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로 인해 하이브리드 편집이 뜬다?
2011. 11. 2. 13:54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종이 편집, 하이브리드 형태로 제 2 부흥기 맞을까
신문 산업의 규모가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언급하기에도 너무 진부한 사실입니다. 매체가 다변화되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에 대한 영역이 재정의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올해 말 등장을 앞두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은 종이신문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박현수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20일 ‘2011 광고주대회 특별세미나’에서 “광고실무자들은 종편 채널당 광고비를 첫해 1500억원 가까이 예측했지만 실제로 이런 광고매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채널당 평균 광고매출은 첫해 732억원, 다음해 875억원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새 미디어가 등장하여 전체 광고 시장의 파이가 커지기보다는 종편 광고비의 대부분이 신문, 중소 개별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서 대거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됐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종편 출범으로 가장 타격을 입는 매체는 신문으로 조사됐습니다. 광고실무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광고주의 68%, 광고회사의 84%가 신문 광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종편이 신문광고를 잠식하면서 신문 광고비는 17% 감소, 지난해 전체 신문 광고비(1조6438억원)를 감안하면 내년에 줄어드는 액수는 2800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하네요. 경영상황이 열악한 언론들이 난립하고 있는 종이신문 업계로서는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닙니다. 어쩌면 제대로 된 신문은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신문 콘텐츠가 여전히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디지털입니다.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포털 뉴스섹션’, ‘인터넷신문’, ‘언론사닷컴’, 그리고 블로그형 미디어나 SNS미디어 등 대안언론 등은 그 형식이나 내용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뉴스콘텐츠의 상당 부분이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디지털로 읽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뉴스는 가장 최전방에 있는 후킹 콘텐츠라는 것이 입증된 셈입니다. 그리고 모바일웹과 모바일앱 산업까지 가세하면서 뉴스콘텐츠는 또 다시 상용 소비창구를 마련케 된 셈입니다. 신문은 죽어도 콘텐츠는 더 중요하게 됐다는 평가가 정확하겠네요.
그러나 최근 아이패드 등 ‘태블릿’이란 미디어플랫폼이 업계에 미디어 등장하면서 종전의 뉴스콘텐츠 형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이 한물 간 것처럼 보였던 종이 편집이 디지털 기술을 디딤돌로 ‘하이브리드’ 형태로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가장 ‘아날로그스럽던’ 종이 편집이 태블릿 미디어에서 가장 잠재 경쟁력이 높을 가능성이 많아졌습니다.
너도나도 뉴스콘텐츠를 디지털 형태로 마구 내보낼 고민만 하고 있었고, 온라인 뉴스가 신문 미디어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었는데, 태블릿은 오히려 종이 신문을 잘 만드는 곳에서 더 잘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2차원’ 종이의 재단-디자인-편집에 능숙한 기성 언론 기업들이 태블릿 기술의 도움을 받아 우수한 태블릿 뉴스 앱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세련된 태블릿 미디어 디자인은 세련된 종이신문 디자인에서 자연스럽게 옮겨오기 때문입니다. 오직 ‘온라인’ 매체만 있던 곳보다는 신문이나 잡지 등 아날로그 기반의 2D 구성에 경험이 있고, 실제 자산을 가지고 있는 미디어기업이 태블릿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태블릿에서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효과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유도했다는 평가입니다.
이제 태블릿에서는 뉴스콘텐츠 자체보다는 그 콘텐츠를 얼마나 역동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펼쳐 보여주는가가 관건이 돼 버렸습니다. 태블릿 독자들은 잘 차려진 밥상을 원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리더 아이패드 앱 플립보드(Flipboard)와 자이트(Zite) 역시 종이 편집의 감성을 기술로 풀어내려 고민했기 때문에 태블릿 사용자들에게 감성으로 호소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글은 종이 신문이나 잡지가 갑자기 다시 뜬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시장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 살아남기 힘든 구조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종이가 주던 감성은 사라 들지 않고, 오히려 태블릿이나 모바일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타고 제2의 전성기를 향해 변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태블릿 뉴스앱을 내놓는 곳은, 어쩌면 더 좋은 아날로그 편집 기능자를 가진 곳일지도 모릅니다.
원고지에 글을 쓰며 너덜너덜해진 교정지와 팩스 뭉치에 헉헉대던 선배 기자들이 노트북 자판을 딸깍거리며 엔터키 한 번에 기사를 인터넷으로 송고하는 모습을 보며 “뉴스콘텐츠의 본질이 사라진다”고 한탄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의미를 따져가며 썼던 때와 달리 지금은 벌크 형태로 쏟아 붙는 정보 폭격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달라졌지요. 그리고 그렇게 종이신문의 쇠락을 주장했던 젊은 기자들이 다시 종이 편집의 미학을 태블릿 뉴스앱을 보며 느끼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일까요. 아니면 역사는 돌고 돌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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