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다수자’ 함께하는 ‘어깨동무 소통’ 필요

2023. 12. 20. 17:30웹진<미디어리터러시>

소수자 미디어교육 

written by. 강진숙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미디어 바로 알기> 여섯 번째 시간은 지난 여름호에 이어
미디어와 소수자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지난 시간에는 미디어에서 소수자, 특히 노인과 장애인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는데,
이번에는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는 미디어교육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성의 가치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고민해 본다.
 

소수자 되기는 거창한 대의나 거시적 실천이 아닌 미디어교육 참여 그 자체만으로도 시작된다. 

소수자가 고립되지 않고 다수자와 함께 참여하는 미디어교육 현장은

낯선 존재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해소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소수자는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 용어이다. 특히 진보 언론뿐 아니라 보수 언론에도 이 용어는 사설을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와 연결되어 나타난다. 예컨대, ‘성 소수자와 외국인도 다수 포함’(중앙일보, 2020.5.12.),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진 소수자·약자 혐오’(경향신문, 2022.7.3.),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지원하는 순기능’(조선일보, 2023.4.17.), ‘사회약자인 소수자를 위해 사회통념보다 한 걸음 나아가는 정책을 추진해야’(한겨레, 2023.10.3.),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적극 보호하는 대법원이 되어야’(경향신문, 2023.10.17.) 등 사설에서 소수자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물론 그 용어의 출현 빈도는 진보 언론에서 두드러지지만, 과거에 비해 현재 ‘소수자’ 표현은 상식적 지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사례에서 볼 때 일부 사설의 경우 소수자 표현은 주로 혐오 대상이나 성 소수자를 지칭할 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점차 정책과 권리의 주인공으로서 주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 정밀한 소수자 담론 분석이 필요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소수자의 범위가 더 확장되어 약자의 권리나 정책 분야에서 여러 계층을 포괄하는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다양성의 실천, ‘소수자 되기’ 

  그러면 소수자란 누구인가? 소수자(Minorité)란 다수자와 비교되지만 양적 기준에 의한 구별이 아니다. 즉 양적으로 적다고 소수자는 아닌 것이다. 다수자와 소수자를 나누는 기준은 사회구조적 요인에 기초한 질적 기준이다. 이를테면 한 사회의 계층을 나누는 연령, 성별, 신체, 이주, 인종, 지역, 성적 취향 등의 요인에 따라 사회적 관계가 형성된다.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자인 들뢰즈(G. Deleuze)와 가타리(F. Guattari)는 공저인 ≪천 개의 고원(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enie)≫(1980)에서 다수자와 소수자를 정의한다(강진숙, 2019). 다수자는 ‘한 사회의 질적 기준이자 표준척도’로서 주류 계층을 구성한다. 예컨대, 성인-젊은이-남성-비장애인-선주민-백인-도시 거주자-이성애자 등이 다수자에 속한다. 한편 소수자는 표준척도에서 제외되고 주변화된 존재로서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으로 규정된다. 일례로, 미성년자-노인-여성-장애인-이주민-유색인종-지역 거주자-동성애자 등이 소수자에 포함된다. 즉 다수자가 한 사회의 사회적 통념과 권력의 질서에서 중심부를 차지한다면, 소수자는 주변부에 위치하는 소외계층이다.

  중요한 것은 소수자가 지닌 ‘차이의 잠재력’이다. 소수자를 약자나 소외계층으로 볼 경우 소수자가 지닌 다양체의 힘은 간과되고 이들은 보호 대상으로 제한된다. 들뢰즈와 가타리(1980/2001)가 강조하듯이, 소수자는 새로운 사회 규범과 기준을 생성하고 사회 불평등의 요인을 개선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과 비정상 혹은 중심과 주변의 이원적 구분은 소수자를 지배나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그 잠재력과 실천의 가능성을 간과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것은 ‘소수자 되기’ 실천이다. 들뢰즈와 가타리(1980/2001)에 의하면, 남성도 여성 되기 실천에 참여하여 연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비장애인도 장애인 유튜브 콘텐츠를 공동으로 제작하며 장애인의 소수자 되기 실천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소수자 되기는 소수자들만의 고립되고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성의 가치를 지향하는 다수자와 소수자 공동의 실천이고 유희이다. 누구나 나이듦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한 번은 소수자가 된다. 남성도 노인이 되고, 젊은이도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도시인도 이주하여 지역 사투리 사용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소수자 되기는 사회적 약자나 보호 대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와 ‘우리’를 위한 권리이자 다양성의 가치 실천이다.

공공 기관 중심의 소수자 미디어교육 

  그러면 소수자 미디어교육에는 어떠한 사례가 있는가? 소수자를 위한 미디어교육에는 노인, 이주노동자, 청소년, 장애인 계층뿐 아니라 다수자도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설진아, 강진숙, 2021). 이러한 활동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시청자미디어센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등 공공 기관에서 주로 담당한다. 설진아·강진숙의 공저 ≪미디어교육≫(2021)에서 정리한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언론진흥재단은 언론인-미디어교육 통합 플랫폼 ‘KPF미카’1)에서 다문화 집단 대상 미디어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자료들을 게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로 해외 유입 이주여성, 이주아동, 북한이탈주민 중심의 미디어교육 자료가 포함된다. 예컨대, 이주여성 및 이주아동 미디어교육은 한국의 명절 풍습이나 생활에 대해 교육하는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다문화인이 참여하는 ‘아름다운 살색 구두’ 사례는 이주민 차별을 벗어나 다양한 피부색을 존중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림1] 다문화인을 위한 &lsquo;아름다운 살색(누드톤) 구두&rsquo; 교육활동지, 박미영(2017.9.18). 아름다운 살색(누드톤 구두)

 

 

 

  ​이 수업은 광고 자료, 신문, 세계인권선언문 제2조 등을 활용해 미디어교육 활동지를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일곱 가지의 ‘살색’ 가죽으로 다양한 색의 구두를 만든 취지를 알아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 가지 외국인 차별 이슈를 검토한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차별 사례를 성찰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음으로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장애인 미디어교육 사례이다. 시청자미디어센터는 각 지역 단위로 비장애인과 함께 장애인 연대 활동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설진아, 강진숙, 2021, 292~293쪽). 예컨대,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는 2011년부터 청각장애인, 발달장애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진 교육 중심의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같이가자’ 프로젝트에서 사진 교육을 실시했다. 2017년 미디어 접근 취약 대상 소외계층 공모 사업을 통해 진행된 이 교육은 3개 협력 기관에 등록된 40명의 발달장애인이 참여한 교육 사례이다(권신오. 2017.4.17.). 수강생의 발달장애 정도에 맞춘 개별 지도 형식으로 총 4개월 동안 주당 2회차 교육이 이루어졌다. 교육 내용은 ‘미디어로 일기 쓰기’, 사진 중심의 ‘미디어 달력 만들기’, ‘미디어 영화 만들기’ 등으로 구성됐다. 2019년에는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광주와 순천 지역의 장애인, 다문화가정 2세, 여성 농민, 학교밖 청소년 등 협력 기관의 미디어 소외계층으로 넓혀 교육 사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장애인 미디어교육의 경우 사진과 영상, 이미지 자료를 적극 활용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미디어 제작 교육 사례를 들 수 있다(정의철 외, 2018, 59~61쪽). 예컨대,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은 2016년 6월~8월에 ‘장애와 비장애의 어깨동무 미디어’ 교육을 총 12회 실시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참여하는 이 교육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장애인에 대한 담론을 비판적으로 읽기’와 ‘장애인 이웃과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넷 신문 만들기’ 등으로 구성됐다. 그 전 해인 2015년 5월~6월에는 14회 분량으로 영상미디어교육인 ‘두드림 VJ 프로젝트’가 실시되기도 했다. 또한 제주영상미디어센터는 2015년 6월과 2016년 8월에 10회 가량 장애인·비장애인 퍼블릭 엑세스 프로그램 제작 교육을 진행하며, 1인 미디어 제작 시스템 이해 및 영상 제작법 교육에 초점을 두었다. 같은 시기에 10회에 걸쳐 장애인·비장애인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 교육 및 실습 교육도 이루어졌다. 이 사례들은 미디어 속의 장애인 재현 방식을 이해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소수자 되기 실천의 함의를 지닌다.

 

1) [편집자 주] ‘KPF미카’는 언론인 전문화 교육과 전 국민 미디어 교육을 통합한 플랫폼으로 기존에 언론진흥에서 따로 운영 중이던 미디어 교육 포털 ‘포미’, 언론인 교육 사이트 ‘언론인교육센터’, 알고리즘 리터러시 툴 ‘뉴스알고’, 뉴스 활용 교육 사이트 ‘e-NIE’를 통합해 올 2월 출범했다.

 

 

일곱 가지 살색 구두 

  이상에서 보았듯이 공공 기관을 중심으로 소수자 미디어교육이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미디어교육 포털을 통해 교육 동영상 자료를 공유하거나 이주민과 선주민,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이 함께 참여하는 미디어교육은 소수자 되기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즉 소수자 되기는 거창한 대의나 거시적 실천이 아닌 미디어교육 참여 그 자체만으로도 시작된다. 소수자가 고립되지 않고 다수자와 함께 참여하는 미디어교육 현장은 낯선 존재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해소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tvN)의 다운증후군 장애인 영희(정은혜 분)가 드라마로 친밀감을 선사한 후 실제로 전철 승객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인터뷰처럼 소수자 되기는 낯선 존재를 만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일곱 가지 구두의 피부색을 경험할 때, 다양성의 가치는 실현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권신오(2017.4.17.).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발달장애인 미디어교육. <노컷뉴스>.

박미영(2017.9.18.). 아름다운 살색(누드톤 구두). KPF미카(https://www.meca.or.kr/communication/archive/class-guide/view/GUI0001342)

설진아, 강진숙 (2021). ≪미디어교육≫. 서울: KNOU PRESS.

정의철・정미영 (2018). “베트남 이주여성의 공동체 미디어 참여가 문화적 시민권 구축에 미치는 영향. -부산지역 베트남 목소리 팟캐스트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62권 5호, 136-172

Deleuze G. & Guattari. P. (1980). ≪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2≫. 김재인 역 (2001). ≪천개의 고원: 자본주의와 분열증 2≫. 서울 : 새물결.

 

“[사설] 신천지보다 어려운 이태원 감염 추적…‘맞춤 방역’ 필요”. <중앙일보>, 2020.5.12.

“[사설] 청소노동자에 ‘학습권’ 소송 낸 대학생들, 이게 ‘공정’인가”. <경향신문>, 2022.7.3.

“[사설] 연 7조원 ‘운동권 퍼주기법’, 박원순 생태계 복원하나”. <조선일보>, 2023.4.17.

“[사설] 김행 후보자, 국민 납득 못 시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겨레>, 2023.10.3.

“[사설]서·오·남 대법관과 대법원장 공백 해결 서둘러야”. <경향신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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