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5. 17:45ㆍ언론진흥재단 소식
인권 측면에서 바라본 혐오 표현과 언론 보도
인권 침해하는 혐오 표현, 중계식 보도 멈춰야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혐오 표현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화 된 것은
2010년 이후 온라인을 통해
혐오 표현이 확산되면서부터다.
혐오 표현은 사회적 소수자의 인격을
말로서 살해하는 인권의 문제인 동시에,
‘기계식 객관 보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욕설이 포함되지 않거나
노골적으로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도
혐오 표현일 수 있다.
일부 사실을 교묘하게 섞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고정 관념을 자극하면서
혐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암호화된 혐오 표현(coded hate speech)’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정제된 언어 속에 감춰진 혐오의 기제를
꿰뚫어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전문에 명시되어 있듯,
언론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증진”을 목표로 하여
“인권 문제를 적극 발굴·보도하여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키고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정착되도록 여론 형성에 앞장”서야 한다.
국민의 인권 의식 향상과 인권 문화 확산에
기여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
인권을 침해하는 혐오 표현과
그에 대한 비판을 ‘논란’의 틀에서 보도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논란이 아닌 것을 ‘논란’이라 틀 짓는 보도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언론은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증폭시키는
혐오 표현을 다룰 때
현상 그 자체를 전달할 게 아니라
발언의 맥락을 짚고,
발언의 의미를 인권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명확한 관점을 갖고 혐오 표현을 비판해야 한다.
또한, 혐오 표현이 초래하는 부정적 결과의 크기는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의 영향력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 6월 13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52일 만에 재개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보도하는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의 말에
명확히 반대하는 보도,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시민의 목소리에
더 주목하는 보도,
열악한 장애인 이동권 실태를 짚고
구체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보도를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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