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1. 18:20ㆍ해외 미디어 교육
미국 ‘미디어와이즈’의 팩트체크 교육 전략
written by.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
미국의 ‘미디어와이즈(MediaWise)’는 디지털 리터러시 전문 교육 기관으로
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허위정보 대응법을 가르친다.
첫 교육 대상은 청소년이었지만 현재는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며,
소셜 미디어 플랫폼별로도 각 특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디어와이즈를 소개한다.
‘고객 우선’ 원칙도 흥미롭다. 미디어와이즈는 인구 연령 통계에 따라 프로그램을 맞춤화했다.
Z세대, 밀레니얼세대, X세대, 시니어세대를 포함해 세분화된 고객 맞춤 전략을 세운 뒤,
이들이 콘텐츠에 쉽게 접근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셜 미디어가 허위정보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넘쳐난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소셜 미디어에 대한 비판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공허한 비난이 되지 않으려면 비판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여기에 대안까지 제시하면 설득력은 더욱 커진다.
소셜 미디어 속으로 풍덩 뛰어든 조직이 있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 속으로 뛰어든 셈이다. 미국 포인터재단(The Poynter Institute)이 주도하는 비영리 디지털 미디어 이니셔티브인 ‘미디어와이즈(MediaWise)’다. 지금은 포인터재단에 둥지를 틀었지만 2018년 처음 구상될 당시엔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의 지원을 받았다. 미디어와이즈는 출범 당시 미국 청소년 100만 명에게 온라인에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중 절반은 소외 계층이나 저소득층이었다.
사실을 전파하려면 어디로?
출발이 남달랐기에 접근 방식도 달랐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주체가 됐고, 그들이 실제로 활동하고 머무는 소셜 미디어를 적극 공략했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냅챗, 유튜브, 틱톡 등 인기 있는 소셜 플랫폼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주요 대학교에 캠퍼스 특파원(CC)을 두고, 청소년에게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 미디어와이즈 홍보대사에 합류한 국제 저널리스트인 토마스 스패로는 “학생들에게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이 되고 싶다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방법, 허위정보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미디어 활용 능력이 전 세계 학교에서 정규 커리큘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용 온라인 뉴스룸인 ‘10대를 위한 팩트체크 네트워크(Teen Fact-Checking Network, 이하 TFCN)’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 미디어와이즈가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팩트체크 교육을 위해 시작한 TFCN은 이젠 해외로 확장했다. 현재 해외 파트너 국가와 기관은 브라질의 팩트체크 플랫폼 ‘아젠시아 루파(Agência Lupa)’, 독일 통신사 <dpa>, 그리고 최근에 동참한 인도의 팩트체크 기관 ‘붐 라이브 인디아(BOOM Live India)’ 등이다.
붐 라이브의 교육·연구 담당 이사인 벤카테시는 “붐에서 인도의 TFCN을 운영하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인도 10대들이 직면한 잘못된 정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공유했다. 그는 “사실 확인 방법 외에도 미디어 활용 능력도 가르치고 있다. 즉, 10대들에게 답을 찾는 방법뿐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하는 방법도 가르친다는 의미다. 또 저널리즘 콘텐츠와 비디오를 통해 교육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대통령 선거 기간에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보고 TFCN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는 브라질 북서부 출신 고등학생 카밀라 레이스는 “청소년은 인터넷 접근이 용이하다”면서 “사실을 전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소셜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와이즈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형식적 측면뿐 아니라 내용도 다채롭다. 대면 교육과 가상 교육을 병행했고, 온라인 교육 비디오도 만들었다. 지루해지기 쉬운 기사형 콘텐츠가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 숏폼 등 다양한 형식을 도입했다. 눈높이를 맞추고 현장에서 함께 대안을 모색하자 반응이 왔다. 2018년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미디어와이즈 콘텐츠는 5,7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호응이 커지자 미디어와이즈는 학생뿐 아니라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선거 기간에는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유권자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엄격한 제작·운영 지침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을 두루 활용하고 다양한 참여자가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엄격한 원칙과 지침을 세웠다. 미디어와이즈는 2020년 5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의 원칙 강령에 서명하고 인증을 받은 인증 기관이다. 미디어와이즈 역시 큰 틀에서는 IFCN의 원칙 강령을 준수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콘텐츠의 양이 상당한 만큼 자체 지침은 보다 구체적이고 촘촘하다. 미디어와이즈가 생산하는 모든 콘텐츠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표준 즉 ‘사실적 정확성(Factually accurate)’, ‘미션 중심(Mission-driven)’, ‘고객 우선(Audience awareness)’, ‘안전한 커뮤니티(Safe Community)’, ‘초당파성(Non-partisan)’에 미디어와이즈가 지향하는 방향이 잘 스며들어 있다. 이 가운데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사실적 정확성’이다. 모든 콘텐츠는 게시 시점에 가능한 한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사실관계가 정확해야 하며, 모든 출처와 소스 자료는 최선을 다해 검증해야 한다. 가령 팩트체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구글 같은 검색엔진을 통한 철저한 조사 △팩트체크의 초점이 되는 당사자에게 연락해 당사자 관점 포함하기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및 공공 기록 검색 △출판물, 학술 연구 및 기타 원본 데이터와 문서 검토 △익명의 출처나 출처를 밝히지 않은 뉴스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야 하는 경우 ‘당사는 해당 보도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명시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 계정 소유자 등에게 의견을 구할 때나 오류를 수정할 때도 구체적인 지침이 있다. 수정은 최대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또 원래 게시된 플랫폼의 차이를 반영해 다르게 처리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의 수정 방식이 다르고, 인스타그램의 경우 스토리와 피드 게시물, 동영상(IGTV)에 대해 각기 다른 수정 방식을 추구했다.
‘고객 우선’ 원칙도 흥미롭다. 고객은 미디어와이즈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든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똑같은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연령대별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고 다양한 방식과 형태의 플랫폼에서 허위정보와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와이즈는 인구 연령 통계에 따라 프로그램을 맞춤화했다. Z세대, 밀레니얼세대, X세대, 시니어세대를 포함해 세분화된 고객 맞춤 전략을 세운 뒤, 이들이 콘텐츠에 쉽게 접근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모든 콘텐츠, 프로그램, 훈련 및 교육 자료가 이런 기조하에 마련된다. “어떤 고객과 어떤 플랫폼에서 소통할지 염두에 둬야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18~24세와, 틱톡에서 13~17세와, 또는 페이스북에서 50~65세와 소통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미디어와이즈는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욕심이 지나쳐 지켜야 할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경계한다. 일례로 “라이브 교육의 경우 수업 참가자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가장 최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이 지닌 기존 지식을 고려하고 여러 조사도 실시하지만 기본을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모든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습 공간 제공
‘안전한 커뮤니티’를 별도 규정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디어와이즈의 모든 프로그램, 온라인 콘텐츠, 프레젠테이션 및 소셜 미디어 계정은 13세 이상 사용자에게 안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학습과 교육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부정적인 언어 및 기타 시각적 자극이 없는 안전한 학습용 커뮤니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디어와이즈는 사람들이 괴롭힘, 기타 무례한 댓글이나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 없이 솔직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댓글에 대한 정책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이고 단호하게 명시했다. “미디어와이즈 프로젝트 직원은 팩트체크에 대한 열린 대화와 비판을 장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팩트체커, 미디어와이즈 프로젝트 직원 또는 기타 미디어와이즈 커뮤니티 구성원에 대한 비방 댓글은 용납되지 않는다.”, “미디어와이즈 프로젝트 직원은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언어 기준을 위반하거나, 인종적 비하 또는 비유를 사용하거나, 커뮤니티 또는 그룹을 협박하거나 협박을 시도하거나, 이름을 부르거나, 비방하는 댓글을 즉시 삭제할 권한이 있다. 또한 미디어와이즈 직원은 잘못된 정보나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댓글을 삭제할 권한이 있다.”
댓글 삭제뿐 아니라 상습적인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경우 차단된다. 또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 언어 정책, 지나치게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를 게시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 역시 안전한 커뮤니티를 위한 미디어와이즈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콘텐츠에 대한 편집 원칙과 기준, 윤리정책 등이 촘촘하게 마련돼 있다.
신선한 실험과 도전정신
이처럼 미디어와이즈의 실험과 도전은 국내 팩트체크 저널리즘과 미디어 리터러시에도 신선한 자극과 적잖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문제가 있는 현장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도전 의식 △수용자의 특성을 잘 분석한 뒤 이에 맞는 콘텐츠와 플랫폼 및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맞춤형 전략 △국내외를 넘나드는 다양한 네트워크 활용 △꼼꼼하고 세심하게 잘 짜인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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