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5. 15:03ㆍ포럼
허위정보, 혐오 표현 규제와 표현의 자유 보장
오픈넷 미디어 리터러시 월례 특강 :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을 위해 필요한 법적 지식1)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하고 소셜 미디어가 일반화된 지금은
과거 인쇄매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담론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특히 기본적 인권이며 민주주의의 기본 구성 요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형사 처벌의 신설 및 강화를 선호한다는 지점이다.
미디어의 자율 규제를 시도하지 않고, 곧바로 형사 처벌을 택할 경우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인한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타인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간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규범을 익히는 한편 규범을 형성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타인과의 관계 형성, 공동체에의 참여, 사람의 사회적 삶을 이루는 데 필요한 자유와 권리를 포괄하여 ‘표현의 자유(집회 결사의 자유 포함)’라고 말한다. 인쇄매체가 주된 소통 수단이었고 사회 참여 계층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SNS 등 디지털 미디어가 주요 미디어 매체로 등장하고 사회 참여의 계층적 제한이 사라진 요즈음, 표현의 자유 보장 및 제한에 대한 논의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소셜 미디어로 인해 세계의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마리아 레사,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에 관한 특별 강연 중)는 진단까지 나오는 현재, 나의 사회적 삶을 구성하는 미디어 환경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디지털 미디어 세계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표현의 자유를 중심으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표현의 자유의 역할
표현의 자유는 사람이 자신의 사상을 외부에 표현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는 본질적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타인이 자신에게 유익한 존재인지 위험한 존재인지 판단하기 위한 기초(타인에 대한 평가 유통 및 교환)를 제공하는 권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표현의 자유는 의식주의 충족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격 실현을 위한 기초적 권리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표현의 자유는 특히 민주주의의 구성적 요소로 기능한다. 민주주의란 공동체 구성원이 특정한 누군가로부터 지배받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지배하는 정체를 의미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 자신을 지배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에 특정 계급이 다른 구성원을 지배하는 계급 사회나 다수의 구성원이 소수의 인권을 무시하는 극단적인 다수주의 사회 모두 민주주의 사회라고 불릴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원리로 국민주권주의, 공화주의, 국민의 정치 참여권 보장(선거 제도 등 참정권) 및 권력 분립, 국가 권력 제한, 기본적 인권 존중, 다원주의, 다수결 원리의 전제로서의 소수자 보호가 거론된다.
이러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구성원의 개별적·집단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보의 공개·유통·교환을 촉진시키는 것, 즉 표현의 자유 보장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견해나 사상, 가치관 등이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펼쳐질 때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질서의 기초가 마련되기 때문이다(김하열, 《헌법강의》 제3판, 박영사, 449쪽). 통치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고 유통되어 그에 기반한 자유로운 의견 교환 및 비판이 가능해져야 국민은 국가 권력을 비판하고 통제할 수 있다. 소수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실효적으로 낼 수 있어야 대의 민주주의 또는 다수결 민주주의 원칙을 빙자하여 다수자가 소수자를 지배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현재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의사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의사표현의 내용에 대한 사전 허가와 사전 검열,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할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의사의 형성을 전제로 하고, 의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어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알 권리도 보장된다. 알 권리란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를 의미하는데, 헌법재판소는 알 권리가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고 나아가 공공 기관이 보유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민주주의 및 국민주권원칙의 실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판시했다(헌재 1989.9.4. 88헌마22 결정). 나아가 개인은 자신의 개인 정보에 대한 접근·수집·처리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갖는다.
언론 기관에 의한 표현의 자유는 소위 ‘매스 미디어의 자유’로 분류된다. 언론 보도(신문 및 방송)는 직업 기자들의 집중 취재를 바탕으로 대량의 정보를 공개하고 유통시켜 시민 사회 구성원이 접하는 정보의 양과 질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공론장에서의 토론 및 여론 형성에 기여해서 결과적으로 다원적 민주주의의 구현을 촉진한다. 한편, 대량으로 유통되는 정보를 독과점하여 여론 형성의 방향을 통제하거나 조작할 수도 있는데 이는 오히려 다원적 민주주의를 왜곡하거나 저해한다. 나아가 언론의 위와 같은 속성(정보를 신속하고 폭넓게 전파하는 기능) 때문에 허위 보도 또는 왜곡 보도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언론 기관의 순기능 및 부작용의 위험 때문에 우리 사회는 언론 기관의 공적 기능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반면 보도로 인한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한 구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의 자유의 내용에는 취재·보도의 자유, 언론 다양성 보장(신문의 독과점 내지 집중화 방지, 방송의 편성 다양성 보장 의무), 편집권의 독립성 보장 등이 포함된다.
표현의 자유의 제한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 및 사회 윤리를 해할 경우 제한될 수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신중해야 한다.
표현은 자신의 생각을 외부로 표출하는 행위 전반을 말하므로 생각 그 자체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표현에 대한 처벌과 규제는 쉽게 생각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게 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위축 효과2)를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사상 그 자체를 사장시키게 된다는 의미이다. 생각 자체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본질적 침해나 다름없다. 즉,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타인의 명예나 인격권을 보호하고 공중도덕 및 사회 윤리를 세워 나가기 위해 필요하지만, 과도한 제한은 인간의 자유롭게 생각할 권리를 침해하고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를 허물 수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논의할 때에는 언제나 그 제한이 부르는 위험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표현에 대한 제한은 국가 권력의 개입이 최소화된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하되 타인에 대한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민주주의 사회의 운영을 심각하게 해하는 표현(소수자의 발언권을 훼손하고 차별을 격화시키는 차별 기반 혐오 표현 등)에 한하여 명확한 기준 아래 예외적으로 국가 권력의 통제(형사 처벌, 행정 규제 등)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제한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표현에 대한 민·형사적 사법적 규제(모욕, 사실 적시 명예훼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와 음란 표현에 대한 행정적·사법적 규제(예를 들어 음란물 배포죄)이다. 그중 모욕과 사실 적시 명예훼손 처벌에 대해 특히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모욕죄는 사실이 포함되지 않은 표현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인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욕설 등을 했을 때 처벌한다는 내용으로 인식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적용된다. 그러나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고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욕을 타인에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지는 의문이다. 가끔은 국가 차원의 바른말 고운 말 쓰기 운동을 형사 처벌로 강제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때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법원이 처벌받을 나쁜 표현과 처벌받지 않아도 되는 바른 표현을 독점하여 분류하게 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국가 권력이 시민의 발언에 대한 허부를 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타인이 저지른 부당한 행위를 말했을 때에 처벌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사람은 타인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타인을 평가하고 그러한 평가는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데, 위 처벌은 타인에게 불리한 정보의 유통 자체를 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말했다가 자칫 잘못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다. 최근 양육비 지급을 불이행한 사람의 신원 정보를 공개한 ‘배드파더스’의 대표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기소되어 논란이 된 것처럼 말이다. 위 죄가 보호하는 명예란 ‘불리한 사정이 숨겨짐으로써 유지되는 명예’, 즉 허명이라는 점도 비판의 근거가 된다.
한편, 언론 기관의 표현의 자유는 앞서 본 것처럼 공익에 기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넓게 보장되는 편인데(공적 인물·공적 사항에 대한 보도 관련 민형사적 책임 감면 등), 그럼에도 개인에 대한 악의적 허위사실의 보도 등은 민·형사적 사법 규제 대상이 된다. 허위사실 보도로 인해 개인이 입는 피해는 개개인의 언설로 인한 피해보다 심각하므로 그에 대한 신속한 구제책(언론중재, 반론보도 및 정정보도 등)도 마련되어 있다. 한편,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액이 너무 적고, 반론보도 및 정정보도는 널리 퍼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구제책이 실효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의 새로운 쟁점
∙인터넷과 SNS의 등장
주로 말과 글, 출판물 및 방송이 주요 의사소통 수단이었을 때 이루어졌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는 인터넷 및 SNS의 발달로 인해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인터넷의 발전은 정보를 독점하여 여론을 통제·관리하던 국가 및 자본 권력에 대항하고 자발적으로 공론장에 참여하여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단을 개인에게 마련해 주었다. 헌법재판소는 2000년대 들어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중요한 결정을 잇달아 내렸다. 소위 ‘미네르바’ 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국가의 불온통신 규제 위헌 결정(헌재 2002.6.27. 99헌마 480 결정), 인터넷을 통한 선거 표현 금지 위헌 결정(헌재 2011.12.29. 2007헌마1001 결정),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헌재 2012.8.23. 2010헌마47결정, 위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의 보장 필요성을 설명함) 등이 그 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경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기반으로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각종 SNS가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의 정보 수집·유통·처리 방식과 상호소통 방식, 사회 참여 방식은 또 한번 변화한다. SNS가 중심이 되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대형 플랫폼(네이버, 다음 등)에서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와 뉴스 댓글 서비스, 인터넷 게시판을 주로 활용하는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담론을 형성했다. 정보의 수집, 공유 및 소통 과정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졌고, 넓은 공간 안에서 다수의 사람이 평면적으로 교류했다. 반면 SNS에서는 사람들이 구축한 관계망을 통해 정보 공유 및 소통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흐르는 현상이 강화됐고, 그 정보의 흐름은 보다 내밀하고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사회적 인격 형성
SNS 중심의 미디어 환경 변화는 이용자로 하여금 인터넷을 단순히 정보 수집·유통·처리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세상에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게 만들었다.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인격과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적 인격을 구분하는 것이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각종 일상생활과 지인이 담긴 사진 및 일기와 유사한 글을 공유하며 온라인상의 인격을 형성하기 때문에 공사 구분이 모호해진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떠오르는 문제점
SNS가 사람들의 주요 정보 수집·유통·처리 방식, 상호소통 방식, 사회 참여 방식으로 자리 잡고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활동과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적 활동의 구분 경계가 애매해지면서 떠오르게 된 중요 쟁점으로는, 정보 흐름의 편향성 문제 및 가짜·왜곡·혐오 표현의 유통 심화의 문제, 사생활 및 개인 정보 보호의 문제 등이 있다. 온라인상의 집단 공격이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보다 내밀하고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개인의 피해가 심화됐다(카카오톡 단체방 강제 초대 후 집단 공격,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한 조리돌림과 집단 공격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흐르면서 정보 흐름이 편향되고 정보의 교차 확인이 힘들어졌다. 이러한 정보 유통의 경향성은 가짜·왜곡·혐오 표현의 유통 강화로 이어졌다.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 활동에 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면서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던 폭력과 범죄가 온라인에서 확장된 형태로 행해지기 시작했고, 가짜·왜곡·혐오 표현의 유통 강화는 공론을 왜곡하고 권력 감시 및 소수자 보호를 약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흔히 표현의 자유의 담론장에서는 정보 통제를 막아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공론장을 형성할 경우 각종 정보에 대한 가치 있는 검토와 토론을 통해 가짜·왜곡·혐오 표현은 자연히 탈락되고 보다 바른 방향으로 민주적 의사 형성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 그런데 SNS의 발전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공론장의 형성 자체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정보 흐름을 유도한다. 이에 따라 공개적이고 투명한 공론장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와 어떻게 가짜·왜곡·혐오 표현을 탈락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게 됐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법제도 구축
이렇듯 인터넷이 상용화되고 SNS가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 형성 과정이 크게 변화했지만,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정보 수집·공개·유통을 보호하는 규범은 새롭게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규제에 관한 규범 역시 새롭게 운용되고 있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됐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추가·강화됐지만 인터넷과 SNS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표현에 대한 규제는 전통적 규제(모욕, 명예훼손 및 그 외 행정 규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법 적용의 해석이 크게 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디지털 성범죄, 중고품 사기, 보이스피싱 사기 등 경제 범죄, 마약 및 도박 범죄 등 각종 범죄 등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반면, 표현에 대한 전통적 규제가 갖고 있던 문제점(형사 처벌 중심의 규제와 그로 인한 국가 권력의 확대, 표현에 대한 지나친 통제)은 심화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온라인 표현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 처벌이 극단적으로 늘어난 것이 일례이다.
따라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새로운 법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별법을 새로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존 법 규범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세밀히 진단해 기존 법을 현 상황에 적용할 기준을 재정비하고, 기존 법으로는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 상황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때 중요한 지점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용될 새로운 법제도를 만들 때, ‘새로움’에 집착하지 않고, 기존부터 논의되어 왔던 표현의 자유의 역할과 기능, 속성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특히 형사 처벌의 신설 및 강화를 선호한다는 지점이다. 표현에 대한 규제 방법으로 온라인에서의 도덕 및 윤리 정립, 표현 주체와 플랫폼 사업자 등 미디어의 자율 규제를 시도하지 않고, 곧바로 형사 처벌을 택할 경우 앞서 살펴본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인한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있어 전통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역할과 그 제한의 필요성, 과도한 제한에 따르는 위험에 대한 교육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및 SNS 환경의 구축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온라인상의 피해가 오프라인상의 피해로 직결되는 점, 정보가 편향적으로 흐르면서 공론장의 형성 자체가 왜곡되는 점, 공사 구분이 희미해지면서(SNS를 통해 내 정보의 공개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사적인 표현이 공개된 정보로 바뀌게 되므로) 역설적으로 개인 정보 및 사생활의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점 등―이 앞으로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그에 따라 온라인상의 정보 수집, 공개, 유통의 보호성이 강조되기보다는 위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이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1) 이 글은 필자가 강연자로 참여한 '오픈넷 미디어 리터러시 월례 특강'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2) 위축 효과: 시민이 생각을 스스로 검열함으로써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 이정기, 《위축효과》.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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