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없는 리터러시 교육 무의미 공동 커리큘럼 등 협업 필요

2022. 8. 30. 14:50웹진<미디어리터러시>

 

 

미디어 없는 리터러시 교육 무의미 공동 커리큘럼 등 협업 필요

특별 대담: 효과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위한 ‘언론학자-교육학자’ 상호 작용

 

 

지난 4월 12일, 작지만 매우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웹진 <미디어리터러시> 발간 20호를 기념해 미디어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해

활발하게 활동 중인 언론학자와 교육학자 4인이 참석한

‘효과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언론학자와 교육학자는 어떻게 상호 작용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특별 대담이 진행됐다. 대담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송은아 (계간 <미디어리터러시 편집자>, 자유기고가)

 

 

미디어학에서는 미디어 전반에 대한 이해는 있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에 어떻게 접목시켜야 되는지도 모르고,

학습자, 교육 프로그램, 교수법에 대한 이해가 없다.

이 부분이 가장 접목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사회: 최원석(미디어 리터러시 활동가, 전 YTN 기자)

패널: 김경희(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안정임(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옥현진(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 정현선(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최원석(이하 최): 웹진 <미디어리터러시> 20호를 기념해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교육학계와 언론학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 교수님들의 의견을 통해서 이 두 학문이 어떻게 협력을 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조금 더 발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먼저 미디어학과 교육학 두 학문 내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 현황을 소개해 달라.

 

 

(왼쪽부터) 최원석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가&middot;전 YTN 기자,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 옥현진 이화여대 교수, 김경희 한림대 교수, 안정임 서울여대 교수. (사진=재단 제공)

 

 

미디어학과의 고민, ‘미디어는 알지만 교수법은 몰라’

안정임 서울여대 교수 "미디어를 읽고 쓰는 자체가 리터러시이다." (사진: 재단 제공)

 

 

안정임(이하 안): 미디어를 읽고 쓰는 것 자체가 리터러시이며, 수용자도 미디어교육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미디어학과의 거의 모든 커리큘럼이 미디어 리터러시에 해당된다. 다만 그 다양한 커리큘럼이 미디어교육이라는 하나의 영역으로 포커싱이 안 되어 있다. 미디어학자들 중에도 미디어교육, 즉 교육에 방점이 찍혀서 ‘나는 미디어교육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미디어교육이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은 역사가 깊다. 시청료 거부 운동 등 미디어 감시 운동의 일환으로 미디어교육 개념이 시작됐고 1980년대에 관련 책도 나왔다. 1990년대 말에는 언론학회 내에서 미디어학과 교육학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 이후로도 함께 공부하고 논문을 쓰는 등 미디어학과 교육학의 교류는 이어져 왔다.

 

옥현진(이하 옥): 어떤 학문이 발전해 나가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 중에 직업과의 관련성이 있다. 언론학 분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교육 관련 진로 현황은 어떠한가?

 

: (미디어 리터러시를)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미디어학과에 교직이 들어와야 되는데 이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개별 학교나 특정 학과에서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큰 문제다.

 

: 혹시 언론이나 학회를 중심으로 해서 초중등의 제도권 교육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 교육이나 성인 대상의 평생 교육을 하는 직업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나?

 

김경희(이하 김): 훌륭한 미디어 강사들을 만나보면 미디어 전공을 한 분들이 많다. 이분들은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교습법이나 프로그램 개발 등을 공부해서 강사로 활동한다. 안타까운 건 아직 학교 교육으로 흡수되진 못했다. 2000년도에 제가 연구해 본 바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미디어학과의 3분의 1 정도에 미디어 리터러시 과목이 개설돼 있었다. 학생들이 미디어교육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토대는 조금씩 마련돼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진짜 직업으로 삼을 정도의 기반은 없기 때문에 교수들도 고민이 많다. 미디어학과에서 교육학과에 융합한 전공을 만들어 미디어 강사를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예비 교사 양성 때 미디어학과와 융합을 하거나, 사범대나 교대에서도 미디어를 전공자를 교수님으로 모셔서 가르칠 수 있으면 지금 말씀하신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같다.

 

: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가 정규 과목 편성이나 교원 채용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의 흐름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이제 교육학 쪽의 흐름으로 넘어가서 교육학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다루는 맥락은 어떠한가?

 

 

미디어교육의 핵심, ‘미디어가 메시지’

정현선(이하 정): 미디어에 대한 문제의식이 어떻게 교육학 분야에 들어왔나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교육이 발전한 캐나다, 영국, 호주가 미디어교육에 눈을 돌리게 된 건 기존의 전통적 교과를 벗어나서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교육과의 접점을 찾게 됐다. 미디어교육은 학습자 중심 교육의 발전과 큰 흐름을 같이 해 왔다. 영국에서도 미디어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렌 마스터만(Len Masterman)도 아이들이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아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미디어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큰 의제로 삼았다. 캐나다는 공교육 내에서의 대안학교 운동을 해나갔는데 교육 혁신의 중심에 미디어교육이 있었다.

텍스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언어나 기호, 삶으로 관심을 확장해간 학자들이 생겨나면서 1996년에는 뉴런던 그룹의 멀티 리터러시 이론이 등장했다. 이 이론하에 21세기에 각 나라의 모국어 교육, 리터러시 교육을 사회적 변화로 이끌 방법에 대해 연구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나라에 돌아가서 오늘날 핵심 역량 중심 교육의 기틀을 세웠다. 이처럼 현대 교육학의 흐름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큰 이론적 기반이 된 멀티 리터러시 이론과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다.

 

: 미디어학과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고 교육학과의 전형적인 이미지나 관심사, 주제가 있을 것 같다. 동일한 개념 또는 주제를 (예를 들면 멀티 리터러시 등)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먼저 미디어학과 쪽에서 사례를 소개해 달라.

 

: 연구 주제의 차이를 살펴보면, 교육학 쪽에서는 현장 내에서 교육 과정이나 커리큘럼, 특정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성과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미디어 학문 쪽에서는 미디어라는 존재 자체가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어떻게 연결되느냐,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바꿔 가느냐에 더 초점을 둔다. 저희 분야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표방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했을 때 이것이 어떻게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가 등에 초점을 둔다. 하나의 사례를 들자면 요즘 MZ 세대 중에 콜포비아(call phobia)가 많다고 한다. 즉 음성 통화를 못한다. 잘 안 해봐서 낯설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는 것이다. 대학 수업에서 이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해봤는데 몇몇 학생이 자신들이 어렸을 때는 휴대폰 통화 요금이 부과됐기 때운에 무조건 무료인 카톡을 쓰는 게 습관이 된 세대라는 해석을 했다. 굉장히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즉, 매체 자체가 그리고 그 매체의 소통 방식이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의 소통을 바꿔갈 수 있다는 하나의 작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 너무 공감 가는 말씀이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이해할 때 그 대상이 미디어라는 사실을 잊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 자체가 변화했을 때 커뮤니케이션이나 우리가 환경과 맺는 관계 자체가 많이 달라진다. 요즘 마셜 매클루언이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는데, 마셜 매클루언이 텔레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한 내용이 현재 소셜미디어 환경에도 너무 잘 맞는다. 지금 안정임 교수가 말씀한 대로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의미다.

 

 

리터러시 교육 하려면 미디어를 알아야

: 안정임 교수께서 우리가 미디어 리터러시에 해당되는 내용을 다 가르치고 있지만 미디어 리터러시로 포커싱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유는 안타깝게도 미디어학에서 가르치는 다양한 이론이 어떻게 미디어 리터러시에 접목되는지에 관한 연구가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학과 교육학 이 두 분야를 보면 각각 장단점이 있다. 교육학에서는 학습자에 대한 이해가 있고, 교육 설계라든지 교수법에서 강점이 있지만, 미디어 이론과 미디어 산업, 정책, 생산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반면 미디어학에서는 미디어 전반에 대한 이해는 있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에 어떻게 접목시켜야 되는지도 모르고, 학습자, 교육 프로그램, 교수법에 대한 이해가 없다. 이 부분이 가장 접목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 맞는 말씀이다. 김경희 교수가 말씀을 해주신 덕에 다음 주제, 즉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미디어학과 교육학 두 학문 분야 간 연계 노력이 필요한 이유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두 학문 간의 공동 연구와 학술적으로 발표 사례가 있으시면 짧게 소개해 달라.

 

: 제가 언론진흥재단에서 했던 연구 뉴스 분석법 연구가 있다. 그때 미디어학자 외에 교육학자도 참여해서 뉴스 분석 틀을 만들어 교육 프로그램화하는 작업을 함께 했다. 결과물을 초중고에 배포해 사용 중인데 반응이 좋다. 굉장히 좋은 협업 사례라고 생각한다.

 

: 얼마 전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EBS> 프로그램이 굉장히 큰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문해력이라는 분야가 어떤 맥락에서 미디어와 교육학과 연결이 되는지 옥현진 교수께서 짚어 달라.

 

: 리터러시는 미디어하고 유리될 수 없는 개념이다. 당대 사회의 미디어 환경에 대한 적응 교육, 그 미디어를 활용해서 나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교육이 바로 리터러시 교육이다. 이 모든 과정에 미디어는 기본 전제로 깔려 있다. 당대의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는지 이해하고, 나의 직업적, 시민 사회적, 문화적 목적으로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바로 리터러시 교육이다. 이 과정에 미디어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결국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 여기서 한 발만 더 들어가 보자. 한국적 맥락에서 리터러시가 중요해진 지점이 세월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고 ‘기레기’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직업적, 시민 사회적, 문화적으로 생존하는 데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면, 인터넷 환경 변화와 관련해서 요즘도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언론학자 입장에서 말씀해 달라.

 

: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미디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언론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도 많이 형성됐다. 좋은 언론이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위해선 이용자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용자가 좋은 언론을 봐줘야 좋은 언론이 생겨난다. 선정적, 폭력적, 자극적 기사만 찾아 읽으면 그런 기사를 생산해 낼 수밖에 없는 게 언론 생태계이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에는 미디어 생산자의 리터러시도 있고 이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도 있다. 특히 생산자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학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김경희 한림대 교수 "예비 교사에게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 (사진: 재단 제공)

 

 

공동 커리큘럼의 가능성

: 교육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도록 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교육대학에서는 직업인으로서 교사가 갖춰야 될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교수 학습 및 평가에 대한 방법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적으로 교양 교육은 매우 약한 구조이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 과목이 교육대학에서는 필수 과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교사가 될 학생들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고 졸업한 후에 그것에 기초해서 교육을 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교대에서는 기본 초등 교육 전공 외에 심화 전공을 선택하는데,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대한 내용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모든 교사가 갖춰야 될 능력으로서 강조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 그렇다면 두 학문 간의 연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방법을 논의해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대학의 공동 커리큘럼 안에서 교육학과 미디어를 융합적으로 배우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 학자들이 열심히 연구를 하는 것도 물론 의미 있지만, 교육 현장으로 연결되어야 더 의미가 있다. 순수 학문이라고 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2년 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닥쳐오면서 현재 교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야 되는지에 대해서 매우 불안하고 당황스러워 한다. 이런 부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테크놀로지가 갑자기 훅 들어왔다. 이 상황을 저는 미디어와 관련해서 ‘비판적 리터러시의 귀환’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 모임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도 많고 활동도 많이 하시는 교사 한 분을 만났다. 그분에 따르면 ‘이걸 내가 수업에서 어떻게 녹일까’는 각자 교사가 제일 잘한다고 한다. 초등, 중등, 고등 모두 각자 내 수업의 특성은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연구자가) 큰 그림을 주면, 그것을 수업에 녹여 넣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매우 공감했다. (연구자가) 일일이 뭔가를 개발해서 줄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은 물밀듯이 테크놀로지가 바뀌고 시스템이 바뀌니까 이 단계에서는 우선적으로 현재변화의 의미, 그리고 제도와 정책의 필요성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 후에는 교사들이 해당 내용을 어떻게 풀어낼지 개발할 수 있고 본다.

 

: 진짜 중요한 말씀을 하셨다. ‘큰 그림’에 대해 약간만 보충 말씀 드리겠다.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비판적 사고에 대해서는 별로 교육을 안 한다. 이 부분이 특히 예비 교사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란 어떤 콘텐츠를 무조건 비판적으로 봐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원래 갖고 있는 생각, 나도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나를 성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선생님들이 ‘나랑 생각이 다른 미디어와 콘텐츠는 다 잘못된 거야’ 식의 사고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친다면 굉장히 큰 문제다. 그래서 지금 안정임 교수께서 말씀하신 이 큰 그림이 사실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사고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야 된다는 의미다.

 

 

학교 현장에 필요한 ‘큰 그림’

: 지금 학교 현장을 살펴보면 국어 교육과 리터러시 교육은 텍스트 자체에 집중하게 하고 그 텍스트를 수용하는 나의 측정 능력을 문제 삼는 교육이다. 초기에 NIE(Newspaper in Education)도 그런 왜곡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신문 텍스트를 교본으로 삼아서 쓰기, 읽기를 시행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활자에 대한 막연한 종적 관계가 내면화된 부분이 많다. 이것이 여전히 리터러시 교육의 주를 이루고 있다. 또 하나 어려운 부분은 미디어 환경이 너무 빨리 변화한다.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에 필요한 내용을 구체화해서 현장에 녹여 넣을 즈음에는 이미 그러한 소통 환경은 옛날 것이 되어버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교사들이 (변화된 내용을) 빨리 교실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톱다운 방식으로 교육과정에서부터 의사결정이 되어 교과서로 구현이 되는 방식은 더딜 수밖에 없다. 당대의 미디어 환경 변화나 당대에 필요한 리터러시 교육을 담아내기에는 너무 시차가 발생한다. 그래서 교사의 전문성과 권한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둘째, 아까 말씀하셨던 ‘큰 그림’과 관련되는 부분이다. 교육의 결과로서 학생 또는 성인의 머릿속에 형성되어야 될 지적인 핵심 개념과 태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걸 중심으로 해서 교육의 내용을 종적으로, 횡적으로 설계하는 일이 상당히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안정감 있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이 같이 협업을 해나가야 할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경희 한림대 교수 "예비 교사에게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 (사진: 재단 제공)

 

 

: 옥 교수께 공감하면서 아주 짧게 덧붙이고 싶다. 미디어가 현실을 재현한다고 하는데, 현실에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가상현실부터 시작해서 현실 종류가 너무나 많고 아이들은 그 안에서 다양한 부캐로 들어가는 등 각각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접근한다. 현실의 다각화가 필요한 것 같다.

 

: 계속해서 재개념화가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의사결정이 협업을 통해서 빨리 이루어져야 교육 현장에 안정적으로 피드백 될 것 같다. 외국에서는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핵심 내용을 설계할 때도 교육학자, 시민 사회, 교사 단체 등이 합의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프로세스를 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이번에는 두 학문 간의 구체적 연계 노력, 하다못해 실험이라도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좀 더 의견을 나눠 보겠다.

 

: 최근 2~3년 사이에 국제적으로도 미디어 리터러시를 학문적으로 종합화하려는 노력이 많아졌다. 2019년 르네 홉스 교수가 편집한 <인터내셔널 인사이클로피디어 오브 미디어 리터러시>가 총2권으로 나왔다. 라우트리지 출판에서도 <인터내셔널 핸드북 오브 미디어 리터러시 에듀케이션>이 출판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학적인 흐름도 있지만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미디어 수용자부터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 등 많은 개념을 집대성해 놓았다. 이 책들을 전부 다 번역하기는 어렵지만 선집의 형태로 번역을 해서 적극적으로 소개해 보면 좋겠다.

현재 경인교대 대학원에 디지털 미디어교육 전공이 개설돼 있다. 학생 36~7명 중에 7명이 현재 미디어 강사다. 이 미디어 강사들의 역량을 길러내고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학습을 어떻게 하게 할 것이냐가 큰 고민이다. 과목은 정해졌는데 어느 시점에 누가 강의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강사를 계속 수급할 수도 있지만 대학 간 MOU를 맺어, 또는 공동 교육 과정을 온라인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교사 전문성과 관련해서 직접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방법으로, 예를 들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해커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해커톤을 통해 주제 강연, 토론, 수업에 적용할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학회와 카톰(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이 공동으로 해 나가면 어떨까?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 &ldquo;교사 전문성을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해커톤을 해보면 어떨까?&rdquo;(사진:재단제공)

 

 

디지털 환경에 더 주목해야

최: 디지털 미디어 환경 전반이 우리한테 미치는 영향이 좀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 김 교수께서는 교류나 협력을 진행한다면 어떤 점을 시도해 보고 싶은가?

 

: 재작년에 대학 교육을 연구하면서 국어과와 미디어과에서 개설한 미디어교육을 들여다보았다. 물론 미디어 리터러시의 표준 커리큘럼이 있어야 된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교수마다 너무 다른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교육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 교육학과 미디어학에서 시급하게 같이 연구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 결국은 대학 교양 교육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초중등의 수준보다는 높아야 되고 범위도 넓어야 한다. 미디어학, 국어교육학, 헌법, 이론, 커뮤니케이션 기술, 공학 등의 분야에서 팀을 짜 설계하면 커리큘럼이 이상적으로 구성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분야는 굉장히 종합 학문이고 학제적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미디어 리터러시 논문을 보면 미디어학과 교육학이 서로 상호 참조를 안 하는데 앞으로 상호 참조가 필요할 것 같다.

 

: 교수님들께서 이렇게 모으신 의견을 <미디어리터러시>라는 공론장을 이용해 세미나, 공동 연구 등을 실험적으로 진행해보면 어떨까?

 

: 오늘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문제는 어떻게 실행을 하느냐인데, 작지만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모이신 선생님들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격차 문제에 관심이 많다. 디지털 기술이 화려해지면서 같은 젊은 세대, 청소년 세대 내에도 휴대폰만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노트북, PC를 동시에 다 갖고 있는 아이들, 거기에 아이패드까지 갖고 있는 아이들은 학습의 방식과 내용 자체가 다르다. 휴대폰만 있는 아이들은 단편적인 정보는 얻을 수 있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기는 어렵다.

 

: 지금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다. 작년에 유엔에서 디지털 환경의 아동 권리에 대한 일반 논평 25호를 냈다. OECD, 유니세프, 유네스코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뒤따르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프라이버시 문제, 디지털 격차 등등을 다 포괄하기 위해 선택한 것 같다. 우리나라도 협약 당사국으로서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 프랑스 끌레미는 ‘미디어는 계속 진화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계속 진화하는 대상이라고 생각되며, 저희가 거기에 적응하고 대응을 해야 하는 영역인 듯싶다. 마지막으로 마무리 인사 부탁드린다.

 

: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정책이 등장할 텐데 우리가 연구자로서만 머물지 말고 교육학과 미디어학에서 적극적으로 좋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기여했으면 좋겠다.

 

: 기회가 되면 언론학회와 국어교육학회 등이 공동 학술대회를 하면 좋을 것 같다.

 

: 오늘 이 자리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확장이다. 오늘 내용이 교사를 대상으로 하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든 유튜브에서 전달되어 더 확장되면 좋겠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진화뿐만이 아니라 웹진 <미디어리터러시>도 계속해서 진화해 갔으면 좋겠다.

 

: 미디어도 진화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웹진도 진화하고 미디어 연구자들도 진화해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정도 만족하셨습니까? 관리자의 답변이 필요한 의견은 고객의 소리 게시판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www.kp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