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7. 17:3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목표 달성 위해 ‘공유와 협력’ 필요
연구서 소개-‘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융합적 접근’
본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0년 12월 발행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융합적 접근(진민정·김반야·박유신·최숙)》 연구서의 문제의식과 주요 내용을 소개할 목적으로
연구서의 일부를 요약 및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최 숙(오피니언라이브 연구기획실장)
본 연구서에서 말하는 융합적 접근이란 시대적 한계로 인해
고착된 국내 미디어교육 현장의 분절성을 극복하고 비판적 리터러시의 제고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주제, 참여 주체, 교육 내용 및 방식 간의 교차·공유·협력으로 공동의 성과를 낸다는 의미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 다양한 미디어가 디지털 기반으로 재편된 이후 역기능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안을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디어 과몰입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개인 간 관계는 물론, 공동체, 세대, 지역과 국가 간 어디에서나 만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다매체 다채널 고도화로 인한 미디어 시장 내 경쟁이 격화되고, 이용자의 선택적 이용 및 세분화의 정도가 심화돼 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디어 시장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윤 추구가 최상의 윤리가 되면서 상업적 메시지는 곧 실존을 위한 불가피한 논리가 됐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누구나 다양한 전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팩트와 거짓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극단적 폭력 담론에서 SNS를 핵심적인 동력으로 간주하기도 하고, 이른바 ‘나쁜’ 디지털 미디어와 연결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연일 주목받고 있다.
안타까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황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주목받고 있으며, 해당 교육의 유효성을 둘러싼 이견은 별로 없는 듯하다. 국내에서는 특히 ‘가짜뉴스’ 담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16년 이후 산・학・관 어디에서나 ‘가짜뉴스’ 대응 방안으로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업이 다수 기획・제안됐다. 이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공적 영역의 관심도 점차 증대되어 국내 미디어교육 지형 확대를 촉진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공헌했다. 미디어교육 정책의 종합적 목표와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미디어 소통 역량을 갖춘 이용자 지원’을 목표로 한 미디어교육 종합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소외 계층과 학교 안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인프라의 전방위적 지원 확대 안에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기존에 성사된 적이 없었던 각 부처 공동의 종합 계획안이라는 점에서만큼은 고무적으로 비쳤다.
그러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제반 상황이 그간의 국내 미디어교육의 문제점으로 제기되던 주변성, 비유기성, 전문성 결여(양정애・최숙・김경보, 2015, 김서중・정수영, 2019)를 극복할 정도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양한 교육 현장의 수요에 대한 이해가 반영되어 참여 주체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효적이고 적절한 정책과 실행 전략이 제안되고, 효율적으로 수행되어야 하지만, 전국에서 각양각색으로 형성・유지되고 있는 미디어교육 현장에는 상호 협력과 교차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정책적 정의에 대한 총체적 합의를 이끌고 구체적인 정부 지원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미디어교육에 대한 법령 마련이 ‘가짜뉴스’ 논란이 증폭됐던 2016년 이후에도 수차례 추진됐다가 무산되거나,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어도 통과되지 않은 채 쌓여가는 등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각 기관과 주체들이 추구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가치와 목표 역시 규범적 차원에서 여전히 상이하다. 이처럼 제도화 과정의 한계 속에서 미디어교육 관련 사업은 이들을 지원하는 다수의 미디어 진흥 기관과 문화예술 교육 관련 기관 안에서 부분 과업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개선과 변화의 수혜자를 ‘전 국민’이라는 포괄적 대상으로 설정한 것에 비해 실제 제공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사업은 매우 제한적인 집단만이 접근 가능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 일상화된 가운데 디지털 격차는 간과할 수 없는 현장의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강사들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와 처우 문제 역시 개선 과제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디어의 역기능에 대한 비판적 리터러시 제고를 통해 사회 변화에 실천과 동력을 싣는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규모 있는 지원은 미진한 상황이다.
학교 미디어교육 역시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실 국내 학교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은 조금이라도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갖는 거의 모든 사람이 더 이상 언급할 수 없을 만큼 강조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폐쇄적인 학교 교육과정 시스템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자유학기제, 방과후, 진로 특강, 단원별 부분 결합, NIE를 포함한 도구적 활용 등의 불안정한 형태로 정규 교육과정의 주변에 머물러 있다. 물론 한국 교육 현장의 토대 논리인 대학 입시는 차치한다손 치더라도 말이다. 사실 소외 계층과 학교에 대한 인터넷 환경 개선 제안도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리터러시 제고를 위해라기보다는 팬데믹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비대면 수업 확대로 인해서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질적 성장을 원한다면 미디어교육 종합 계획의 관심이 단지 인터넷 연결 장비나 기기 제공 확충, 그리고 제어법 교육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미디어교육도 융합적 접근 필요
이에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 모색 차원에서 본 연구팀은 융합적 접근으로 국내 미디어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나아가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와 교육의 주요 키워드인 ‘융합’적 접근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현황과 실태를 재검토하고, 잔존하는 문제들의 개선과 방향 전환을 견인할 정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본 연구를 기획했다.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융합’이라는 단어를 위시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융합은 다양한 영역에서 시각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지만, 디지털 기기의 대중화와 미디어 산업의 전반적 디지털화의 시작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역시 융복합적 접근에서 해석되기 시작했다. 다만 기존의 융합 논의는 변화된 미디어 텍스트를 접할 때 적용되는 미디어 기술 간 호환성을 높인다거나 미디어 산업 간 병합 현상에만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서에서 말하는 융합적 접근이란 미디어 재현 테크놀로지가 호환되고 통합되면서 변화되는 협의적 의미의 융합이라기보다는 좀 더 총체적인 차원의 미디어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하는 제안이다. 다시 말해, 시대적 한계로 인해 고착된 국내 미디어교육 현장의 분절성을 극복하고 비판적 리터러시의 제고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주제, 참여 주체, 교육 내용 및 방식 간의 교차·공유·협력으로 공동의 성과를 낸다는 의미다.
이러한 융합 논의를 기반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필요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국내와 해외의 구체적인 사례와 더불어 현재 학교 수업에서 사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이를 토대로 융합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유형과 나아가 융합적 교육의 실현 방안을 살펴보고자 했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황과 실태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융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 분류 구도 위에서 분절적으로 구분되고 있는 미디어교육 구조와 주변적 위치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 융합적 미디어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이용자 문화의 변화에 조응할 수 있는 융합적 접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미디어교육 사례 들여다보기
이어 교육 현장에서 융합적 접근을 구현하고 있는 국내외 사례를 분석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미디어교육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또한 최근 미디어교육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 주목받는 핀란드에서의 융합적 미디어 리터러시 논의와 교육 사례를 살펴, 해외의 최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장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이미 민관을 아울러 미디어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에서는 만화나 동영상, 게임을 활용한 미디어교육 자료가 무궁무진하다. 과거부터 ‘이미지 교육’이란 명칭으로 교과 간의 연계 학습에 영상이나 시각 자료를 활용했었고, 교육 자료 생산에 수많은 미디어교육 행위자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미디어교육 전담 기관인 클레미(CLEMI) 외에도 디지털 교육 학술 대표단(DANE),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를 비롯한 디지털 교육 관련 공공 기관, 교육부와의 협약에 의해 2015년부터 미디어교육 관련 TV 프로그램이나 교육 자료를 제작 중인 공영 방송사, 공공 도서관 혹은 프랑스전력청(EDF) 같은 각종 공공 기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사, 대중 교육 혹은 청소년 관련 시민 단체, 게임・애니메이션・만화 등의 콘텐츠 제작자, 통신사, 보험사를 비롯한 민간 사업체, 대학 연구소, 각종 전문가 협회 등 미디어교육 자료 제작에 참여하는 행위자는 무궁무진하다.
한편 부처들 사이의 활발한 협업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 참고할 만하다. 2020년 10월 15일 교육부는 방송 규제 기구인 시청각최고위원회(CSA)와 미디어교육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두 개의 계약을 체결했다. 시청각최고위원회는 파리 근교에 위치한 크레테이(Créteil) 아카데미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초중고 학생 및 교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2020년 10월 현재, 크레테이 아카데미 소속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미디어교육자를 위한 교육 콘텐츠 시리즈를 성평등, 다양성과 차별, 표현의 자유 등 세 가지 주제로 제작하고 있다(CSA, 2020.10.15.).
또한 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한 인식과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의견을 살펴보고자 학부모와 미디어 교・강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학부모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인지도, 청소년 미디어 이용에 대한 인식과 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황, 향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한 의견을 분석했다. 또한 융합적 미디어교육 과정의 이론적 배경과 구체적 운영 방안 사례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의 통합 교육과정 운영의 근거 및 교육과정 통합의 이론적 배경을 살펴보았다. 이를 기반으로, 본 연구에서의 설문 조사 및 국내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구를 참고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정의 통합 유형을 분류하고, 운영의 방향을 제안했다. 또한 융합적 리터러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사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사례로 제시했다.
융합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유형
연구 결과를 종합해 ‘융합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유형’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할 방안을 제시했다. 부록에서는 구체적인 수업 사례를 통해 미디어 교사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여섯 명의 교사들이 학교 수업 현장에서 실시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융합적 접근 사례를 스스로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영화, 웹툰, 소설, 뉴스, SNS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와 플랫폼을 활용하며, 미디어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제작과 홍보까지 여러 활동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통합한 사례였다.
연구진은 본 연구서가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책과 수업에 창의적인 영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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