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를 위한 ‘선거 여론조사 보도 취사선택법’

2022. 1. 26. 14:02웹진<미디어리터러시>

유권자를 위한 ‘선거 여론조사 보도 취사선택법’

선거 여론조사와 뉴스 리터러시

선거 보도에서 여론조사 보도는 빼놓을 수 없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도 대통령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담은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조사 기관과 언론사에 따라, 또 어떤 조사 방식인지에 따라 후보자의 지지율이 널을 뛴다.

수많은 선거 여론조사 보도 가운데 어떤 보도를 취하고, 어떤 기사를 버려야 할지 유권자 입장에서 점검해보았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선거에 관한 유권자의 관심을 고취한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를 지닌다.

보도된 내용이 부적절하거나 잘못 이용된다면 결과적으로

유권자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후보나 정당이 승리할 수도 있다.

이는 뉴스 리터러시 관점에서 생각해볼 중요한 문제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1987년 처음 국내 언론에 등장한 이후로 줄곧 수용자로부터 높은 관심과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조사의 부정확성과 보도의 편향성을 이유로 후보자는 물론이고 일반 유권자로부터도 종종 비난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사 단계에서는 낮은 응답률, 비확률표집, 부적절한 문항 등이 지적됐다. 보도 단계에서는 지지율 위주의 경마식 보도, 조사 방법 관련 정보의 부재, 분석의 비전문성과 편향성, 제목의 선정성, 그리고 출처 불명의 여론조사 결과 인용의 문제 등이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선거를 주관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물론이고 학계와 업계에서도 조사와 뉴스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정치 대화의 소재로 이용하고 후보자 선택을 위한 중요한 정보로 활용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좋은 선거 여론조사 기사를 어떻게 골라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는 흔치 않다.

 

 

유권자의 뉴스 리터러시를 높여라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선거에 관한 유권자의 관심을 고취한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단순히 어떤 시점에서 측정된 여론을 반영하여 후보자 간의 순위를 보여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의 선거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도 관련이 깊다. 또한, 보도된 내용이 부적절하거나 잘못 이용된다면 결과적으로 유권자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후보나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이는 뉴스 리터러시 관점에서 생각해볼 중요한 문제다.

 

품질 낮은 선거 여론조사를 걸러낼 기회는 세 번 있다. 첫째, 조사가 부실하거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여론조사 회사가 언론사에 전달하지 않으면 된다. 둘째, 언론사는 전달받은 조사 결과의 품질을 따져 고품질의 조사만을 선별해 보도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최종 소비자인 유권자가 품질 낮은 기사를 읽지도 보지도 않으면 된다. 뉴스 리터러시는 세 번째 단계에서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는 조사 관련 자료만으로 조사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통계적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을 뿐더러 주의 깊게 관련 정보를 살펴보지도 않는다(김연수·김지현·정일권, 2007). 게다가 조사의 품질과 무관하게 때때로 자기 의견과 일치하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더 신뢰한다(김연수 외., 2007). 이와 같은 수용자의 낮은 통계 리터러시와 자기중심적 이해 성향은 품질이 낮은 선거 여론조사 기사가 난립하게 만든 중요 요인 중 하나다.

 

품질이 높은 선거 여론조사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통계적 지식은 물론 정치적 맥락에 대한 사진 지식도 필요하다. 일반 유권자가 이런 능력을 짧은 시간에 갖추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대안으로서 몇 가지 간단한 단서를 통해 소비해도 되는 뉴스와 배제해야 하는 뉴스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선거 여론조사 뉴스 리터러시를 높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단서를 정리해 제시했다. 다만 나열한 모든 단서를 활용하지 않고 한두 가지만 활용하더라도 앞에서 지적한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 무엇을 선택할까?

첫째, 후보별 지지율을 강조하는 경마식 보도 기사를 피한다. 특히 헤드라인에 “A후보 45%, B후보 40%” 식의 표현이 있는 기사를 제외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조사 결과가 일부 포함되더라도 뉴스의 중심이 아니라 다른 내용의 근거로 활용하는 뉴스는 수용한다.

 

둘째, 통계적 지식에 반하는 분석을 담은 기사는 제외한다. 예를 들어 통계적 의미가 없는 오차 범위 내 차이를 강조해서 보도하거나, 전국 단위로 표집된 조사 결과를 통계적 의미가 없는 지역 단위로 쪼개 지역 간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지역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는 배제한다. 그리고 그래프와 같은 시각 자료를 왜곡하여 조사 결과를 과장 혹은 과소 해석하는 방법을 쓰거나, 조사 시점별로 조사 방법이 같지 않아 결과를 직접 비교할 수 없음에도 여러 조사를 묶어 지지율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도하는 추이(trend) 보도 기사는 제외한다.

 

셋째, 단순히 조사 결과만을 나열하는 뉴스는 피하되 현재의 지지율 혹은 지지율 변화에 관한 논리적 분석이 포함된 기사는 선택한다. 구체적으로 ‘왜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 또는 하락했는가?’, ‘왜 특정 이슈가 유권자에게 중요한가?’, ‘유권자가 후보자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찾는 기사라면 좋은 기사로 볼 수 있다.

 

넷째, 지지율 변화와 정책 혹은 공약 간의 인과관계를 추론해서 수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기사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A정당이 B정당보다 지지율이 15% 더 높았습니다. 이를 의석으로 환산하면 선거에서 A정당이 B정당에 비해 38석을 더 얻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식의 보도가 아니라, “출산 장려 정책과 관련해 A정당의 입장은 이렇고 B정당의 입장은 또 이렇습니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A정당의 정책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주에 A정당이 출산 장려 관련 공약을 발표한 후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는 식으로 보도하여 유권자의 태도나 의견 자체가 뉴스의 핵심으로 다루는 기사는 좋은 기사로 판단해도 된다.

 

다섯째, 진영별 균형이 아니라 직능별 다양성을 추구한 기사를 선택한다. 수리적 균형을 맞춰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기 위해 후보자 본인 혹은 캠프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균형적으로 담고 있는 기사보다는 조사 결과를 해석할 능력을 지닌 조사 기관, 정치부 기자, 그리고 관련 분야 학자와 같은 전문가 집단을 골고루 인터뷰한 기사를 선택한다.

 

여섯째, 기사 내용을 스스로 판단하여 품질을 평가할 수 없을 때는 대안으로서 믿을 만한 언론사에서 다루고 있는 기사만을 선택한다. 언론사가 믿을 만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직관적인 기준의 예로는 선거 여론조사의 품질을 가려내는 자체 기준을 두고 있는지 여부를 들 수 있다. 만약 언론사가 구체적인 기준, 즉 ‘응답률이 5% 미만이거나 조사 문항이 명백하게 편향적인 조사 등은 보도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공지하고 있다면, 해당 언론사는 그렇지 않은 언론사보다 믿을 만하다.

 

 

선거 여론조사, 어떻게 해석할까?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지닌 기사를 선별해내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선거 여론조사를 다룬 기사에 대해 바른 인식을 지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식견 있는 시민(informed citizenry)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식견 있는 시민은 ‘누가 당선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자신의 예측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후 자기 삶의 변화를 예상하고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또한, 수동적으로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직접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 과정에 참여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후보자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여 공약을 개발하거나 바꾸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반면 여론조사 결과를 좇아 애초에 지지했던 후보 대신 지지율인 높은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투표할 경우, 결과적으로 유권자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의 당선 가능성을 낮추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선거 여론조사는 정확해야 한다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같은 날에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 회사별로 다르고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인 사람이 실제 선거에서는 낙선하는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반드시 여론 혹은 선거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서베이 조사 방법에서 표집 오차(sampling error), 포함 오차(coverage error), 무응답 오차(nonresponse error), 그리고 측정 오차(measurement error)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다(정일권, 2017). 또한, 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묻는 문항은 실제로 투표하는 상황과는 다르다. 그리고 조사에서 속마음을 감추고 응답하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고 의견과 행동이 다른 경우도 많으며, 조사 응답 후 투표 전에 의견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유권자의 마음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사 시점에 아무리 정확하게 조사했더라도 실제 투표 결과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여론조사 과정과 분석 방법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셋째,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거나 해석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객관성을 해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해석적 보도가 반드시 객관성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며 혹시 그러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는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으로 봐야 한다(Stephens, 2014). 또한, 선거 여론조사 보도에서 해석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객관주의 저널리즘 원칙을 전면적으로 포기하자는 의미도 아니다. 객관주의는 여전히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지만, 객관주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공정성과 다양성 등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다른 목표의 달성이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해석적 보도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기사의 사회적 유용성을 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의 관점에서 판단한다면 이 주장을 따를 필요가 없다. 특정 선거 여론조사를 보도하지 않기로 한 것이 정당이나 후보자에게는 유리 혹은 불리할지라도,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에 도움이 된다면 언론은 적극적으로 이를 실천해야 한다.

 

 

 

 


참고문헌

 

김연수·김지현·정일권 (2007). 2007 대선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과 특성: 신문과 방송 보도의 내용분석과 응답자 서베이 조사를 중심으로.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 7호, pp.83~120.

정일권 (2017). 선거 여론조사 보도를 통한 언론의 상관조정 기능 강화. 《커뮤니케이션이론》, 13권 4호, pp.5~39.

Stephens, M. (2014). Beyond News: The future of journalism.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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