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9. 10:0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글. 김현 (EBS PD, 생성형 AI 교육자)|
제법 바람이 선선해진 가을날,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축제가 열렸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개최한
‘2024 학교 밖 청소년 Y.E.S!
꿈드림 축제’에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참여했다.
청소년들이 창작의 영감과
잠재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된 가운데,
두 기관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노래 창작 교실’을 운영했다.
흥미로운 수업 진행 사례와
뒷 이야기를 들어본다.

2024년 10월 4일과 5일,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열정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고, 수련원은 그들의 활기로 가득 찼다. ‘2024 학교 밖 청소년 Y.E.S! 꿈드림 축제’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10월 4일(금)~5일(토) 1박 2일간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개최한 행사다. 이번 축제에는 전국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이하 ‘꿈드림센터’) 청소년 등 700여 명이 참석하여 Y(Youth), E(Enjoy), S(Step)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EBS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중계차를 이용한 미디어교육, 자이언트 펭 TV의 임문식 PD 진로 강연 그리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노래 창작 교실 운영으로 참여했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23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은 여전히 많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소년 미디어교육에 진심인 한국언론진흥재단과 EBS가 이 행사에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두 기관은 행사 부스 운영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며, 그들의 창의적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로 힘을 모았다.

행사는 오전 개막식과 함께 시작됐다. 수련원 운동장과 실내에 약 50여 개의 부스가 마련되었다. 드론 조정법, 로봇 제작 체험부터 떡볶이 제공 트럭까지 다양한 활동이 청소년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청소년들은 드론을 조종하는 법을 배우며 실제 비행을 경험할 수 있었고, 로봇 제작 체험을 통해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가 만나는 지점을 느낄 수 있었다. 중계차와 아나운서 체험 등을 통해 기성 매체들이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행사에서는 여러 가지 창의적 활동과 체험이 제공되었고, 많은 청소년들이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그들은 단순히 놀이를 넘어 기술적 이해와 직업적 가능성을 탐구하며 흥미를 더해갔다.
생성형 AI로 창작에 날개를 달다,
AI로 음악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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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기관이 함께 준비한 생성형 AI 음악 교실의 운영을 맡았다. 평소 생성형 AI에 관심이 많아 공부도 많이 했고 이번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준비도 철저히 했다. 청소년들이 AI 음악 창작 도구 사용법을 배우고 체험하도록 창작의 경험을 돕는 것이 이 수업의 취지이자 나의 역할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 시작 직후에는 운동장에서 하는 행사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강의실 참여율이 낮았다. 찾는 청소년들이 별로 없어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기우였을 뿐,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학생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그들의 눈에는 설렘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AI로 직접 음악을 만든다고요?”라는 질문에 나 역시 흥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음악을 전혀 몰라서...”, “작곡은 전문가나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걱정하던 청소년들도 SUNO라는 AI 음악 창작 도구를 접하면서 새로운 세계로 쉽게 빠져들었다. Create라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만들어졌고 좀 더 자신의 개성을 넣고 싶은 청소년들은 가사와 곡 스타일, 제목, 악기 구성까지 넣어 창작적인 면을 높일 수 있었다. AI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가 음악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창작자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디는 셈이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워하던 청소년들은 점차 자신감을 얻어갔고, 창작의 즐거움과 자기표현의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수업 중, 한 팀이 실수로 잘못된 프롬프트를 입력했는데 예상치 못한 매력적인 곡이 탄생했다. “원래는 슬픈 발라드를 만들려고 했는데, 힙합 요소가 섞여 나왔어요. 그런데 이게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 A(16세)의 우연한 실수는 창의적 영감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다른 학생들도 더욱 대담하게 AI와의 실험을 시도하며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즐겼다. 이러한 실수에서 비롯된 창작의 순간들은 청소년들에게 AI와 함께하는 협업의 매력을 실감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얼마나 흥미로운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AI음악 창작이 불어넣은 성취감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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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곡에 맞춰 즉석에서 안무를 선보이며 교실은 순식간에 작은 공연장으로 변모했다. “제가 만든 노래로 친구들이 춤추는 걸 보니까 진짜 작곡가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한 B(18세)의 눈빛은 빛났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만든 음악이 실제로 무대에서 생명력을 얻는 순간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순간은 그들에게 창작의 결과물이 실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했다. 음악과 춤, 그리고 친구들의 반응은 청소년들에게 큰 성취감을 안겨주었고, 그들은 그 순간을 통해 자신이 해낸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날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세 명의 여학생이 만든 노래를 들었을 때였다. 소녀들은 처음엔 호기심에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한글 타자에 익숙하지 않아 주저했다. “언어를 바꿀 수 있나요?”라는 C(17세)의 질문에 나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소녀들은 능숙하게 컴퓨터 언어를 베트남어로 전환했다. AI의 도움을 받아 베트남어로 가사를 쓰고 완성한 그 노래에는 베트남의 문화와 정체성이 담겨 있었다. 친구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때 신기해하고 기뻐했던 소녀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D(18세)는 “어머니가 제 노래를 들으시면 기뻐서 눈물 흘리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노래에는 한국에서의 삶, 어머니에 대한 사랑, 두 나라 사이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런 음악적 표현은 단순히 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이를 공유하며 자존감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었다. 청소년들은 음악을 통해 자신과 가족, 그리고 뿌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기회를 가졌다.

AI가 만들어낸 따뜻한 소통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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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 음악 작곡을 하는 E(19세)와 그의 친구도 AI가 만든 곡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처음엔 AI가 만든 음악이 너무 기계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평소에 상상하지 못했던 멜로디가 나와서 직접 작곡한 다른 곡들과도 접목해 보고 싶어요.” 드럼을 배우고 있는 F(18세)도 AI가 만든 비트에 자신의 드럼 연주를 더해보며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은 음악 창작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자신들이 가진 음악적 역량을 확장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도구와 인간의 창의력이 결합할 때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AI가 창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물론 작곡가의 길을 가기 위해 작곡을 공부하는 학생이 처음부터 무조건 AI에게 곡 만들기를 맡긴다면 창작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그러나 음악에 관심은 있었지만, 배울 기회가 없던 청소년들에게 AI는 창의성을 발휘하고 자유롭게 음악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AI는 그 도움이 없었다면 청소년들이 만들어내지 못했을 음악을 세상에 내놓을 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그들은 음악적 지식을 더욱 심화하고 창작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을 만들고는 싶으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AI가 제시하는 다양한 가능성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창작의 감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치 옆에서 친구가 “이건 어때?”라고 제안하는 것처럼, AI는 창작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AI는 단순히 기계적인 도구가 아니라 창작의 과정에서 인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존재다. AI는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며, 청소년들에게 창의적 한계를 넘어서도록 독려한다. 물론 AI가 완벽하지 않기에 때로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기도 하지만, 이러한 실패조차도 창의적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창작 과정에서 무언가를 ‘완성’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적 잠재력을 끌어내고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다.
어느 선생님은 강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잠시 설명을 듣더니 곧바로 음악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재밌네요.”라며 감탄하던 그는 알고 보니 AI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이었다. “저도 AI를 가르치는데, 오늘은 제가 더 많이 배워갑니다.” 김하진(가명) 선생님의 말처럼, 이 날의 경험은 교육자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특히 음악 교육자들에게 AI는 작곡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유용한 도구로 다가왔을 것이다. 박성민 음악 교사는 “작곡에 흥미는 있지만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입문 방식이 될 것 같아요. AI가 작곡의 진입 장벽을 확 낮춰주니까요.”라며 벌써 새로운 수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학생들에게 음악 창작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공했다. AI를 통해 그들은 창작의 과정을 더욱 쉽고 흥미롭게 경험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학생들이 음악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날의 경험이 모두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간혹 인터넷 연결 문제나 노래 만들기 AI 무료 사용 횟수의 제한으로 인해 더 많은 실험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이게 정말 내가 만든 거라고 할 수 있을까?” G(16세)의 고민처럼, AI와 함께하는 창작의 본질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AI가 창작 과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리고 인간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고민은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제약과 철학적 고민은 오히려 학생들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자극했다. 한정된 기회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창작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AI가 청소년들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수업 마지막에 H(17세)는 학교를 그만두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못 들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용기 내서 틀어보니까 다들 공감해 주시네요.” 그의 음악은 교실에 있던 다른 청소년들의 마음을 울렸고, 교실은 깊은 공감과 위로의 공간이 되었다.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울고 웃는 시간을 보냈다. AI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러한 소통의 시간은 청소년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생성형 AI와 함께하는
창작 수업을 마치며
: 한계점과 앞으로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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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오늘의 경험을 곱씹으며 AI와 창의성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흔히들 AI가 창의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지만, 내가 목격한 현장은 그 반대였다. AI는 디딤돌처럼 청소년들의 창의성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AI는 그들에게 창작의 부담을 덜어주어,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하게 만들었다.
AI는 우선 ‘시작의 두려움’을 없애주었다. 음악 작곡이라는 빈 악보 앞에서 망설이던 학생들이 AI의 도움으로 첫 음을 써 내려갔고, 이는 더 큰 창작의 발판이 되었다. 또한 AI는 학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음악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창작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마지막으로, AI와의 협업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실험 정신을 길러주었다. 이는 더 대담한 창작으로 이어졌다. 실수조차도 창작의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임을 깨닫고, 그로 인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힘을 길러주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을 발전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AI가 제시하는 선택지 안에서만 창작이 이루어질 경우, 창의적 사고의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무엇보다 AI의 결과물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는 진정한 예술적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AI 교육의 혜택이 모든 이에게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현실도 존재한다. 이날 참석한 학생들은 최신 AI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여전히 많은 청소년은 이러한 기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도시와 농촌 간의 디지털 격차, 경제적 여건에 따른 교육 기회의 차이, 국가 간 기술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희망적인 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도서관과 청소년 센터에서는 AI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AI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또한 국제 협력을 통해 개발도상국 청소년들에게도 AI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AI 교육의 혜택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한정되지 않도록 공공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AI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AI는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 가능성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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