면서 ‘다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개인 시각을 뛰어넘어 사회적 시각, 국가적 시각까지 볼 수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뉴스일기의 힘이다.
벌써 뉴스일기 한 권의 끝이 보인다. 뉴스일기로 인해 아이들과 삶을 나누고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책임감, 분석 능력, 비판능력 등에서 많은 발전을 보였다.
처음에 뉴스일기를 30개 이상 쓰면 응모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는데 금방 도달했다. 혹시 방법적으로 고민하는 분은 이 글의 2020년 4월 일기를 참고했으면 좋겠다.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분에게 ‘지금 시작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30개의 일기를 쓰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나는 확인했다. 그래서 우리 아들도 이제 시작했다(이 좋은 것을 이제 시작하게 한다고 “아들한테 너무 무심한 아빠”라고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오늘 우리 학교 뉴스일기 활동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리터러시〉 웹진에 나왔다. 우리 반 아이들은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기쁜 모습을 보인다.
세상을 좀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나의 최선의 방법은 ‘뉴스읽기 뉴스일기’이다. 난 ‘뉴스읽기 뉴스일기’가 너무 좋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https://www.kpf.or.kr/front/intropage/intropageShow.do?page_id=48035c62865b4989a98bb3f860d076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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